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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X새끼” 욕설에 연대의 감정 실은 ‘미쓰백’ 한지민

등록 2018-10-03 15:38수정 2018-10-04 01:29

아동학대 다룬 ‘미쓰백’서 ‘백상아’ 열연
청순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서 변신
“캐릭터에 대한 애정으로 출연 결정”
“백상아의 연민은 모성보다는 ‘연대’ 감정”
배우 한지민. BH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한지민.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욕도 잘하고 담배도 잘 피우고 침도 잘 뱉더라’는 말에 이리도 기뻐하는 ‘여자’가 또 있을까. 촉촉한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그 작고 예쁜 입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몇 번이나 되물었다. “정말 어색하지 않았나요? 진짜 다행이네요.”

영화 <미쓰백> 개봉(11일)을 앞두고 종로구 삼청동에서 마주한 배우 한지민(36)은 한결 단단해져 있었다. “관객이 충분히 불편해할 수 있는 소재인 데다, 한지민이 이런 역할에 어울리겠냐는 물음표가 나올 걸 알면서도 시나리오를 받아든 순간 망설임이 없었다”고 했다. 그 흔한 ‘이미지 변신’ 때문이 아니라 캐릭터에 대한 짙은 연민과 애정이 이유였다.

<미쓰백>은 어린 나이에 스스로를 지키려다 전과자가 돼 외롭게 살아가던 백상아(한지민)가 친부와 계모의 학대에 시달리는 가혹한 현실에서 탈출하려는 아이 지은(감시아)을 구하기 위해 세상과 맞서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신산한 삶을 살아내는 영화 속 캐릭터 ‘백상아’의 주름을 만들기 위해 한지민은 “촬영 내내 로션 한 번 바르지 않았고, 얼굴에 기미도 잔뜩 그려 달라”고 했단다. 그래서일까? 청순하고 사랑스러운 ‘방부제 외모’로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그와 영화 속 백상아가 동일인인가 고개가 갸우뚱해질 지경이었다.

평소의 그와 너무 거리가 먼 캐릭터를 연기하느라 어렵진 않았을까? “제가 사회복지를 전공했잖아요? 그래서 아동학대 뉴스를 볼 때마다 ‘X새끼, 쓰레기’ 따위의 비속어는 저절로 터져 나오는 편이라 (웃음) 욕하는 연기는 어려움이 없었어요. 담배도 <밀정>을 찍을 때 이미 경험해서 괜찮았고요. 근데, 침 뱉는 게 진짜 어렵더라고요. 하하하.”

배우 한지민. BH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한지민.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옷, 머리 스타일, 시선 처리까지 디테일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영화 시작 5분 만에 평소 한지민 이미지가 지워지지 않으면 관객이 몰입하기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작은 행동까지 연구를 많이 했죠. 예를 들어 (백)상아는 상처가 많은 인물이라 사람을 볼 때 똑바로 쳐다보지 못 할 것 같았어요. 지은(감시아)을 볼 때도 눈을 맞추지 않고 비뚤게 흘겨보자 생각했어요. 머리는 소싯적 맥주로 빤 듯 (웃음) 푸석푸석한 노란색으로 탈색했죠.”

영화 속 백상아는 ‘엄마’라는 단어만 나와도 버림받은 사실에 분노가 폭발하고, 자기애라고는 눈곱 만큼도 없으며, 하루하루 의미 없이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자신과 비슷한 상처를 가진 아이를 만나며 조금씩 세상에 대한 벽을 허물어간다. “어떤 분들은 상아가 지은이에게 느끼는 감정을 모성애라고 보시던데, 사실 상아는 그 감정이 모성애인지조차 몰랐을 거예요. 받아본 적이 없으니. 자꾸만 틈새를 파고드는 연민과 동질감에 불편해하다 어느 순간 ‘연대’의 감정이 싹트지 않았을까요? 그 아이의 미래가 나와 같을지 모른단 생각에 안아주고 싶었을 거예요.”

영화 <미쓰백>의 한 장면. 리틀빅픽쳐스 제공
영화 <미쓰백>의 한 장면. 리틀빅픽쳐스 제공
아동학대를 소재로 하지만, 실제 가혹한 구타 장면 등은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장면이 전환되는 와중에도 불편하고 끔찍한 상상은 계속된다. “감독님 이하 모두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지은 역의 시아를 보호하는 것이었어요. 컷 사인이 나면 절대 시아를 지은이라 부르지 말라는 게 첫 번째 수칙이었죠. 배역과 아이를 분리하는 게 중요했어요.”

다리를 의자에 턱 올린 채 게걸스럽게 국밥을 먹고, 머리채를 뜯으며 몸싸움을 하고, 눈물이 범벅된 채 가슴을 치며 목놓아 울고….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몸을 사리지 않는 ‘의외의 연기’를 펼친 한지민에게선 남편이 목욕하는 화장실에 들어와 태연하게 볼일을 보고, 마트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드라마 <아는 와이프> 속 ‘서우진’의 모습도 겹친다. “어느 순간이 되자 내가 너무 고심해서 필모(그래피)를 고르는 것 아닌가 싶었다”며 “나이가 들면서 좀 내려놓고 도전해 보는 용기를 내보려 한다”고 했다.

용기는 새로운 경험을 가능케 한다. 4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사회도 맡게 된 한지민은 “부산영화제는 처음인데, 무엇보다 해운대 포장마차에서 술 마실 생각에 설렌다”며 웃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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