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주목할 배우 5인
이제 막 피어났다. 이 여리고 싱싱한 잎이 얼마나 쑥쑥 자라날지 기대 된다. 지난해 우리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배우. 그래서 2019년이 더 기대되는 배우. <스윙키즈>의 똑순이 박혜수, <내 안의 그놈>에서 빛을 발한 진영, <레토>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준 유태오,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의 대찬 배우 민경아, <청춘시대> <이판사판>에서 ‘어른’으로 거듭난 아역 출신 박은빈. 새해 <한겨레> 기자들이 꼽은 기대주 다섯명이다.
박혜수.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동화처럼, 박혜수…오디션 도전자에서 행복한 주연으로 ‘스윙키즈’서 양판례역 맡으며
악착같이 탭댄스·배역에 몰입
연기만큼 사랑하는 노래의 꿈도
“빨리 새 캐릭터와 친해지고 싶어” ‘오디션 프로그램 도전자’에서 ‘주목받는 신예 배우’로. 박혜수(24)는 최근 몇 년의 삶을 “동화 같다”고 표현했다. 지난 2014~2015년 <에스비에스>(SBS) 오디션 프로그램 <케이(K)팝스타 시즌4>에 출연해 마지막 톱10 문턱에서 탈락했던 그가 고작 3년 남짓 만에 대작 영화 <스윙키즈>의 주연 배우가 됐으니 그럴 만도 하다. 최근 서울 공덕동 한겨레 신문사에서 마주한 박혜수는 “전공(국문과)도 전혀 관계없는 데다 단 한 번도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는데, 글과 음악을 늘 가까이하는 사람이 되리라던 막연한 꿈이 결국 배우와 통하는 부분이 있었던 건가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스윙키즈>는 한국전쟁 당시 거제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오직 춤에 대한 열정으로 뭉친 오합지졸 탭댄스단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그는 첫 스크린 주연작인 이 작품에서 어린 동생을 부양하기 위해 탭댄스단에 합류한 ‘4개국어 능통 무허가 통역사’ 앙판례 역을 맡았다. “판례는 저랑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악착같고 끈질기고 매사에 노력하는 모습이 그래요.” 고3 때 3시간 단위로 스톱워치를 맞춘 뒤 끈으로 의자에 몸을 묶고 공부했다는 경험담만으로도 짐작이 간다. <스윙키즈>의 탭댄스를 연습하는 과정도 그랬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참고자료 삼아 60번쯤은 본 것 같아요. 일주일에 나흘씩 5개월 동안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탭댄스 연습을 했고요. 초반엔 뒤떨어지는 게 걱정돼 나머지 공부도 많이 했죠. 어느 순간 길을 걸을 때도, 의자에 앉아 있을 때도 저도 모르게 발로 박자를 맞추고 있더라고요. 하하하.”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던 덕에 피아노, 기타, 플루트 등 각종 악기를 많이 다루며 박자감을 익힌 게 도움이 됐단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우연히 본 소속사에 캐스팅돼 드라마 <용팔이>, <청춘시대>, <내성적인 보스> 등을 거쳐 영화 <스윙키즈>를 만나는 동안 박혜수는 늘 작품이 끝나도 캐릭터에 빠져 허우적댈 정도로 몰입했단다. “후유증이 좀 있는 편이에요. <청춘시대>를 하는 동안엔 유은재처럼 조용하고 소심해졌어요. 그러다 <내성적인 보스>의 채로운을 만나서는 좀 더 활발해졌고요. 지금은 <스윙키즈>의 양판례처럼 씩씩하고 당차요. 다음 캐릭터를 만나기 전까진 당분간 이 모습이겠죠? 하하하.” 아직 차기작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우연인듯 운명처럼 다가오는 작품을 기다리는 중이란다. “빨리 새 캐릭터를 만나 친해지고 알아가고 싶다”는 그는 최근엔 작사·작곡 습작에도 열심이다. “거창하게 앨범을 내겠다는 계획은 없지만, 언젠가 연기만큼이나 사랑하는 노래를 직접 쓰고 불러 대중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지난 3년 동안 너무 즐거웠지만, 잘하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선 탓에 부족한 스스로를 다그치고 몰아세운 적도 많았다는 박혜수. 새해엔 자신을 좀 더 칭찬하고 다독여주는 게 목표란다. “요즘은 일기장에 ‘더 행복하자’고 적곤 해요. 아직 매미처럼 허물을 벗고 또 벗는 중이지만, 언젠가 더 멋지게 날아오를 수 있지 않을까요?”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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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부자, 진영…소문난 작곡돌, 베테랑 신인배우 되다 아이돌 B1A4 리더로 눈도장
차근차근 배우의 길 밟아가며
첫 도전 ‘1인2역’ 성공적 완수
“관객 반응 짜릿함에 벌써 중독” 그는 자신을 “신인배우 진영”이라고 소개했다. 드라마 <칠전팔기 구해라>(2015), <구름이 그린 달빛>(2016) 등을 통해 이미 대중의 눈도장을 ‘쾅’ 받은 데다 아이돌 비원에이포(B1A4)의 리더이자 작곡가로 활동 중인 만능엔터테이너인데 말이다. “저를 모르는 분이 훨씬 많잖아요? 영화는 첫 주연이니 신인이죠.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우연한 사고로 40대 엘리트 조폭 장판수(박성웅)와 고등학생 동현의 몸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내 안의 그놈> 개봉(9일)을 앞두고 지난 3일 마주한 진영(28)은 “1인2역이라 부담감이 있었지만, 이 역할만 해내면 뭐든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근거 없는 확신이 들어 용기를 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보디 체인지’는 이미 영화에선 마르고 닳도록 써먹은 설정이다. “베테랑 연기자도 꺼린다고 하더라고요. 특히나 이 작품은 바뀌기 전후의 차이가 극명한 ‘여자-남자’나 ‘소녀-할머니’와 달리 차이점을 콕 집어내기가 쉽지 않거든요. 제가 뭘 몰라 용감했나 봐요. 하하하.” 하지만 흔해 빠진 재료라도 한끝이 다른 레시피로 얼마나 특별한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진영은 증명했다. 뚱뚱한 고딩 동현의 외피를 쓴 조폭 판수가 떡 벌어지게 차린 한 상을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는 식탐본능을 드러낼 때, 관객은 빵터지며 무장해제된다. 이를 위해 3~4시간씩 25번이나 분장을 해야 했다. “감독님이 뚱뚱한 설정을 빼려고 하셨는데, 제가 너무 하고 싶다고 했어요. 동현이 중반부에 꽃미남이 되는 반전이 주는 재미가 꽤 쏠쏠할 것 같아서요.” 문제는 첫 촬영이 아침 7시30분었다는 점. “2~3시엔 일어나야 분장을 하고 간신히 시간을 맞출 수 있었어요. 새벽 기상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진영이 꼽은 회심의 장면은 바로 재회한 판수의 옛 연인 미선(라미란)과의 키스신이다. “저도 키스신 경험은 몇 번 있는데, 연상은 처음이라…. 배우보다 스태프들이 너무 웃어 엔지가 났어요. 한 7번 찍었나? 이어 따귀를 맞는 장면인데, 라미란 선배님 손맛이~한 대 맞으니 몸이 휘청! 하하하.” 서로 몸이 바뀌는 판수 역의 박성웅을 연구하기 위해 대표작 <신세계>를 40번 보고, 대역 없이 모든 액션을 소화하는 열정을 불태운 진영이건만 모든 공을 선배에게 돌렸다. “선배님이 고향 선배세요. 판수 목소리 톤이나 특징을 파악하라고 대사 전체를 리딩해서 녹음해 주셨어요. 정말 감사하더라고요.” 아이돌 데뷔 전부터 배우를 꿈꾸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았기에 그는 오늘의 스스로가 대견하고 뿌듯하다고 했다. “쉽게 얻었다고 생각 안 해요. 중3때부터 서울을 오가며 연기학원 다니고 단역과 보조출연을 했으니까요. <최강 울엄마>, <별순검>, 심지어 <위기탈출 넘버 원>에도 단역으로 출연했어요. 대사 한 마디 없는. 하하하.” 관객 반응이 궁금해 얼마 전 몰래 일반시사회에 갔었다는 진영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첫 경험을 했단다. “제 영화를 보고 단체로 자지러지게 웃는 관객을 보는 경험, 와~ 놀랍고 짜릿하더라고요.” 그 짜릿함에 중독될 때쯤 신인배우 꼬리표를 떼고 베테랑이 돼 있을 터다. 그날을 향해 첫 발을 뗀 진영의 마음은 벌써부터 달뜨고 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유태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제부터는 ‘유태오의 시간’ ‘빅토르 최’ 그린 ‘레토’ 로 눈길 3일 개봉한 <레토>는 러시아 록의 영웅 빅토르 최를 다룬 러시아 영화다. 지난해 5월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을 당시 레드카펫에서 플래시 세례를 받은 무명배우가 있었으니, 바로 한국계 독일인 배우 유태오다. 그는 풋풋하면서도 자신만의 확고한 음악세계를 펼쳐나가는 신인 시절의 빅토르 최를 섬세하게 연기해 호평을 받았다. 오디션에서 2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배역을 따낸 그는 전혀 모르던 러시아어 대사를 3주 만에 통째로 외워 소화해냈다. 1981년 파독 광부·간호사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배우의 꿈을 안고 연기 공부를 했다. 2009년 부모의 나라인 한국에 들어와 영화 <여배우들>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이후 한국뿐 아니라 타이·베트남·중국·할리우드 영화에 잇따라 출연하며 입지를 다졌다. 2015년 크리스틴 스튜어트, 니콜라스 홀트 주연의 할리우드 에스에프 영화 <이퀄스>에도 출연했다. 올해 유태오는 스크린과 텔레비전을 넘나들며 맹활약할 예정이다. <러브픽션>의 전계수 감독의 신작 멜로 영화 <버티고>에서 주연을 맡아 천우희와 호흡을 맞춘다. 정우·김대명 주연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도 촬영 중이다. 5월 방영하는 이승기·배수지 주연 드라마 <배가본드>, 상반기 방영 예정인 송중기·장동건·김지원·김옥빈 주연의 대작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에도 출연한다. 유태오는 “무명 생활을 오래 해 1년에 한 작품 할까 말까였는데 갑자기 이렇게 일을 많이 하게 돼 너무 감사하다. 이제 시작이라서 열심히 달리려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민경아.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이제부터 진짜 시작!”…뮤지컬 배우 민경아 첫 대극장 뮤지컬 주연작 ‘더 라스트 키스’에서 호평 뮤지컬 배우 민경아(27)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괴물같은 신인’이 아니다. 앙상블부터 중소극장 주연을 거쳐 대극장 주연이 되는 ‘정석’ 같은 코스를 밟아가는 중이다. 2015년 뮤지컬 <아가사> 앙상블로 데뷔한 그는 그는 2017년 <더 라스트 키스>로 대극장 주인공의 첫 발을 내디뎠다. 오스트리아 황태자 루돌프와 그가 유일하게 사랑한 여인 마리 베체라가 동반자살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더 라스트 키스>에서 민경아는 마리를 비련의 여주인공이 아닌 사랑 앞에 두려움 없는 당찬 여인으로 만들어냈다. 사연을 들어보니 그는 ‘마리를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연기를 전공한 그가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 부른 노래가 이 뮤지컬의 ‘사랑이야’였다. 이후 <더 라스트 키스> 오디션에선 떨어졌는데, 같은 제작사의 다른 뮤지컬 <웃는 남자> 오디션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가 다음 시즌 <더 라스트 키스>의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그는 <웃는 남자>에서도 입이 찢어진 남자 그윈플렌이 사랑한 눈 먼 소녀 데아로 다시 한 번 실력을 입증했다. 이 작품으로 공연 포털사이트 스테이지톡이 관객들의 투표로 뽑는 ‘2018 오디언스초이스어워즈’에서 여자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민경아는 오는 5월까지 공연하는 <지킬앤 하이드>에서 지킬의 약혼녀인 엠마 역을 맡아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준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박은빈. 나무엑터스 제공
아역으로 데뷔 ‘21년차 배우’ 박은빈 어른 ‘박은빈’ 도전은 진행형 톡 하고 건드리면 터질듯한 순간. 박은빈의 2019년이다. 1998년 5살에 드라마 <백야 3.98>로 시작해 지난해 데뷔 20돌이 됐다. 아역 배우 이미지가 강했는데, 2017년 <청춘시대>를 시작으로 제 나이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2018년 <이판사판>과 <오늘의 탐정>을 거치면서, ‘아역 이미지’를 말끔히 지웠다. 2018년이 ‘어른 박은빈’을 각인시키는 해였다면, 2019년은 21년간 물 오른 연기력을 작정하고 펼칠 참이다. 그는 ‘어른 박은빈’이 된 이후 작정하고 다양한 역할에 도전해왔다. <청춘시대>에서 19금 이야기도 서슴없이 하는 털털한 20대였고, <이판사판>에서는 똑부러지는 판사였다. 하물며 “호러물을 못 본다”는데,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서 <오늘의 탐정>에 출연”했을 정도였다. 그와 작업한 피디들은 “박은빈은 순수하면서도 당찬 아름다움이 있다. 그가 나쁜 역할로 미움을 받는다 하더라도, 드라마가 끝나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다시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살 것이다”며 “호감을 주는 이미지는 배우에게 중요한 자산이다”고 말했다. 그의 남다른 점은, 20년간 현장을 경험한 것에 ‘어른’의 연륜이 더해지면서 어떤 시너지가 날지 기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아직 출연이 정해진 작품은 없지만 올해도 새로운 시도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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