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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이용관 “블록체인 활용한 온·오프 영화축제 꿈꾼다”

등록 2018-09-06 17:39수정 2018-09-06 19:28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인터뷰

‘화합과 정상화·도약’ 내걸고
집행위원장에서 이사장으로 컴백

영화계 파행 등으로 소원해진
김동호 전 이사장과도 소주 한잔
“아랫사람이 풀어드리는 게 순리”

‘축제’에 방점 찍은 영화제로
시민참여·관객참여 프로 확대
‘부산 프린지 페스티벌’ 꿈꿔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이 6일 오전 서울 안국동 부산국제영화제 사무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첫 질문에 쏟아놓은 긴 답변을 통해 그가 얼마나 많은 고심을 거쳤는지 알 수 있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이 6일 오전 서울 안국동 부산국제영화제 사무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첫 질문에 쏟아놓은 긴 답변을 통해 그가 얼마나 많은 고심을 거쳤는지 알 수 있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과거지향보다 미래지향적 생각을 하는 데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어요. 지난 3년여간 어려움을 겪으며 내적 분노도 많이 쌓였는데, 이젠 스스로의 옹졸함을 돌아보게 돼요. 영화계 선배이자 큰형으로서 역할이 뭘까. 온라인 시대 오프라인 영화제의 발전 방향이 요즘 제 주된 관심사예요.”

6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서 마주한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시종일관 “허허허” 너털웃음으로 대답을 마무리했다. 올 초 영화제에 복귀한 뒤 7개월여만의 첫 인터뷰를 알차게 하고 싶어 준비하느라 밤잠을 설쳤다고 했다. 2014년 <다이빙벨> 사태로 집행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3년 만에 이사장으로 돌아올 때, ‘상처 입은 용’이 과연 조직을 잘 추스르고 다시 날 수 있을지 영화계 안팎의 걱정도 많았다. 그러나 그는 “이제 편안해졌다”고 했다.

영화계 블랙리스트 사태와 영화제 파행, 정권의 표적 기소로 법적 공방까지 겪는 동안 사이가 벌어졌던 김동호 전 이사장과도 화해의 첫걸음을 뗐다. “며칠 전 만나 뵙고 소주 한잔 했습니다. 먼저 사과하고 화해하라는 영화계의 요구가 많았는데, 저도 그간의 서운함이 앞서 잘 안 되더라고요. 근데, 자주 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 전 이사장도 딱 부러지게 답을 주진 않으셨지만, 아랫사람이 풀어드리는 게 순리 같아요.” 함께 복귀한 전양준 집행위원장과는 손발이 잘 맞느냐고 물으니 “알고 지낸 세월이 34년이라 그런지 별거했던 부부가 재결합한 느낌”이라는 표현으로 긴 대답을 대신했다.

그가 이렇게 편안한 마음을 먹은 데는 지난해 고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큰 영향을 미쳤다. “처음엔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많은 이들을 원망했는데, 차츰 지석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의 떠난 자리를 잘 갈무리하는 것이란 걸 알겠더군요. 김지석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려는 것도, 지석영화연구소(가칭)를 만들려는 것도 다 그런 의미죠.” 원망이 사그라들자 주변이 더 넓게 보였다. 김지석 외에도 영화제를 함께 일군 김동호 전 이사장의 업적도 영화제가 기리고 간직해야 할 일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영화제의 밑돌을 놓은 김동호 이사장의 이름을 딴 ‘이스트 타이거’(East Tiger) 섹션을 만들면 어떨까 싶어요. 이것도 화해의 길로 가는 한 방법 아닐까요?”

집행위원장으로 영화제와 함께 한 시간이 길었던 만큼 이사장이란 직함과 역할에 적응이 잘 안 된다는 이 이사장은 요즘 영화제의 정체성과 조직구조, 역할에 관심이 쏠려있다. 페스티벌, 마켓, 교육지원, 콘퍼런스 역할까지 모두 겸하며 덩치가 커진 영화제를 어떻게 하면 다른 영역과 결합해 시너지를 내도록 하느냐가 주된 고민거리다. “제가 집행위원장 오래 해봤잖아요? 프로그램과 영화제 운영은 집행위원장 몫이 크고, 이사장은 그걸 서포트해주는 큰 그림을 그려야 돼요. 마켓은 이제 필름만으로는 경쟁력이 없어요. 한류라는 키워드로 드라마, 웹드라마 등 다른 장르까지 포괄하는 토털마켓을 구축해야 해요. 영화진흥위원회, 콘텐츠진흥원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티에프를 꾸려 고민 중입니다. 내년 영화제서 토털마켓의 시동을 거는 게 목표예요.” 아시아 영화인의 교육 허브 역할은 올해 부산으로 이전한 한국영화아카데미에 넘겨 아시아영화아카데미로서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함께 하는 것으로 영진위와 정리가 되고 있다. 콘퍼런스 역할은 지석영화연구소를 통해 영화와 인문학이 만나는 장을 마련하는 것으로 전환하려고 고민하고 있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이 6일 오전 서울 안국동 부산국제영화제 사무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첫 질문에 쏟아놓은 긴 답변을 통해 그가 얼마나 많은 고심을 거쳤는지 알 수 있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이 6일 오전 서울 안국동 부산국제영화제 사무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첫 질문에 쏟아놓은 긴 답변을 통해 그가 얼마나 많은 고심을 거쳤는지 알 수 있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렇게 되면 영화제는 페스티벌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요. 우선 시민참여·관객참여형 프로그램을 늘리는 것으로 페스티벌의 영역을 확장해보려고요. 부산의 영화단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민들이 자체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는 거죠. 올해 남포동에서 ‘커뮤니티 비프’라는 이름으로 일단 시작해요. 일종의 프린지 페스티벌 형태를 꿈꾸는 거죠.”

능동적 시민참여에 대한 고민은 결국 온라인 중심의 환경변화 속에서 오프라인 페스티벌의 방향성과 궤를 같이하게 됐다. “그래서 요즘 제가 블록체인에 관심이 많아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페스티벌을 고민하는 거죠. 예를 들어 이창동 감독의 <버닝>을 블록 체인화 해서 블록에 참여한 전 세계인들이 공유하는 거죠. 그리고 난 뒤 수천 명이 모여 ‘우리 비닐하우스에서 이러저러한 행사를 해보자’라고 의견을 모으는 거예요. 그럼 영화제는 오프라인 행사의 판을 깔아주는 방식으로 온·오프 통합 페스티벌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게 장기적인 저의 비전입니다.”

이용관 이사장은 앞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23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키워드를 “화합과 정상화, 그리고 새로운 도약의 원년”이라고 제시한 바 있다. “비유적으로 설명하자면, 영화제의 상태는 이렇습니다. 환자가 수술하러 병원에 갔는데, 수술하기엔 몸이 허약하니 일단 체력을 회복해야 하는 상황. 내부적으로 아시아 중심의 영화제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어떤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을 철학과 자긍심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다이빙벨> 사태로 촉발된 위기는 조직에 큰 상처를 남겼지만 깨달음의 기회도 제공했어요.” 올해 영화제를 무사히 치른 뒤에 영화제와 영화의전당 통합문제, 집행위원장 중심으로 영화제 조직을 재편하는 정관개정의 문제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내년 초 이사회 총회 때는 두 가지 중요한 과제를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구체적 스케줄도 내놨다.

다행히 외부적 토대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정적이며 우호적이다. “함께 영화제를 일군 오석근 감독이 영진위원장이 됐잖아요. 오거돈 부산시장은 영화제를 만들 당시 시의 담당 과장이었어요. 영화제를 잘 아는 분들과의 협업이니 일단 말이 너무 잘 통한달까?”

이용관 이사장은 34년을 부산에 뿌리내렸지만, 아직도 지역으로부터는 ‘서울 사람들 불러 내려와 영화제를 차지했다’ 는 평가를, 서울 영화계로부터는 ‘부산 사람 다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이것도 요새는 혹독한 평가나 콤플렉스가 아니라 경계인으로서의 즐거움으로 인식이 되더라고요. 지역 문화계와 즐거운 밀당을 하며 부산국제영화제를 화끈한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보려고요.”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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