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서울 씨지브이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2018 하반기 씨지브이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서 이승원 마케팅 담당이 영화시장 키워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씨제이 씨지브이(CJ CGV) 제공.
100억을 훌쩍 웃도는 대작의 물량 공세보다 강한 것은 ‘입소문’과 ‘팬덤’의 힘이었다.
씨제이 씨지브이(CJ CGV)는 6일 오전 서울 씨지브이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개최한 ‘2018 하반기 씨지브이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을 얼어 올해 영화시장을 결산하고 2019년 트렌드 전망을 발표했다. 씨지브이는 올해 영화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입소문’, ‘팬덤’, ‘20대 관객’으로 꼽았다.
씨지브이 조사 결과, 관객은 영화의 규모보다는 ‘관람평’으로 대표되는 입소문에 훨씬 더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씨지브이가 지난 10월 회원 108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보면, 관객이 영화 관람 전 찾아보는 정보의 수는 평균 3.7개였으며, 이들 정보 가운데 가장 신뢰도가 높은 것은 관람평(후기)이었다. 응답자들은 예고편이나 장르 및 줄거리, 감독·주연배우보다 인터넷 관람평에 가장 의존도가 높다고 답했다. 이승원 씨지브이 마케팅 담당은 “부정적 평가 때문에 관람을 포기한다는 비율은 평균 33%에 달했다”며 “특히 10~20대가 입소문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나 바이럴 마케팅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추석 시즌 100억 이상을 투입한 영화 <협상>, <명당> 등이 흥행에 참패한 것과 달리 영화 <서치>, <보헤미안 랩소디> 등은 개봉 초기에는 박스오피스 순위에서 밀렸으나 긍정적 입소문을 타고 역주행을 하는 뒷심을 보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올해 영화시장을 뒤흔든 또 하나의 키워드는 ‘팬덤’이었다. 636만명을 동원하며 한 달 이상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오른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 세대’라 불리는 40~50대를 중심으로 흥행의 불을 지폈고, 이 팬덤이 20대의 젊은 세대로 확대되며 기록적인 흥행력을 보여줬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재관람률 8.0%는 이런 팬덤 현상을 증명한다. 방탄소년단의 다큐멘터리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도 집단관객으로 표현되는 팬덤 때문에 흥행에 성공했다. <번 더 스테이지>는 개봉 12일 만에 30만 관객을 돌파하며 아이돌 다큐멘터리 가운데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재관람률 역시 10.5%에 달해, 10만명 이상 관객 동원 영화 중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화산업의 근간 세대로 꼽히는 20대 관객의 향방 역시 흥행의 핵심 요인이었다. 올해 25~29세 관객 비중은 2013년 18%에서 올해 22%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0만명 이상을 동원한 <완벽한 타인>, <암수살인>, <탐정: 리턴즈>, <독전>, <마녀> 등은 20대 비율이 모두 40%를 웃돌았다. 이 외에도 <더 넌>, <너의 결혼식>, <데드풀2>, <곤지암>, <리틀 포레스트> 등 20대 선호영화 톱5에 꼽힌 영화는 20대 관객 비율이 낮게는 48%에서 많게는 53%에 달했다. 이승원 담당은 “단적인 예로 4DX 버전으로 재개봉한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26만7천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재개봉 영화 3위에 오른 것도 20대의 힘 때문”이라며 “올해는 20대를 겨냥한 다양한 콘텐츠가 증가하고 이들을 상대로 한 마케팅도 증가하면서 20대 관객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한국 영화시장 전체 관객은 11월 말 기준으로 약 1억940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9% 수준이다. 이 추세대로면 총 관객 수는 지난해(2억1987명)와 엇비슷한 수준(2억1718명)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씨지브이는 2019년 영화시장의 트랜드 키워드로 ‘헤비 유저’와 ‘52시간 본격 실시로 인한 워라밸’을 꼽았다. 헤비 고객은 연 14회 이상 영화를 보는 관객으로 2010년 16.8%에서 10년 사이 11%포인트가량 증가한 27.8%로 늘었다. 이들은 2013년을 기점으로 한 연 관객 2억 돌파의 원동력이기도 했다. 이승원 담당은 “내년 <캡틴 마블>, <어벤져스 4>,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등 마블 시리즈 영화가 다수 개봉하면서 헤비 관객들의 움직임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씨지브이는 또한 내년 주 52시간의 본격 시행으로 인해 여가생활을 즐기려는 관객들의 유입이 촉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씨지브이가 지난 10~11월 주중 저녁 시간(오후 7~9시) 관람객 비중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24.3%에 견줘 올해 26.8%로 2.5%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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