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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여름 대작 ‘인랑’ 별점은 몇개?

등록 2018-07-24 17:16수정 2018-07-24 20:59

먼저 본 여름 대작 ‘인랑’

영화 시작부터 압도적 스펙터클
우아한 듯 절도있는 강동원 액션
‘김지운 스타일’ 여전히 살아있네

카메라 앵글까지 원작 차용했지만
원작 외피에 한국적 상황만 얹은 듯
SF+멜로+첩보 뒤엉켜 용두사미 꼴
영화 <인랑> 포스터.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인랑> 포스터.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160억의 제작비, 강동원·한효주·정우성 등 화려한 캐스팅, 충무로의 스타일리스트 김지운 감독, 남북통일을 눈앞에 둔 근 미래라는 시의적절한 배경, 일본 애니메이션의 자존심 오시이 마모루의 원작(1999)…. 올여름 대작 영화 사이에서 <인랑>(25일 개봉)이 가장 주목 받는 여러 이유다.

<인랑>은 남북한이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후 혼돈이 지속하는 2029년을 배경으로 한다. 통일 한국이 신흥 강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견제하는 강대국들이 각종 경제제재로 압박하자 민생은 악화한다. 이에 통일에 반대하는 반정부 무장테러단체 ‘섹트’가 등장하고, 정부는 섹트를 진압하기 위해 경찰조직 ‘특기대’를 설립한다. 기관총과 강화복으로 무장한 특기대의 활약은 눈부시지만, 무고한 여고생 10여명을 테러범으로 오인해 사살하는 ‘과천사태’가 터지며 여론이 악화한다. 특기대 때문에 입지가 좁아졌던 정보수사기관 ‘공안부’는 이 틈을 노려 특기대를 해체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과연 <인랑>은 <미션임파서블: 폴아웃>과의 맞짱에서 카운트 펀치를 날리고, 뒷덜미를 노리는 <신과함께: 인과연>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을까?

영화 <인랑>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인랑>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 유선희 기자 “스타일이 살아있는 액션의 끝판왕” 김지운 감독의 별명은 ‘충무로의 스타일리스트’다. 특유의 색감과 분위기, 탁월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액션은 이번에도 잘 살아났다.

첫 광화문 시위장면은 스펙터클의 끝판왕이 무엇인지 보여주며 관객을 압도한다. 섹트와 경찰의 대립이 격화해 투석과 화염이 난무하는 가운데 드론 정찰기가 시위대를 에워싸며 이순신 동상이 서 있는 광화문 일대를 조망하는 앵글에 이르면 탄성이 터진다. 남산타워에서 펼쳐지는 특기대원 임중경(강동원)과 공안부 요원의 대결은 ‘김지운식 스타일 액션’의 정점을 찍는다. 마치 춤을 추는 듯 우아하게, 그러나 절도있는 몸짓으로 여러 명의 적을 단숨에 제압하는 강동원의 몸놀림은 흠잡을 데 없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이런 와중에 ‘이보다 더 예쁠 수 없게’ 한효주(이윤희)의 외모를 살려내는 미덕도 잊지 않는다.

하수구를 통해 이어진 지하 공간, 빨갛게 눈만 두드러지는 특기대의 강화복, MG42 기관총부터 고무탄 발사기까지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려내면서도 리얼함을 놓치지 않은 세트와 소품이 빚어내는 미장센도 볼거리다. 디스토피아적 느낌을 살린 무채색의 배경과 절제된 대사 역시 묵직하고 차가운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물론, 빛나는 스타일에 견줘 쫀쫀함이 부족한 스토리에 다소 실망할 관객도 있겠다. 하지만, 김지운식 액션과 스타일은 이런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볼거리를 제공한다. “추천”(★★★)

영화 <인랑>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인랑>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 정지욱 평론가 “용두사미 된 ‘오마주’의 잘못된 예” 영화 시작 5분여간 정우성의 내레이션을 듣는 것부터 피로감이 몰려온다. 분명치 않은 발음 탓에 영화의 중요한 백그라운드를 놓치기 십상이다. 왜 주인공 임중경이 아닌 특기대 훈련소장 장진태(정우성)의 내레이션인가에 대한 의문은 차라리 부차적이다.

영화는 상당 부분 원작에 기댄다. 특기대원 임중경의 트라우마가 되는 소녀의 자폭테러, 중간에 삽입되는 디스토피아적 버전의 동화 <빨간 망토>, 미로와도 같은 수로를 따라가는 카메라의 앵글까지 원작을 오마주한다. 하지만 외적인 부분을 대폭 차용하면서도 영화는 원작의 철학적 성찰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다. 권력기관 내 암투에 사건이 복잡하게 꼬이지만, 그 안에서 통일 반대 세력의 활동 이유가 선명하게 부각되지 않는다. 특기대 해체에 골몰하는 공안부, 과잉진압 논란에도 전체주의적 목적만을 향하는 특기대, 그 속의 암살단 ‘인랑’까지 존재 기반이 분명치 않다. 그러다 보니 ‘조직에 충성하는 늑대가 될 것이냐, 인간으로 살 것이냐’ 사이에서 갈등하는 임중경의 고뇌는 설득력을 얻기에 부족하다. 차라리 임중경과 이윤희의 개인적 서사에 좀 더 집중했더라면….

장르적 성격도 오락가락이다. 에스에프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스토리는 첩보물이며, 중반 이후부터는 멜로물이다. 이것저것 다 욕심을 내다 보니 거대한 시작에 견줘 용두사미가 된 느낌이다. “비추”(★★)

영화 <인랑>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인랑>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 시오타 토키토시 유바리영화제 프로그래머 “스케일 감탄…엔딩은 갸웃” 애니메이션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못지않은 스케일로 완벽하게 실사화했다는 점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일본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원작과 실사를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쏠쏠하겠다. 원작보다 비중이 커진 한상우(김무열), 원작에 없던 구미경(한예리) 등 캐릭터를 새롭게 다듬은 점도 눈에 띈다.

다만, 김지운만의 오리지널리티까지 살려내지는 못한 점은 아쉽다. 원작에 한국적 상황을 적당히 얹은 느낌이랄까. 김지운의 장점은 절묘한 장르의 결합으로 시너지를 내는 것이다. 멜로물과 누아르를 엮어낸 <달콤한 인생>, 역사물에 심리 첩보물의 색을 입힌 <밀정>, 웨스턴 영화와 액션 어드벤처를 찰지게 붙인 <놈놈놈>처럼. 하지만 <인랑>은 여러 장르적 특성이 화학적으로 결합하지는 못한 듯하다. 김지운 작품 중엔 평작이다.

무엇보다 동화 <빨간 망토>를 차용한 원작을 따르면서도 결말이 완전히 다른 점은 의아하다. 도라산에서 신의주로 가는 기차가 상징하는 ‘통일 한국’의 이미지는 잘 살아났지만, 점층적으로 쌓아온 작품의 감성에 맞아 떨어지는지, 원작과 차별화에 성공한 지점인지는 의문이다. “글쎄”(★★☆)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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