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억’ 소리나는 ‘김정일 얼굴’을 지켜라

등록 2018-08-14 05:00수정 2018-08-14 09:41

소소한 궁금증

영화 ‘공작’ 김정일 재현 위해
6시간 분장, 땀에 떨어질까봐
촬영장 냉동고처럼 온도 유지
비밀별장 찍을땐 주민 신고로
촬영 취소되는 해프닝도
영화 <공작> 속 김정일의 비밀별장 모습. 씨제이이엔엠 제공
영화 <공작> 속 김정일의 비밀별장 모습. 씨제이이엔엠 제공
1990년대 대북 공작원 ‘흑금성’의 실화를 뼈대로 한 영화 <공작>이 개봉 5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무엇보다 관객의 관심을 끄는 것은 영화 속 김정일(기주봉)과 감탄이 나올 만큼 완벽한 미장센이다. 앞서 개봉한 <강철비>가 ‘북한 1호’(김정은)의 모습을 끝까지 드러내지 않은 것에서 보듯 ‘김씨 일가’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어설프게 흉내낼 경우, 자칫 영화의 몰입도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작>의 국수란 프로듀서는 “‘북에 간 남한 스파이가 김정일을 만났다’는 카피에서 보듯 김정일과 그 주변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은 영화의 숙명이었다”고 했다. 과연 <공작> 제작진은 어떻게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고증하고 재현할 수 있었을까?

■ 김정일, 하루 6시간 분장·12시간 촬영…비용은 2억 김정일 특수분장팀은 할리우드에서 <맨 인 블랙3>, <나는 전설이다> 등의 작업을 한 마이클 마리노의 ‘프로스테틱 르네상스’ 팀이다. 세 명의 후보 중 분장팀이 기주봉을 선택했다. 분장 과정도 복잡했다. 기주봉이 먼저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온 몸의 본을 뜨고 분장팀이 석 달 넘게 작업을 한 뒤 두 번이나 시범 테스트를 거쳐 촬영에 돌입했다. 분장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피부와 눈. 국 피디는 “기 배우님이 김정일보다 눈이 약간 몰린 편인데, 다행히 안경을 쓰는 설정이라 커버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분장에 든 총비용은 약 2억원. 순제작비(160억원)를 고려하면, 그 중요성에 견줘 그다지 큰 비용은 아니란다.

복병은 촬영시간. 한 번에 6시간이나 걸리는 분장 시간 탓에 무작정 촬영일을 늘릴 수 없어 김정일이 등장 신은 3일 만에 끝내기로 했다. 할리우드에서는 하루 4시간 이상 촬영을 하지 않는 데다 특수분장에 피부가 상할까 봐 하루 촬영 뒤 이틀 쉬는 방식으로 진행을 한다. 하지만 <공작>은 하루 10~12시간씩 촬영을 해야 했다. 땀 때문에 특수분장이 떨어질까 봐 촬영장에 대형 에어컨을 설치해 ‘냉동고’처럼 차갑게 유지해야 하지만, 여의치 않았다. 국 피디는 “한쪽에 시원한 텐트를 설치하고 땀이 나면 기 배우님을 그 안으로 피신시켰다”고 말했다.

영화 <공작> 속 김정일의 비밀별장 모습. 씨제이이엔엠 제공
영화 <공작> 속 김정일의 비밀별장 모습. 씨제이이엔엠 제공
■ 김정일 몰티즈, 대타까지 2마리 미용·교육 시종일관 김정일을 따라다니는 하얀 강아지도 관객들 사이에 화제다. 윤종빈 감독은 “한 탈북시인의 회고록 <친애하는 지도자에게>에 나온 ‘김정일을 만나러 갔는데 하얀 몰티즈가 발을 핥았다’는 기록을 참조했다”고 밝혔다. 실제 영화에 등장하는 몰티즈는 한 마리지만, 촬영 전에는 만약을 대비해 똑같이 생긴 두 마리를 교육·훈련 시켰다고 한다. 국 피디는 “혹시 강아지가 병이 나는 등의 비상사태를 대비해 새끼 두 마리를 준비했다. 어릴 때부터 관리해야 모질이 좋아지기 때문에 3개월 동안 전담 미용사 관리 하에 두 마리 모두 털의 퀄리티를 관리했고, 사람과 친해지도록 전문 업체에 맡겨 훈련했다. 두 마리의 미용·샴푸·훈련 비용 등이 총 2500만원에 달했다”고 전했다. 또 “시나리오상 김정일이 몰티즈를 안고 있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에 기주봉 배우도 자주 훈련장을 찾아 강아지와 교감을 나눴고, 촬영 이틀 전부터는 동고동락하며 데리고 지냈다”고 덧붙였다.

■ 김정일 별장, 360여평에 높이 7m…외부공사만 6억 김정일의 비밀별장은 그 규모 면에서 압도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일 별장은 <공작> 촬영을 위해 안성 디마 세트장에 실제로 지었다고 한다. 360여평(1200㎡)이 넘고 높이가 7m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박일현 미술감독은 “내부 장식을 제외하고 세트 제작에만 약 6억원 정도가 들었고, 디자인 기간을 빼고 시공에만 50일이 걸렸다”며 “실제 별장의 내부 자료는 구할 수 없어 북한 및 동유럽 사회주의 건축양식과 벽화 등을 토대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내부는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표방하는 사회주의 낙원을 표현하기 위해 과장된 벽화와 신전의 기둥양식을 통해 괴이하게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 박 미술감독의 설명이다.

촬영 중 우여곡절도 많았다. 박 미술감독은 “초대소 외부를 지방에 있는 대학교 건물에 북한식 장식을 세팅해 놓고 촬영을 하려 했는데, 누군가 신고를 해 국가 기관에서 출동하고 학교 쪽에서 촬영을 취소하는 등 위기를 겪기도 했다”고 전했다. 다행히 오해가 풀려 얼마 후 촬영은 예정대로 진행됐다고 한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