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의 한 장면.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길었던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시네필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부산국제영화제’(10월4~13일) 시즌이 돌아왔다. 작가주의 성향이 강한 마니아풍 영화부터 대중성이 강한 영화까지 총 79개국 324편의 각양각색 영화가 관객을 기다린다. 영화제 기간 “시간은 금”이다. 고르고 또 골라 완벽한 ‘관람 시간표’를 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전 예매가 이미 27일 이미 시작돼 마음이 급할 터. 하지만 실망은 이르다. 현장 판매분이 있으므로 당일 구매도 노려볼 만하다. <한겨레>가 놓쳐서는 안 될 부산국제영화제 화제작들을 소개한다.
나단 라비키 감독의 <가버나움>.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먼저 세계 영화제를 홀린 거장들의 영화다. 올해 베니스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를 주목하자. <그래비티>를 만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5년 만의 신작으로, 유년 시절 자신을 길러준 여성들에 대한 감사와 애정을 담은 자전적 이야기다. 1970년대 초반 혼란한 시대를 지나며 여러 일을 겪어야 했던 멕시코시티 로마 지역에 사는 클레오의 삶을 되짚는 영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기 때문에 극장 상영으론 이번 영화제가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코엔 형제의 <카우보이의 노래>.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코엔 형제의 <카우보이의 노래> 역시 기대작이다. 올해 베니스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다. 버스터 스크럭트라는 한 남자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서부 개척 시대 여섯 가지 이야기를 담았다. 정교한 연출과 입체적이고 다채로운 캐릭터들의 향연이 “역시 코엔 형제”라는 찬사는 불러일으킨다는 소문이다. 리암 니슨과 제임스 프랭코가 출연해 화제다. 넷플릭스 배급이라 극장 관람을 원한다면 부산에서 만나는 것이 최선이다.
지아장커 감독의 <애쉬: 감독판>.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올해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나단 라비키 감독의 <가버나움>도 놓쳐서는 안 된다. 레바논 베이루트 슬럼가에 살아가는 열두살 소년이 부모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자 부모에게 소송을 제기하는, 조금은 황당한 상황에 기반한 영화다. 칸에서 심사위원들의 눈물과 콧물을 다 뺄 정도였다니 손수건은 필수.
아시아 영화도 건너뛸 순 없다. 중국의 자존심 지아장커 감독의 <애쉬: 감독판>도 목록에 올려두자. 깡패와 한 여인의 15년에 걸친 폭력과 사랑, 고독함을 그린 진한 로맨스 영화다. 제목에서 뜻하는 ‘애쉬’(재)가 의미하는 바를 뒤쫓아 감상하라는 것이 프로그래머들의 추천이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미래의 미라이>.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미야자키 하야오의 뒤를 잇는 일본 감독으로 호평을 받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신작 <미래의 미라이>도 만나보자. 여동생이 태어나자 부모님의 사랑을 빼앗겨 속상한 네 살 어린이 쿤이 미래에서 온 동생 미라이를 만나 함께 시간여행을 떠나고 점차 오빠다움을 깨닫게 되는 내용이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거느린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또다시 ‘시간’을 소재로 한 영화로 한국 관객을 홀릴지 관심이 쏠린다.
한국 영화로 올해 개막작으로 선정된 <뷰티풀 데이즈>는 14년 만에 아들을 만난 한 탈북여성의 이야기다. 배우 이나영의 복귀작이다. “시의적절하게 탈북민 문제를 다룬 것에 큰 의미를 두었다”는 것이 부산국제영화제 쪽의 설명이다.
장률 감독의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장률 감독의 신작으로, 올해 갈라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된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도 부산에서 만날 수 있다. 갑자기 군산 여행을 가게 된 남녀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문소리·박해일·정진영·박소담·명계남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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