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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당신이 살인의 ‘목격자’라면…

등록 2018-08-07 16:32수정 2018-08-07 20:39

영화 ‘목격자’ 15일 개봉

아파트 단지서 벌어진 살인사건
‘모른척 할까’ 갈등하는 소시민 민낯
현실 있음직한 일로 관객에 질문
긴장감 높인 이성민·곽시양 열연
영화 <목격자>의 한 장면. 뉴(NEW) 제공
영화 <목격자>의 한 장면. 뉴(NEW) 제공
“요즘 누가 남의 일에 끼어들어요? 들어도 못 들은 척, 봐도 못 본 척, 다 그런 거죠.”

낮은 산기슭에 위치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참혹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새벽 2시, 술에 취해 퇴근한 상훈(이성민)은 여자의 비명소리에 우연히 베란다를 내다봤다가 살인마 태호(곽시양)와 눈이 마주친다. 손가락으로 상훈의 집 층수와 호수를 헤아리는 태호. 보복이 두려운 나머지 상훈은 살인사건 목격 사실을 숨기고, 상훈이 목격자임을 눈치챈 형사 재엽(김상호)은 계속해서 ‘증언’을 요청한다. 하지만 살인자 태호는 끊임없이 아파트 단지를 맴돌며 대담한 방법으로 상훈을 압박하고, 아내(진경)와 딸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 상훈은 남의 불행에 눈을 감으려 한다.

‘생활밀착형 스릴러’를 내세운 영화 <목격자>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다양한 방식으로 직면하는 ‘현실적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범인은 과연 누구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기존 스릴러 영화의 문법을 과감히 탈피한 이 영화는 처음부터 살인자의 정체를 드러내곤 계속해서 관객에게 묻는다. ‘당신이 상훈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영화 <목격자>의 한 장면. 뉴(NEW) 제공
영화 <목격자>의 한 장면. 뉴(NEW) 제공
영화에는 대단지 아파트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두고 벌어지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반응이 묘사된다. 부녀회장으로 대표되는 대부분의 주민은 애써 일군 자산인 아파트값이 떨어질까봐 전전긍긍한다. ‘피해자가 아파트 주민도 아닌데, 괜히 흉흉한 소문이 돌지 모르니 경찰에 일체 협조하지 말자’는 연명서를 돌리고, “뉴스에 아파트 이름 나오는 거 아니냐”고 불안해하며, 경찰의 탐문수사에 “모른다”는 무심한 대답으로 일관하는 장면은 우리 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집단 이기주의’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시민을 보호해야 할 공권력인 경찰도 올바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사건 당일 들어온 112신고가 없다는 사실에 “신고가 들어왔는데도 여자가 죽었으면 난리 났을 거 아니냐”고 안도하거나 치밀한 수사로 진범을 잡는 것보단 자신들의 성과를 드러내는 언론 플레이에 목매는 모습에 이르면 답답함에 가슴을 치게 된다.

영화 <목격자>의 한 장면. 뉴(NEW) 제공
영화 <목격자>의 한 장면. 뉴(NEW) 제공
<목격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을 주인공 상훈의 심리에 동화되도록 하는 데 힘쓴다. 상훈은 가족 보호라는 가장으로서의 절대적 목표와 이웃이자 민주시민으로서의 의무감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그냥 지키고 싶었어. 당신(아내)과 은지, 그리고 이 집. 잠시 눈 감으면 지나간다고. 다들 그러잖아”라는 대사는 그의 심리적 갈등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괜히 나섰다가 봉변을 당할까 싶어” 모두가 방관하는 사이 누군가 죽거나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드물지 않은 실제 뉴스도 떠올리게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상훈이 느끼는 죄책감과 심리적 갈등에 함께 짓눌리며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영화 <목격자>의 한 장면. 뉴(NEW) 제공
영화 <목격자>의 한 장면. 뉴(NEW) 제공
배우들의 열연은 공감도와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현재 상영 중인 <공작> 속 북한 고위관리 역할과는 다른 평범한 소시민을 자연스럽게 연기한 이성민, 딱 두 문장의 대사 외엔 모든 것을 섬뜩한 눈빛과 몸짓으로 표현해 낸 곽시양은 칭찬할 만하다.

다만, 중반까지 이어지는 현실적이고 심리적인 전개에 견줘 후반부의 추격신과 격투신은 너무 갑작스럽게 영화의 결이 바뀌는 느낌을 준다. 서스펜스와 볼거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장르적 선택임을 감안하더라도 현실성이 다소 떨어져 아쉽다. 15일 개봉.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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