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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겁 없다는 공블리 “마블리는 좀 무서워요”

등록 2018-11-30 05:00수정 2018-11-30 16:26

혼자 사는 여성의 공포 그린 스릴러 <도어락> 공효진
”집에 들어가서도 불 못켜는 여성들의 불안 이해하게 돼”
드라마에선 ‘공블리’지만 영화에서는 실험적 캐릭터 선택
공블리와 ”마블리(<성난 황소>)의 관객 동원 대결 긴장돼”
배우 공효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배우 공효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저를 고군분투하게 만드는 영화를 만나야 할 때가 왔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았어요. 요 몇 년 연기할 때 어떤 ‘안정감’같은 게 있더라고요. 그게 좋으면서도 독이 될 수 있겠다 싶은 순간이었달까.”

영화 <도어락>(5일 개봉)으로 스크린에 돌아온 배우 공효진(38)은 인터뷰 내내 시원시원하고 쿨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오랜만의 원톱 주연 영화라 부담과 걱정이 클 법도 한데, 너무 평온하다. “다년간의 경험으로 내 영화는 관객이 크게 들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며 “오히려 시사회 직후 평가가 좋아 기대하게 될까 무섭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미쓰홍당무> 때처럼 책임질 게 많아 정신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작품, 나를 더 괴롭히는 작품을 해야 한단 걸 알면서도 비겁하게 안 하고 싶은 거죠. 어느 순간, 제가 이 작품을 안 할 이유를 찾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자꾸 감독(이권)에게 시나리오 내용을 딴지 걸고, 흠을 잡고, 고쳐달라고 했단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용기없는 행동’은 공효진을 이 작품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했다. 그는 스스로를 “작품의 조력자”라고 표현했다.

배우 공효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배우 공효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현실 밀착 스릴러’를 내세운 <도어락>은 혼자 사는 여성의 오피스텔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다. 공효진은 은행 창구에서 일하는 평범한 비정규직 여성 경민 역할을 맡았다. 어느 날부턴가 경민의 집 도어락 덮개가 열려있고, 문 앞에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는가 하면, 오밤중에 누군가 현관문을 열려고 하는 등의 일이 벌어진다. 불안에 떨던 경민은 경찰에 신고하지만 반응은 냉담하다. 급기야 잠깐 집을 비운 사이 집에서 살인사건까지 발생하면서 경민의 일상엔 균열이 가고 공포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영화는 여성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봤을 법한 현실적인 불안과 공포를 세밀하게 훑어낸다. “전 사람은 안 무서워하고 귀신을 무서워하는 편이라(웃음) 처음엔 공감이 잘 안 됐어요. 그런데 혹시 누군가 따라와 집의 호수를 파악할까 봐 ‘집에 들어가서도 10분 정도 뒤에 불을 켠다’는 여성들이 많더라고요.” 공효진의 실제 성격과 영화 속 소심하고 겁 많은 경민은 ‘지구에서 안드로메다’만큼이나 거리가 멀다. “너~무 답답했죠. 왜 시원하게 따지지를 못하지? 하하하. 제가 톤이 센 편이라 신경을 썼는데도 경민이라면 더 소심하게 말할 거 같아 후시녹음을 해 톤을 낮춘 신이 많아요.”

영화 <도어락>의 한 장면.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영화 <도어락>의 한 장면.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사실 ‘공블리’라는 별명에서 볼 수 있듯 공효진은 그간 <괜찮아, 사랑이야>, <주군의 태양>, <파스타> 등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 최적화된 여배우’처럼 인식됐다. 반면 <미쓰 홍당무>, <미씽: 사라진 여자>, <싱글라이더> 등의 영화에선 좀 더 굴곡 있는 캐릭터를 선택해 왔다. 드라마는 다양한 연령대의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지만 영화는 관객층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매체적 특성을 고려해도 간극이 크다. “드라마 속 제 캐릭터는 한없이 밝고 착하고 웃음을 잃지 않고, 그러면서도 남자에게 기대지 않고…. 딱 캔디 같은 캐릭터죠. 사실 들어오는 대본 10개 중 9개가 그런 식이니 저도 그 반복이 지겨워요. 대본을 받으면 ‘아니, 왜 똑같은 걸 또 줬지? 심지어 직업까지 똑같네?’ 이런 생각이 드는 경우까지 있어요. 영화는 좀 더 실험적이고 대범하고 과감한 캐릭터를 선택하고픈 욕심이 생겨요. 제 연기적 갈증을 영화를 통해 푸는 거죠.”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1999)로 데뷔했을 때부터 ‘예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는 오히려 평범한 외모 덕을 많이 봤다고 했다. “저도 예뻐지고픈 욕망이 왜 없겠어요. 셀카 찍을 때마다 ‘모든 각도가 베스트 샷이었으면’ 해요. 다만, 추블리, 마블리, 공블리…. 블리들은 인형처럼 예쁘지 않아요. 익살스럽고 사랑스럽다는 특징이 있죠. 저처럼 밋밋한 얼굴도 ‘레어템’으로 환영받는 시대가 온 거 아닐까요? 하하하.” 이어서 공효진은 개봉 시기상 ‘마블리’의 <성난황소>와 대결하게 된 것이 두렵다고 덧붙였다.

영화 <도어락>의 한 장면.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영화 <도어락>의 한 장면.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공효진은 영화홍보도 성격만큼 버라이어티하게 하고 있다. 홈쇼핑에 출연해 영화표를 팔고, 공중파 마감뉴스에도 출연했다. “홈쇼핑 출연은 제 아이디어예요. 예능에 나가 괜히 눈치 보며 홍보하는 것보다 홈쇼핑 나가 30~40분 동안 대놓고 홍보하면 어떨까? 황당하지만 참신하고 재밌잖아요? 뉴스는 <질투의 화신> 때 아나운서 역할 경험이 있어 하나도 안 떨리던데요? 하하하.”

깨알 홍보랍시고 마지막으로 곁들인 말도 빵 터진다. “스릴러니까 저를 보러 오는 관객보단 장르를 즐기러 오는 분들이 많을 테니 전작들보단 좀 낫지 않을까요? 근데, 너무 무섭다고들 하니 강심장만 보러 오세요. 하하하.”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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