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애호가들에게 ‘죽기 전에 꼭 봐야할 명작’으로 꼽히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10년만에 재개봉한다.
지난 주말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다양성영화 박스오피스 순위에는 10년 만에 재개봉한 영화 제목이 등장했다.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9일 재개봉)가 올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어느 가족>에 이어 2위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노인을…>는 2008년 개봉 당시 누적관객수가 약 7만명에 그쳤지만, 시네필 사이에선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명작’으로 꼽힌다.
최근 유행처럼 번진 재개봉이 올해도 줄을 잇고 있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일회성 이벤트 성격이 강했던 재개봉은 이제 영화 시장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실제 영진위 통계를 보면, 2013년 34편(매출액 37억여원)에 불과했던 재개봉은 2015년 45편(62억여원), 2016년 90편(105억여원), 2017년 87편(77억여원)으로 몇 년새 2~2.5배나 커졌다.
시장이 확대되다 보니 ‘홍보 전략’도 다양해졌다. 최신 기술과 접목한 업그레이드를 앞세우는가 하면, 개봉 10주년·20주년 등 ‘기념일’을 내세우기도 하고, 새 시리즈 개봉 등의 이슈를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핑계 없는 재개봉은 없는 셈’이다.
2013년 개봉 때도 ‘역대급 비주얼’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그래비티’는 관객들에게 한층 더 짜릿함을 선사하는 발전된 기술로 5년만에 스크린에 걸린다.
29일 재개봉하는 ‘과학자의 우주표류기’ <그래비티>는 2013년 당시 2D는 물론 아이맥스 3D 버전으로도 개봉해 ‘역대급 비주얼’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322만여명을 동원했다. 재개봉은 기술의 업그레이드를 한층 더 강조하고 나섰다. 2D, 3D뿐 아니라 4DX와 최첨단 기술인 아이맥스 레이저 3D 버전으로도 개봉하기 때문이다. 아이맥스 레이저 상영관은 일반 상영관보다 5배 이상 큰 스크린(31m×22.4m)과 고해상도 레이저 영사기를 갖추고 있어 기존보다 50% 더 밝고, 2배 더 선명한 화면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그래비티> 홍보사 관계자는 “이 작품은 첫 개봉 당시부터 아이맥스 필람 영화로 불렸다. 새로운 기술과 접목한 이번 재개봉으로 마치 우주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짜릿한 황홀경을 맛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자랑했다. 이런 마케팅에 힘 입어 <그래비티>는 22일 실시간 예매율 6위를 기록 중이다.
앞서 지난 6월 재개봉한 <아바타> 역시 기술의 비약적 진보를 확인케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4DX 버전의 경우, 2009년 개봉 당시 모션체어가 좌우·전후로만 움직였던 것에 견줘 재개봉 땐 상하·좌우·전후 움직임에 회전까지 가능했고, 향기·온풍·물분사·플래시 효과까지 접목했다. 또 4DX스크린X 버전의 경우, 좌·우 벽면까지 스크린으로 활용해 판도라 행성에 서 있는 듯한 환상적 느낌을 선사했다.
10주년·20주년 기념 재개봉도 줄을 잇고 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아바타>에 이어 <테이큰>이 10주년을 기념해 9월 재개봉을 확정했다. 앞서 올 2월에는 <타이타닉>이 20주년 기념 재개봉을 한 바 있다. <타이타닉>은 1997년 개봉 이후 2012년에도 재개봉을 해 36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저력을 보였고, 올해 두 번째 재개봉에서도 5만명 넘는 관객을 끌어모았다.
‘미션 임파서블: 폴 아웃’ 개봉에 맞춰 톰 크루즈의 32년 전 모습이 담긴 ‘탑건’(1986년작)도 재개봉한다.
최근 떠오른 새로운 이슈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재개봉 전략 중 하나다. 오는 29일 재개봉하는 톰 크루즈 주연의<탑건>이 대표적이다. 올 여름 톰 크루즈의 신작 <미션 임파서블: 폴 아웃>에 ‘얹혀가는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고, 할리우드에서 <탑건2>를 제작한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며 화제를 모았다. <탑건> 홍보사 로스크 김태주 실장은 “개봉 당시 미국에서만 오에스티(OST)가 900만장 넘게 팔릴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끈 작품이다. 40~50대에겐 추억을, 젊은 세대에겐 ‘톰 크루즈의 꽃미남 시절’을 엿보는 재미를 선사할 것”이라며 “또 2012년 세상을 떠난 토니 스콧 감독의 명작을 다시 본다는 의미도 크다”고 말했다. 고 휘트니 휴스턴의 다큐영화 <휘트니> 개봉과 맞물려 그의 주연작 <보디가드>가 9월 개봉을 확정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휘트니 휴스턴을 다룬 다큐 ‘휘트니’ 개봉을 맞아 그가 주연을 맡아 인기를 끌었던 1992년 작품 ‘보디 가드’가 재개봉한다.
한 수입배급사 관계자는 “재개봉은 인지도가 확보된 작품인 만큼 홍보비 부담이 적고 일정 수준의 관객이 확보된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손익분기점이 낮아 나름의 틈새시장으로 자리를 잡았다”며 “다만, IPTV나 넷플릭스 등 보고싶은 영화를 볼 수 있는 통로가 많아진 만큼 적절한 시점, 적절한 타깃, 적절한 마케팅 포인트 등 재개봉 전략은 더 세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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