“올여름 영화시장은 주지훈과 이성민이 책임진다?”
한국 영화 대작들이 줄지어 개봉하는 여름 시즌, 누구보다 뜨거운 계절을 준비하는 배우가 있다. 바로 주지훈과 이성민이다. 두 배우는 각 투자배급사의 텐트폴(한 해의 주력 작품) 영화에 중복 출연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게 됐다. 팬들에게는 즐거운 일일 수도 있지만, 투자배급사와 제작사는 ‘홍보 일정’을 경쟁 상대와 조율해야 하는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주지훈은 올여름 최대 기대작인 <신과함께-인과 연>(롯데엔터테인먼트)과 <공작>(씨제이이앤엠)으로 팬들과 만난다. <신과함께>와 <공작>은 일주일 차이인 다음 달 1일과 8일 각각 개봉한다. <신과함께-인과 연>은 지난해 연말 1440만명을 동원한 <신과함께-죄와 벌>의 후속편으로, 저승 삼차사가 그들의 천 년 전 과거를 기억하는 성주신을 만나 잃어버린 비밀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삼차사 중 호위를 주업무로 하는 해원맥 역을 맡은 주지훈은 1편보다 비중이 더 커졌다. 이어 주지훈은 1990년대 북핵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사업가로 위장해 북에 침투한 안기부 요원 흑금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공작>에도 출연한다. 국가안전보위부 제2국 과장 정무택 역할을 맡았다.
이성민의 처지도 주지훈과 매한가지다. 그는 <공작>과 <목격자>(NEW·8월15일 개봉)에 출연한다. <공작>에서는 북경주재 대외경제위 처장으로 북의 외화벌이 총책인 리명운 역을 맡았다. 흑금성 역의 황정민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비중이 큰 배역이다. 또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목격자와 범인의 쫓고 쫓기는 추격 스릴러인 <목격자>에서는 목격자 상훈 역을 맡아 원톱 주연으로 활약한다.
일년 농사를 책임지는 주력 영화에 잇달아 출연하는 것은 배우에게 큰 경험이자 영광이다. 하지만 일주일 사이 전혀 다른 이미지와 역할로 팬들 앞에 서야 하는 점, 그리고 서로 경쟁 관계인 두 작품을 동시에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배우보다 더 속 타는 쪽은 제작사와 투자배급사다. 무엇보다 인터뷰와 무대 인사 등 홍보 일정이 겹친다. <목격자>의 배급사 뉴(NEW) 관계자는 “<공작> 쪽과 홍보 일정을 조율 중이다. 한쪽에 일방적 희생을 강요할 수 없으니 양보와 조정을 하는 수밖에 없다”며 “<목격자>는 이성민의 원톱 영화이고, <공작>에서도 이성민의 역할이 절대 작지 않다”고 말했다. <공작>의 투자배급사인 씨제이이앤엠 관계자 역시 “<신과함께>-<공작>-<목격자>가 서로 물고 물리는 상황이다. 마른 수건이라도 쥐어짜는 심정으로 홍보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만큼 난감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라며 “다만, 세 영화가 판타지-첩보물-스릴러로 장르가 다른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연배우 겹치기 출연은 해묵은 논란거리지만, 주연배우마저 중복 출연을 해 논란이 된 것은 최근 몇 년 사이의 일이다. 동일한 배우의 주연 영화가 같은 해에 개봉할 경우, 개봉 시점을 조정하는 것이 지금까지 ‘충무로의 상도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4년 여름 조진웅이 <명량>과 <군도>에, 지난해 겨울 하정우가 <신과함께>와 <1987>에 중복 출연하는 등 규칙은 점차 깨지고 있다. 한 제작사 대표는 “할리우드에서도 일주일 단위로 동일 배우의 출연작을 연이어 개봉하는 경우는 없다. 관객 입장에서도 작품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스타캐스팅과 멀티캐스팅이 일반화되면서 벌어지는 현상으로 제살깎기 경쟁이 될 수밖에 없다”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참신한 배우를 발굴하는 새 전략을 짜야 한다. 이런 특수상황에서는 개봉 일정을 조율할 수 있는 큰 틀의 소통구조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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