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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극적인 감옥 탈출이 시작된다

등록 2018-12-01 13:04수정 2018-12-02 10:53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미국 드라마 <이스케이프 앳 댄모라>

이미지 출처: IMDB
이미지 출처: IMDB
2015년, 미국 최고 수준의 보안등급을 자랑하던 뉴욕 댄모라 클린턴교도소에서 두명이 탈옥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살인죄로 복역 중이던 두 재소자가 감방 뒤쪽 벽에 구멍을 뚫어 탈출한 이 사건으로,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클린턴교도소 내에 불법행위가 만연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여기에 교도소에서 직업 훈련을 담당하던 직원이 재소자들과 성적인 관계를 맺고 탈출을 도운 것으로 알려져 충격이 더 커졌다.

영화 <쇼생크 탈출>을 연상시키는 극적인 탈옥 방법에 섹스 스캔들까지 연루된 이 사건을 미국 엔터테인먼트 기획자들이 놓칠 리 없다. 이달 중순 방영을 시작한 쇼타임 채널의 <이스케이프 앳 댄모라>(Escape at Dannemora)가 바로 이 탈옥 사건을 극화한 시리즈다. 높은 관심만큼 캐스팅도 화려하다. 주연진에 아카데미 수상자가 두명이나 된다. 탈주를 도운 교도소 직원 역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자 퍼트리샤 아켓이, 탈옥수 중 한명은 남우조연상을 받은 베니치오 델 토로가 맡았다. 또 다른 탈옥수를 연기한 폴 데이노와 감사관 역의 보니 헌트 역시 골든 글로브상 후보에 오른 것을 비롯해 수많은 상을 받은 연기파 배우들이다. 감독 겸 배우 벤 스틸러가 전 에피소드 연출을 맡았다는 점도 화제를 모았다.

큰 기대 속에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드라마 <이스케이프 앳 댄모라>는 작품성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감옥물 하면 흔히 떠오르는 공식들을 비켜가는 스토리와 연출이 초반부터 비범하다. 여기에 교소도의 지배자와 그 무리들, 특별한 신참, 흉악한 교도관 등 기존의 감옥물에서 늘 보이던 캐릭터들은 없다. 재소자들의 우두머리 격에 해당하는 리처드 맷(베니치오 델 토로)은 군림하는 어둠의 왕이라기보다 장기 복역수다운 처세술과 통찰력을 지닌 인물이다. 극적 흥미를 위해 만들어진 재소자들의 사연이나 과장된 캐릭터는 찾아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를 신선하게 만드는 것은 틸리 미첼(퍼트리샤 아켓)의 존재다. 두 탈옥수와의 친분과 공모 때문에 이 사건에서 가장 선정적으로 소비된 이 여성의 이야기는 드라마에 와서 한층 풍부한 서사로 다시 태어난다. 탈옥 사건 이후 진행된 감사관 캐서린 스콧(보니 헌트)과 틸리 미첼의 인터뷰가 초반부터 배치되어 탈옥수들의 행방만큼이나 묘연한 이 인물의 동기에 대해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사건보다 그 이면의 심리에 주목하는 극본과 연출이 재소자들 못지않게 폐쇄적인 환경에 갇혀 메말라가는 50대 여성의 내면을 입체적으로 그린다. 퍼트리샤 아켓의 연기도 역대급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베니치오 델 토로와 부딪힐 때의 긴장감은 그 자체만으로도 영화 몇 편을 압축한 듯한 밀도를 보여준다. 결말이 이미 알려진 이야기가 이렇게 흥미롭기도 쉽지 않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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