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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울림과 스밈] 마블영화 1억명 돌파 앞에 헛헛한 ‘허스토리’

등록 2018-07-19 11:23수정 2018-07-19 21:02

마블 시리즈 20편이 한국 누적관객수 1억명 돌파
‘위안부’ 다룬 ‘허스토리’는 명연기에도 고전중
갈수록 개봉관 줄어들고 ‘퐁당퐁당 상영’ 꼼수
영화 다양성 위해 국회 계류중인 법 개정 시급
마블 시리즈인 ‘앤트맨과 와스프’ 중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마블 시리즈인 ‘앤트맨과 와스프’ 중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누적관객수 100,000,000명!’

10주년을 맞은 마블 스튜디오가 한국 누적관객수 1억명을 돌파했다. 지난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까지 총 19편의 시리즈로 9535만명을 동원한 마블은 최근 개봉작이자 스무 번째 영화인 <앤트맨과 와스프>가 18일 기준 누적관객수 460만명을 넘어서며 1억명 대기록 달성의 축포를 쏘아 올렸다. 단일 스튜디오로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진기록이다.

하지만 마블의 1억명 달성 소식에 뒷맛이 씁쓸하다. 그 흥행의 뒤편에서 막을 내리고 있는 영화 <허스토리> 때문이다. <앤트맨과 와스프>(4일 개봉)보다 일주일 앞선 지난달 27일 개봉한 <허스토리>는 중요한 메시지와 훌륭한 만듦새에도 불구하고 고전을 면치 못했다. 개봉 3주차를 넘어선 <허스토리>는 누적 관객 수가 31만7천여명에 불과한 상태다. 일일 관객 수가 2천명에도 미치지 못해 사실상 스크린에서 내려가는 수순을 밟고 있다.

<허스토리>의 고전이 더 안타까운 이유는 이 영화의 평점이 9점대를 기록하는 등 관객과 평단의 평가는 매우 좋았기 때문이다. <허스토리>는 개봉 전부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법정 투쟁인 ‘관부재판 실화’를 다뤘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김희애,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 등 관록의 여배우들이 내뿜는 연기력 또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찬사를 받았다. “10여년 전부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를 고민해왔다”는 민규동 감독의 고백처럼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역사를 오랜 시간 공들여 담은 작품이기에 예상 밖 부진이 던지는 충격이 더 큰 셈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다룬 ‘허스토리’ 중 한 장면. NEW(뉴) 제공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다룬 ‘허스토리’ 중 한 장면. NEW(뉴) 제공
<허스토리>의 부진 이유에 대해 한 편에서는 ‘소재에 대한 피로감’을 꼽기도 한다. “지난해 328만명을 동원한 <아이 캔 스피크>, 2015년 개봉해 358만명을 동원한 <귀향> 등의 성공으로 이미 위안부 문제에 대한 대중의 각성이 어느 정도 이뤄졌기에 <허스토리>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일견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허스토리>의 개봉 시점부터 지금까지 스크린 수와 영화 배치 등을 두루 살펴보면 이런 분석만으론 석연치 않은 ‘구조적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허스토리>는 개봉 첫날 696개의 스크린에서 2618번 상영됐다. 하지만 개봉 1주일이 흐른 지난 4일 스크린 수는 40% 수준인 282개로, 상영횟수는 16% 수준인 440회로 급격히 줄었다. <앤트맨과 와스프>가 1616개 스크린에서 8957번 상영한 개봉 첫날이다. 급기야 3주차에 접어든 16일에는 스크린 수가 91개(상영횟수 138회)로 곤두박질 쳤다. 이마저도 아침이나 심야에 배치된 ‘퐁당퐁당 상영’이라 관객의 선택은 더 어려워졌다. 비슷한 시기 <앤트맨과 와스프>는 최대 1775개 스크린에서 하루 1만438번을 상영했다. 아무리 “흥행성적에 따른 스크린 배분”이라는 논리를 내세워도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다.

뿔난 관객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글을 올렸다. 한 청원자는 지난 5일 ‘멀티플렉스 운영에 대한 갑질 및 시스템 문제 검토 요청’이라는 청원글을 올려 “<허스토리>를 보기 위해 개봉 첫 주 금요일(6월29일) 밤 9시께 집 근처 영화관에 갔지만 9시부터 12시 사이에는 상영이 없고, 심야 시간인 24시에 상영이 되더라”며 영화관의 횡포를 지적했다. 일부 관객은 에스엔에스를 통해 뜻을 함께하는 사람을 모아 단관(단체관람)에 나서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소중하고 의미 있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초반 관객이 적다고 해서 1주일도 안 돼 스크린에서 밀어내고 블록버스터 영화에만 스크린을 몰아주는 멀티플렉스의 횡포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아니다. 비단 <허스토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스크린을 독점하는 대작 영화의 그늘에서 수많은 중소영화와 독립영화가 같은 전철을 밟았다. 스크린 수, 상영횟수, 상영시간대, 좌석 수를 고려해 프라임 시간대에 다양한 영화가 상영될 수 있도록 하는 법적인 장치가 절실하다. 길은 멀리 있지 않다. 이미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영비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개정안이 더이상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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