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과 함께 들로 산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시네필이라면 영화와 함께 하는 나들이가 제일 즐거운 법. 늦가을, 취향을 저격하는 다양한 영화제가 찾아온다. 평소 멀티플렉스에서는 만나기 힘들었던 영화들을 골라보는 재미를 톡톡히 느껴보자.
오는 25일~다음 달 4일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 등에서 열리는 제4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는 음식을 테마로 한 작품을 한 보따리 풀어놓는다. 음식영화를 통해 전 세계 곳곳의 다양한 삶과 문화를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취지에 맞게 올해도 전 세계 60여편의 음식영화가 관객을 찾는다. 개막작은 <알베르트 아드리아의 재구성>으로, 역사상 가장 훌륭한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엘 불리’를 만든 천재 요리사 알베르트 아드리아의 요리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받은 최신작과 국내 미공개작을 모은 ‘새로운 맛의 발견’, 음식영화의 고전을 모은 ‘클래식 레시피’, 건강한 식문화를 고민해보는 ‘지속가능한 밥상’, 전 세계 유명 세프의 요리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셰프의 스페셜’ 등 다양한 섹션에서 취향별로 영화를 골라서 맛볼 수 있다. 스페인의 영화유산과 음식문화를 소개하는 ‘특별전 2018: 스페인의 맛’도 마련됐다.
특히 올해엔 남산골 한옥마을에서도 행사가 열려 야외 무료상영, 먹거리 야시장 등의 부대 행사도 즐길 수 있다. 영화와 음식을 함께 즐기는 ‘먹으면서 보는 영화관’ 등 행사도 빠뜨리지 말자.
아시아 유일의 건축영화제인 제10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도 25~29일 이화여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린다. 올해는 ‘건축을 다시 생각하다’를 주제로 17개국 24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개막작 <시민 제인: 도시를 위해 싸우다>는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운동가인 미국의 제인 제이콥스가 자본의 논리에 따른 도시개발에 맞서 뉴욕을 살리기 위해 벌인 투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올해엔 ‘시네마A’ 섹션을 신설해 건축물 혹은 건축적인 아이디어를 영화의 주된 모티브로 활용한 클래식 영화를 소개한다. ‘시선’ 섹션은 올해의 시간과 공간을 기억하고 돌아보게 하는 ‘기억의 건축’, 여성과 건축이라는 연결 고리를 고민하는 ‘여성-건축’으로 구성돼 한 해의 건축과 공간의 흐름을 훑을 수 있게 했다. 또 유명 건축사와 건물을 소개하는 영화를 모은 ‘마스터&마스터피스’ 섹션에서는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을 설계한 건축사 케빈 로쉬의 일생을 담은 다큐 <케빈 로쉬: 과묵한 건축사> 등을 상영한다.
성 소수자의 인권을 지지하고 이들의 예술적 교류와 문화적 연대를 도모하는 서울프라이드페스티벌 행사 중 하나인
서울프라이드영화제도 다음달 1~7일 씨지브이(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다.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로 31국에서 온 78편의 퀴어영화가 상영된다. 개막작은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인 김준식 감독의 <계절과 계절 사이>다. 지방 소도시에서 카페를 연 해수(이영진)와 아르바이트생 예진(윤혜리)의 이야기를 다룬다. 올해 신설된 오픈 프라이드 섹션에서는 강상우 감독의 <백서>를 비롯해 <줄탁동시>, <얼음강> 등이 상영된다. <백서>는 병역거부를 준비하면서 병역거부 소견서를 써야 했던 강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폐막작은 <스텝 포 유>, <모텔 속 그들>, <썸 모어>, <차장님은 연애 중>, <바잉 미> 등 15~30분 안팎의 단편 영화 5편이 선정됐다.
이밖에 영상예술을 매개로 무용의 세계를 그려낸 무용영화들을 모아 선보이는 제2회
서울무용영화제도 다음 달 2~4일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에서 열린다. 개막작은 <잉마르 베리만-안무가의 눈으로 바라보다>로, 네 명의 안무가가 북유럽을 대표하는 스웨덴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을 재해석해 만든 작품이다. 폐막작은 세계 현대무용의 새 역사를 썼다는 평가를 받는 이스라엘의 오하드 나하린의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 가가>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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