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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스크린에 펼쳐지는 1인칭 슈팅 게임의 긴장감, ‘PMC: 더 벙커’

등록 2018-12-20 10:16수정 2018-12-20 21:40

올해 마지막 텐트폴 영화
전투 전략 게임 문법 차용해
폐쇄공간 활용, 화끈한 액션도

영어 대사·복잡한 줄거리
주인공 감정선 공감 쉽잖아
영화 <PMC: 더 벙커>의 한 장면. 씨제이이앤엠(CJENM) 제공
영화 의 한 장면. 씨제이이앤엠(CJENM) 제공
‘영화의 문법을 버리고 게임의 문법을 차용하다.’

올겨울 마지막 텐트폴 영화 ‘PMC: 더 벙커’(26일 개봉)를 한마디로 평가하면 이렇다. 지하 30m 아래 지하벙커에서 벌어지는 ‘리얼타임 생존 액션’을 내건 이 작품은 마치 1인칭 슈팅게임이나 전투 전략 게임과 같은 구성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을 유혹한다. 시도는 참신하지만, 과연 전통적 영화 문법에 익숙한 관객의 마음까지 흡족하게 할 수 있을까?

영화는 글로벌 군사기업(PMC) 블랙리저드의 캡틴 에이헵(하정우)이 미국 시아이에이(CIA)의 의뢰로 거액의 프로젝트를 맡는 것으로 시작한다. 작전 장소는 디엠제트(DMZ) 인근 땅굴을 개조한 지하 30m 비밀벙커. 하지만, 작전 장소에는 예상했던 북한 고위 군부 요인이 아닌 북한의 ‘킹’이 나타난다. 에이헵은 미국의 최고액 현상 수배범인 북한 킹을 생포하기로 결심하고, 12명의 동료 용병과 작전에 들어간다. 작전이 성공을 거뒀다고 판단한 찰나, 또 다른 군사기업의 기습으로 함정에 빠지게 된 에이헵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건을 아예 없던 일처럼 무마하려는 시아이에이의 폭격으로 에이헵은 물론 북한 킹까지 부상을 입게 된다. 에이헵은 벙커 안에 잡혀있던 북한 엘리트 의사 윤지의(이선균)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영화 ‘PMC: 더 벙커’의 한 장면. 씨제이이앤엠(CJENM) 제공
영화 ‘PMC: 더 벙커’의 한 장면. 씨제이이앤엠(CJENM) 제공
■ 이런 점은 가점 요소

지난 2013년 한정된 공간에서 테러범과 대결하는 뉴스 앵커의 사투를 줄거리로 한 <더 테러 라이브>로 580만명 넘는 관객을 동원했던 김병우 감독은 이번에도 ‘폐쇄된 공간적 특성’을 십분 활용한다. 물론 150억원이라는 제작비가 증명하듯 여기에 엄청난 스케일과 화끈한 총격 액션이 가미된다.

영화의 가장 두드러진 점은 촬영기법이다. 전작이 ‘1인 스릴러’라면, ‘PMC: 더 벙커’는 ‘1인칭 체험 게임’에 가깝다. 1인칭 카메라인 POV(point of view shot)을 장착한 용병들의 시점에서 중계되는 전투신은 말 그대로 관객이 벙커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여러 대의 모니터에 전송되는 화면을 보며 조그셔틀(게임기 등의 조정 장치 일종)로 ‘줌 앤 아웃’을 반복하고, 무선통신을 통해 작전을 지시하는 에이헵의 시점은 곧바로 관객의 시점으로 치환된다. 폐쇄된 공간, 그 안에서 서로 쫓고 쫓기는 용병들 간의 전투, 이를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모니터, 북한 킹을 살려 이 아수라판을 무사히 살아서 빠져나가려는 에이헵과 윤지의의 사투까지…. 숨쉬기 힘들 만큼 빠른 속도감은 러닝타임 내내 영화를 보는 것인지, 전투 전략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 것인지 혼동이 될 만큼 쫄깃한 체험을 가능케 한다.

영화 ‘PMC: 더 벙커’의 한 장면. 씨제이이앤엠(CJENM) 제공
영화 ‘PMC: 더 벙커’의 한 장면. 씨제이이앤엠(CJENM) 제공
■ 이런 점은 감점 요소

하지만, 스토리의 개연성이 참신한 시도를 뒷받쳐주지 못한다. 2024년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 미국 대선 판도를 바꾸기 위해 개입하는 시아이에이의 움직임, 이에 대한 백악관의 선택 등은 언뜻 이해하기 힘들다. 상황이 복잡하고 난해하다기보단 빠른 호흡 속에서 몇 마디 대사 외에 이를 제대로 전달할 장치와 설명이 부족하다는 말이 더 맞겠다. 잠시라도 호흡을 놓치면 흐름을 따라가기 쉽지 않고, 종국엔 이 전투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조차 헛갈리게 된다. 여기에 80%가 영어 대사로 진행되다 보니 관객은 자막 보랴 흔들리는 스크린 보랴 줄거리 재구성하랴 멀미가 날 지경이다.

무엇보다 주 캐릭터인 에이헵의 감정선에 공감하기 힘들다. 각 국면에서 하는 그의 선택에 일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낙하산 사고에서 동료를 구하려다 다리를 잃은 트라우마를 간직한 에이헵이 중간중간 동료를 희생시키거나 버리더니 후반부에는 윤지의를 구하는데 과도하게 집중한다. ‘동포애’나 ‘우정’이란 말로는 다 설명이 되지 않는다.

영화 <PMC: 더 벙커>의 한 장면. 씨제이이앤엠(CJENM) 제공
영화 의 한 장면. 씨제이이앤엠(CJENM) 제공
분명 ‘PMC: 더 벙커’는 게임의 문법을 영화에 적용한 참신한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게임 세대’인 10~20대 관객에게는 이 지점이 매력으로 다가갈 듯하다. 하지만 이런 문법에 익숙지 않은 세대에겐 이해도와 몰입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병우 감독의 선택이 단지 용감한 시도에 그칠지, 아니면 한국 영화의 새 문법을 쓰는 전기가 될지는 결국 관객의 손에 달렸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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