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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골리앗’ 사법체제에 도전한 ‘다윗’ 변호사 -일본 법정드라마

등록 2019-01-26 17:14수정 2019-01-26 17:25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 드라마 <이노센스 원죄변호사>

출처: 드라마 <이노센스 원죄변호사>의 공식 트위터
출처: 드라마 <이노센스 원죄변호사>의 공식 트위터
스물아홉살의 구로가와 다쿠(사카구치 겐타로)는 형사사건에서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쓴 이들, 즉 원죄 피해자들을 위해 싸우는 변호사다. 기소되면 거의 100% 유죄를 받아내는 일본의 형사 사법제도에서, 3년간 무죄 판결을 5건이나 이끌어내면서 유명한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정작 법률사무소에서는 수익이 나지 않는 형사사건에만 매달리는 그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어느 날 방화 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의 아내가 구로가와를 찾아와 남편의 변호를 의뢰한다. 피고인이 이미 자백한 사건이지만, 구로가와는 재수사 과정에서 의심스러운 정황을 발견한다.

일본 <엔티브이>(NTV)에서 방영 중인 <이노센스 원죄변호사>는 원죄 피해에 맞서 싸우는 젊은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린 법정드라마다. 이를 통해 이른바 ‘인질 사법’이라 불리는 일본 형사 사법제도의 문제점을 고발한다. 100%에 가까운 유죄율을 자랑하지만, 그 이면에 인권 말살적인 강압 수사 방식이 숨어 있다는 사실은, 스오 마사유키 감독의 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와 마쓰모토 준 주연의 드라마 <99.9 형사전문변호사> 같은 작품을 통해 잘 알려진 바 있다. 최근에는 카를로스 곤 닛산자동차 전 회장의 배임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장기 구금과 가혹한 심문 때문에 이런 문제점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노센스 원죄변호사>는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형식을 빌려, ‘만약 당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로 체포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대부분의 시민은 이에 대해 ‘죄가 없다면 무슨 문제겠느냐’라고 반문한다. 이런 순진한 신뢰는 0.1%의 무죄 가능성마저 막아버린다. 기소 자체가 죄와 무관하지 않다는 믿음으로 이어지는 현실에서 억울하게 기소된 피고인들은 압도적인 유죄율의 수치에 무기력하게 눌린 상태로, 결국 ‘불가능한 싸움’을 인정하고 타협하게 된다.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에 나온 대사대로, “99.9%의 유죄율이 재판의 결과가 아니라 전제가 되는 상황”이야말로 가장 공포스러운 일이다.

그렇다고 <이노센스 원죄변호사>가 무작정 억울한 약자 편에 서는 것은 아니다. 일본 형사 사법제도를 향한 문제의식 위에서 출발하지만, 진실에 다가가는 방식은 매우 신중하다. 검찰과 경찰에 대한 비판이나 억울함을 주장하는 약자에 대한 믿음과는 별개로, 철저한 과학적 검증에 중점을 둔다. 유죄 확률이 얼마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99.9%의 유죄 확률이든 그 반대이든 그것이 조금이라도 진실과 다를 가능성이 있다면 공정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중요한 건 재판의 결과가 아니라 올바른 판결’이라는 구로가와의 말이 단지 일본 사법부를 향한 일침으로만 들리진 않는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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