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극한직업>의 한 장면. 씨제이이앤엠(CJENM) 제공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치킨인가? 수원왕갈비치킨입니다~!”
영화에서 웬 치킨집 광고냐고? 오는 23일 개봉하는 <극한직업>은 말 그대로 ‘범인’을 잡아야 할 형사들이 ‘닭’을 잡는 이야기다. 시작은 이러하다. 늘 사고만 치고 실적은 없는 천덕꾸러기 마약반 형사 5인이 대규모 마약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치킨집에 잠복했다가 얼떨결에 그 치킨집을 인수하게 된다. 아무리 위장 잠복이라 해도 손님은 찾아오는 법. 부모님이 갈빗집을 하는 마형사(진선규)가 두 팔을 걷어붙인다. 그런데 이게 웬일? 갈비양념으로 만든 치킨이 맛있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이 바글바글 몰리게 된다. 밀려드는 손님에 돈맛을 본 형사들은 마약범 감시는 뒷전인데….
‘치킨 반 웃음 반’, ‘영화의 8할이 치킨’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극한직업> 속 치킨은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대체 이병헌 감독과 스태프들은 얼마나 많은 치킨을, 어떻게 준비하고 손질해서 화면에 담아낸 것일까?
영화 <극한직업>의 한 장면. 씨제이이앤엠(CJENM) 제공
■ 촬영에 사용된 닭은 모두 몇마리? <극한직업> 팀은 애초 프렌차이즈를 염두에 뒀지만, 시나리오를 받은 업체가 모두 거절하는 바람에 결국 ‘치킨 조리 밥차’를 섭외했다고 한다. 총 70회차 촬영에 치킨이 25회차 이상 등장했다니 그 비중을 짐작할 만 하다. 그렇다면 촬영에 사용된 닭은 모두 몇 마리일까? <극한직업> 이종석 피디는 “조리장면을 위한 생닭, 뼈를 발라(발골) 잘라낸 부위별 닭, 통닭, 왕갈비 양념 통닭까지 다양한 닭을 준비했는데, 왕갈비 양념치킨이 249마리, 프라이드 치킨이 106마리, 생닭이 88마리 등 모두 463마리가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배우들도 치킨을 만들기 위한 조리 트레이닝을 받았다. 특히 영화 속에서 주방장이 된 마형사 진선규는 촬영 한 달 전부터 요리학원에 나가 치킨 장인의 지도를 받았다. 진선규는 “보통 닭을 16조각 내는데, 칼을 닭의 어떤 부위에 찔러야 하는지가 다 다르더라. 집에서도 생닭 30마리를 가져가 혹독한 연습을 했다”고 회상했다.
영화 <극한직업>의 한 장면. 씨제이이앤엠(CJENM) 제공
■ 수원왕갈비치킨 실제로 존재? 뭔가 리얼한 이름이다. 실제로 수원왕갈비치킨이라는 상호나 브랜드는 존재할까? 이 피디는 “촬영 준비하며 검색했을 땐 없었다. 그런데 촬영을 마치고 검색을 해보니 ‘수원왕갈비치킨 본점’이 있다고 한 누리꾼이 올린 사진이 있더라. 알고 보니 우리 영화 세트를 진짜 치킨집인 줄 알고 찍어서 올린 것이었다”며 웃었다. 촬영 중에도 이와 비슷한 해프닝이 있었다. 인천 배다리헌책방 골목에 장소 헌팅을 했는데, 문구점이었던 곳을 치킨집으로 세팅했다고 한다. 이 피디는 “두 달 반 정도 치킨집 상호를 달고 촬영을 하니 진짜 치킨집인 줄 알고 찾아오는 손님이 몇 있었다. 영화 촬영 중이라고 설명하고 돌려보내느라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영화 속 치킨은 정말 갈비양념으로 조리했다. 다만 “단순 촬영용은 소갈비 양념에 간장을 섞어 색깔을 살리는 데 집중했고, 배우와 보조출연자가 먹는 치킨은 맛있게 만드는 데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영화 <극한직업>의 한 장면. 씨제이이앤엠(CJENM) 제공
■ 먹어도 먹어도 남는 닭, 어떻게 처리? 463마리가 소품으로 사용됐으니 분명 남는 치킨도 많았을 터. 이 피디는 “밥차에서 바로바로 튀겨 담백한 치킨을 공수하다 보니 처음 몇 주 동안은 스태프들이 전부 다 먹어치웠지만, 시간이 갈수록 기름 냄새만 맡아도 토할 것 같더라. 나중엔 먹고 또 먹어도 남는 건 버릴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문제는 버리기도 쉽지는 않았다는 것. 닭 뼈는 음식물 쓰레기로 재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뼈와 살을 다 분리해 처리하는 스태프를 따로 뒀다고 한다.
1년에 7억~8억 마리가 소비되는 대표적 서민 음식인 ‘치느님’이지만 스태프들에겐 애증의 존재일 수밖에 없다. 이 피디는 “배우·보조출연자 식사 때는 반찬으로 절대 닭요리를 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시사를 본 지인들은 ‘치킨을 부르는 영화’라던데, 난 지금까지 5개월 동안 ‘금닭’(치킨을 끊은) 상태”라고 전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