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오른쪽)과 전양준 집행위원장이 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개·폐막작과 올해 행사 계획 등을 발표하고 있다.
“화합과 정상화, 그리고 새로운 도약의 원년.”(이용관 이사장)
다음달 4일 개막해 13일까지 열리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4일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개·폐막작과 올해 행사 계획 등을 발표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2014년 <다이빙벨> 상영을 둘러싼 블랙리스트 사태와 부산시와의 갈등, 그로 인한 영화인단체들의 보이콧 등이 일단락되며 정상화 수순을 밟은 첫 영화제로 평가된다. 특히 집행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났던 이용관 이사장의 복귀로 영화제가 그간의 갈등과 상처를 씻고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뷰티풀 데이즈’의 주연 배우 이나영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개·폐막작은 윤재호 감독의 <뷰티풀 데이즈>와 중국 원화평 감독의 <엽문 외전>이다. <뷰티풀 데이즈>는 배우 이나영이 6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복귀작으로, 어린 나이에 아들을 낳은 뒤 남편과 아들을 버리고 한국에 온 탈북 여성의 고통스러운 생존기를 그린다. 배우 이나영은 “비극적 사건을 겪었음에도 삶에 지지 않고 담담하게 살아나가는 캐릭터에 마음을 빼앗겨 출연을 결정했다”고 애정을 표했다.
폐막작인 <엽문 외전>은 할리우드에서 <매트릭스>와 <킬빌> 등의 무술감독을 맡으며 홍콩 정통 무술을 세계에 알린 원화평 감독의 최신작으로, 침체했던 홍콩 액션 영화의 부활을 알리는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올해 영화제 초청작은 79개국 323편으로 월드프리미어 부문 115편(장편 85편, 단편 30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부문 25편(장편 24편, 단편 1편) 등이다. 특히 올해는 영화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고민하는 ‘부산 클래식’이 신설돼 영화사적으로 의미가 큰 13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오손 웰즈의 미완성 유작으로 최근 완성돼 베니스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바람의 저편>이 아시아 최초로 공개된다. 올해 세상을 떠난 두 거장인 밀로스 포먼의 데뷔작 <블랙 피터> 디지털 복원판과 비토리오 타비아니의 <파드레 파드로네> 등도 상영된다. 스웨덴 거장 잉마르 베리만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제7의 봉인>도 관객과 만난다.
특별기획 프로그램은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 역사를 지닌 국가 중 하나인 ‘필리핀 영화 100주년 특별전’이 마련돼 <3세계 영웅>(마이크 데 레온 감독) 등 10편을 소개한다. 한국영화 회고전에는 이장호 감독이 선정돼 그의 데뷔작 <별들의 고향>(1974)을 비롯해 <바람불어 좋은 날>(1980), <바보선언>(1983) 등 대표작 8편이 선보인다.
영화제는 고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를 기리는 영화 제작에도 나선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김지석 추모사업회를 중심으로 부산영화제, 부산시가 협조해 2억 규모의 다큐멘터리 제작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용관 이사장과 전양준 위원장 사이의 갈등을 우려하는 데 대해 이 이사장은 “일각에서 제기된 집행위원장과 이사장의 소통문제는 사실이었다. 개인적 문제이기 때문에 간극을 좁혀가는 과정을 겪었다”며 “서두르지 않고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 외압이 있을 때 상상초월하는 상처를 입게 된 조직 내부의 문제가 무엇인지도 집행위원들 중심으로 꾸린 특별위원회를 통해 고민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양준 위원장은 “이사장과 저의 문제보다는 김동호 전 이사장·강수연 전 집행위원장과의 관계회복이 시급하다고 생각해 다양한 통로를 통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