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클린턴·오바마·NBC…‘트럼프 메이커’들 까발리다

등록 2018-11-18 17:40수정 2018-11-21 11:51

마이클 무어 신작 다큐
마이클 무어의 신작 다큐멘터리<화씨 11/9 트럼프의 시대>. 진진/누리픽쳐스 제공.
마이클 무어의 신작 다큐멘터리<화씨 11/9 트럼프의 시대>. 진진/누리픽쳐스 제공.
마이클 무어에 따르면, 이렇다. 도널드 트럼프는 자신의 출연료를 인상시키려는 쇼를 하려다 미국 대선에 출마하게 됐다.

<엔비시>(NBC)의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에 출연중이던 트럼프는 이 방송사의 프로그램 ‘보이스’의 가수 그웬 러네이 스테파니보다 출연료가 적자, 대선 출마 쇼를 기획했다. 일당 50달러짜리의 알바들로 열렬한 지지층을 조작해, 자신이 스테파니 보다도 인기가 높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었다. 그러다, 선을 넘었다. 인종주의가 섞인 막말을 쏟아내다 그는 출연료 인상이 아니라, 출연 정지를 당한 것이다.

그런데 상황이 다르게 돌아갔다. 가짜 대선 출마 선언과 막말이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트럼프 역시 대선 출마가 좋은 장사라는 것을 알게 됐다. 아니, 그보다는 방송 등 언론들이 그의 황당한 대선 출마와 막말에서 진짜 ‘리얼리티 쇼’의 가능성을 본 것이다. 공짜로 굴러들어온 시청률 올리기였다. 방송들은 트럼프의 대선 출마를 조롱하면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전했다.

진진/누리픽쳐스 제공
진진/누리픽쳐스 제공
<시엔엔>(CNN) <엔비시> 사장을 지낸 제프 저커는 트럼프 유세 중계가 뉴스 가치 때문인지 시청률 때문인지 질문받자 “아…” 하다 그냥 웃어버렸다. 레스 문베스 <시비에스>(CBS) 사장도 진실을 토로한다. “예상치 못한 고공행진이죠. 누가 이런 서커스가 등장할 줄 알았나요. 미국엔 악재일지 몰라도 시비에스에는 엄청난 호재이죠. 돈이 굴러들어와요. 놀랍죠.”

처음에는 트럼프 놀려먹기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트럼프가 언론을 갖고 놀기 시작했다. 트럼프의 막말은 미국 대중을 격동시키는 담론이 되기 시작했고, 그 결과는 트럼프 자신도 예상 못한, 2016년 11월8일 대선 승리로 이어졌다. .

미국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의 <화씨 11/9: 트럼프의 시대>는 세계 최강국 미국의 어이없고 한심한 모습을 담았던 기존 작품의 종합판이다. 그는 <볼링 포 콜럼바인>, <화씨 9/11>, <식코>, <다음 침공은 어디?> 같은 전작들에서 모두가 분노하고 심지어 해결책까지 뻔한 문제들이 조금도 해결 안 되는 미국을 개탄하며,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것을 시사했다. <화씨 11/9>는 그 대가가 트럼프임을 보여준다. 트럼프는 유세에서 흑인을 향해 “집에 가서 일자리나 구해라”, “찌질한 인간을 쫓아내라” 같은 인종주의 발언을 남발하고, 지지자들은 “깜둥이를 몰아내자”며 흑인을 구타한다.

진진/누리픽쳐스 제공
진진/누리픽쳐스 제공
하지만 무어는 트럼프를 찍은 보수 백인층을 질타하기보다는, 트럼프를 대통령의 자리까지 인도하는 데 공모한 자유주의 기득권층의 탐욕과 허위를 더 까발린다. 공공연한 인종주의자 트럼프를 대중 스타로 만든 <엔비시> 등 언론들, 월가 등의 이익을 위해 공화당과 타협으로 일관한 민주당 지도부, 그리고 트럼프에 맞섰던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야말로 바로 미국을 좀 더 살기 좋은 나라로 바꾸고자 하는 70% 안팎의 미국 국민들의 염원을 뭉개버린 주역이라고 폭로한다. 트럼프 당선 앞뒤로 벌어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미시간 플린트의 수돗물 오염 사건, 웨스트버지니아의 교사 파업, 플로리다의 마저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의 총기난사 사건이 이에 교직된다.

진진/누리픽쳐스 제공
진진/누리픽쳐스 제공
웨스트버지니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가 55개 카운티 모두에서 승리했는데도 1위가 된 클린턴, 플린트 주민들이 수돗물 납중독으로 신음하는 와중에 그 수돗물에 입술을 적시는 쇼를 한 오바마 등이 바로 트럼프를 당선시킨 주역임을 증명한다. 웨스트버지니아의 많은 민주당원들은 탈당했고, 오염된 수돗물을 마셨던 미시간의 흑인 유권자들은 투표장에 안 나갔다. 미시간에서 오바마에게 투표했던 흑인 유권자 8천명 정도가 2016년 대선에서 투표를 포기했다. 이는 미시간에서 클린턴이 트럼프에게 패배한 표차와 비슷하다.

트럼프의 출현 때부터 그의 당선을 경고한 무어는 “트럼프는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무어는 “우리가 각성하려면 트럼프라는 극약처방이 필요했던 것이다”고 결론짓는다. 플린트, 웨스트버지니아, 플로리다의 사건에서 무어는 여전히 미국 시민들의 각성과 행동을 평가하는 데 인색하지 않기 때문이다. 22일 개봉.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진진/누리픽쳐스 제공
진진/누리픽쳐스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