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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빵빵한’ 스타 없인 안되는 한국영화

등록 2005-12-14 18:02수정 2005-12-15 16:17

팝콘&콜라
최근 한국에서 개봉한 <브로큰 플라워>의 짐 자무시는 1980년대부터 ‘미국 독립영화의 기수’라고 소개돼온 감독이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이 영화에는 빌 머레이부터 샤론 스톤, 제시카 랭, 틸다 스윈튼, 줄리 델피 등 쟁쟁한 연기자들이 주·조연으로 출연한다. 캐스팅만 보자면 할리우드 영화 뺨치지만 영화는 짐 자무시가 오랫동안 그려온 영화 세계-단순하고 조용하고 쓸쓸하면서도 허탈한 웃음이 나오는-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브로큰 플라워>가 자무시의 전작들과 달리 유례없는 흥행 성공을 거뒀다지만 그걸 스타들의 출연 덕으로 보기는 힘들다. 조니 뎁, 가브리엘 번 등 더 ‘빵빵한’ 배우들이 출연했던 <데드 맨>(1995)은 처참할 정도의 흥행실패를 맛봤다.

14일 개봉한 <킹콩>의 주연배우인 나오미 왓츠나 잭 블랙 등은 한두편의 작은 영화에서 주연으로 출연했지만 할리우드 스타 서열로 따지자면 대작영화의 주인공으로 어울리는 스타들은 아니다. 미국 언론이 ‘(스타시스템)의 B급배우’라고 표현한 배우들을 끌어들여 피터 잭슨 감독은 블록버스터의 ‘정답안’에 가까운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 영화가 블록버스터답지 않은 유일한 구석이 있다면 스타시스템을 활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이 작품에서 눈부신 매력을 발산한 나오미 왓츠는 조만간 줄리아 로버츠나 니콜 키드먼 못지 않은 최고 스타 대열에 동참할 것이다.

한국에서도 짐 자무시나 피터 잭슨 같은 감독이 나올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전혀 없다’고 장담할 수 있다. 독립영화 감독이 캐스팅 1순위에 스타급 배우를 올려놓는다면 ‘영화 만들 생각이 있냐’는 핀잔을 들을 것이고 최고의 흥행감독이 몇백억원 예산 규모의 작품에 실력있는 ‘연기파’ 배우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하려 한다면 ‘투자받을 생각이 있냐’는 훈계를 들을 것이다. 충무로에서 스타 감독-스타 배우 커플 패키지 영화가 점점 더 늘어나는 건 당연해보이면서도 씁쓸한 구석이 있다.

최근의 <천년학> 제작 중단 사태는 스타시스템이 할리우드보다 훨씬 단단하고 경직된 충무로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였다. 세계적인 명성이 있는 임권택 감독이라도 “쇼우 미 더 머니”의 외침 앞에서 자신의 영화적 비전 대신 스타를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지난해 미국 비평가협회, 감독협회 등이 선정하는 ‘올해의 영화’를 휩쓴 영화 <사이드웨이>에 조지 클루니가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했지만 알렉산더 페인 감독(<어바웃 슈미트>)이 거절했다는 건 잘 알려진 이 영화의 후일담이다. 폴 지아매티, 토마스 헤이든 처치 등 스타와는 거리가 먼 두 배우로 이 영화는 평단과 흥행에서 두루 성공했다. 충무로가 꿈꾸는 한국영화의 미래에 이런 풍경들은 삽입되지 않은 것같다(이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원인에는 충무로의 ‘돈줄’인 투자자 뿐 아니라 제작자와 스타 감독, 스타 배우들까지 포함된다). 그래서 한국영화의 (잘 풀린) 미래상을 떠올릴 때 르네상스가 아니라 치장만 요란한 ‘로코코’ 풍이 그려진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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