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차 연상연하 커플 ‘불멸의 사랑’ 억지는 뺐다-프라임 러브
영화 ‘프라임 러브’
“나한텐 너보다 더 오래 된(나이가 많은) 티셔츠가 있어.” 우연히 만나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 라피(우마 서먼)가 데이브(브라이언 그린버그)의 나이를 듣고서 기겁하듯 던진 말이다. 뉴욕의 잘 나가는 37살 커리어우먼 라피와 대학을 이제 갓 졸업한 23살 철부지 데이브의 조합은 한낱 티셔츠 앞에서도 위약하다. 하지만 시작이 그럴 뿐, 사실 30대 중년 여성의 권태와 안락한 집, 20대 청년의 정력과 치기 어린 방황이 맞물리는 완전 조합의 가능성을 숨기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 원제가 ‘더할나위 없는’을 뜻하는 ‘프라임’이다. 8일 개봉하는 <프라임 러브>는 14살 차이 커플이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가며 그 사랑에 자신들 또한 커가는 로맨틱 코미디다. 사실 점점 나이 차를 벌여가는 것말고는 진부할 수밖에 없는 연상녀-연하남 소재. 그래서 그 격차를 이겨내려는 주인공들의 이 악문 사랑으로 관객은 더 많이 부담스럽고, 고통스러워야 했던 소재다. 비록 결이 다르긴 하나 <프라임 러브>는 <사랑니>나 <도쿄타워>의 무게, 공허함을 코미디적 장기에 기대 애당초 무심한 듯 가볍게 넘어선다. 마치 20대의 것을 다루듯, 감성적이고 익살스럽게 가봉되는 라피와 데이브의 사랑 풍경엔 억지와 고통이 없다. 인상적인 갈무리 덕택이 크다. 데이브는 “서서히 어른다워지는 중”이라며 자신의 치기에 실망한 라피를 어르기도 하고,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라피는 그 책임마저 감수하려는 데이브의 믿음직한 사랑을 확인하지만 거기까지. 순간 화면은 바뀌고 1년의 시간이 흘러, 헤어진 둘은 스냅사진 한 컷처럼 마주친다. 뜨겁던 사랑이 어울렸던 뉴욕의 봄, 여름을 지나, 한 뼘 더 자란 데이브와 한층 더 여유로워진 라피의 표정은 뉴욕의 겨울에 대비되어, 퍽 따뜻하다. 우마 서먼의 중후한 멋은 10대마저 유혹할 법하다. 산드라 블럭이 시놉시스를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우마 서먼이 대신 라피를 맡게 되었는데, 그 덕에 영화는 허무맹랑한 코믹 로맨스에서 자유롭다. 재미와 갈등의 상당 부분이 이혼으로 아파한 라피를 치유해줬던 상담가, 리사(메릴 스트립)로부터 직조된다. 데이브와의 방사까지 다 털어놨는데, 그가 데이브의 엄마일 줄이야. 모든 사랑은 삶의 종착지가 아니라 경유지에 가까워 보인다. 그래서 80~90분짜리 멜로 영화의 끝이 불멸의 사랑이 맹세되는 지점이 될 때마다, 영화적 편의에 의해 폭행당한 사랑인 양 비현실적이고 마뜩찮았다. 이 영화에서 리사는 어린 아들 데이브에게 말한다. “때론 사랑하고 뭔가 배우고 그러곤… 새출발하는 거야.” <보일러 룸>으로 데뷔한 벤 영거 감독이 8년을 품들여 만들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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