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극한직업>의 한 장면. 씨제이이엔엠(CJENM) 제공
“지금까지 이런 영화는 없었다. 네, 천만 영화 <극한직업>입니다~.”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이 개봉 보름 만인 6일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해 8월 천만을 돌파한 <신과 함께-인과 연>에 이은 역대 23번째 천만 영화이자 코미디 영화로는 <7번방의 선물> 이후 6년 만이다. <극한직업>은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한 한국영화의 부진을 뚫고 올해 첫 천만 영화로 등극했다는 점에서 한국영화 시장에 청신호를 켠 것으로 평가된다.
6일 이 영화의 투자배급사인 씨제이이엔엠(CJENM)은 공식 보도자료를 내 “영화 <극한직업>이 개봉 15일 만인 6일 오후 12시25분 기준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며 “이는 역대 천만 영화 가운데 <명량>(12일), <신과 함께-인과 연>(14일)에 이어 세번째로 빠른 기록”이라고 밝혔다.
<극한직업>의 돌풍은 초반부터 보인 남다른 기세에서 드러났다. 개봉 10일차인 지난 1일 <국제시장> <변호인>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다른 천만 영화보다 빠른 속도로 500만 관객을 돌파한 이 작품은 설 연휴가 시작된 2일부터는 하루 평균 1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으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지난 2일 600만, 3일에는 700만, 4일에는 800만, 5일에는 900만을 넘어섰다.
영화 <극한직업>의 한 장면. 씨제이이엔엠(CJENM) 제공
<극한직업>의 흥행에는 코미디라는 장르적 특성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작품은 해체 위기에 놓인 마약반 형사 5인방이 마약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위장 창업한 치킨집이 일약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씨제이이엔엠 관계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쉴 새 없는 웃음을 선사한다는 점이 이 영화가 가진 강점이다. 기분 좋고 가볍게 한 해를 시작하고 싶은 관객들의 요구에 딱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간에도 설 연휴엔 코미디 영화가 강세였다. <7번방의 선물>(2013), <수상한 그녀>(2014),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2015), <공조>(2017) 등이 설 연휴를 휩쓸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쏟아진 무거운 영화에 지친 관객들에게 ‘찰진 재미’를 선사했고,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만한 정서가 배어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정지욱 평론가는 “<국가부도의 날> <마약왕> <스윙키즈> 등 지난해 말 스크린에 걸린 영화가 전부 무거운 시대 분위기를 담은 영화였는데, 이 작품은 가볍고 경쾌하면서도 그 안에서 소시민들의 소박한 감성을 녹였다”며 “촌철살인 대사 속에 경찰의 애환, 후배에게 치이는 조직생활의 힘듦,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자영업자의 비애까지 고루 녹여냈다”고 평가했다.
가장 놀라운 것은 <극한직업>의 천만은 스타 배우 한 명의 티켓파워가 아닌, 주연 배우 5명의 고른 활약과 앙상블이 만들어 낸 쾌거라는 점이다. 정 평론가는 “류승룡 정도를 빼고는 배우 모두 에이급 스타는 아니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찰떡 호흡이 천만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고 짚었다.
영화 <극한직업>의 한 장면. 씨제이이엔엠(CJENM) 제공
한 해 한국 영화계의 본격 경쟁을 알리는 설 시즌임에도 강력한 경쟁작이 없었다는 점도 <극한직업>의 흥행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극한직업>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충무로에 ‘너무 웃긴 영화’로 소문이 났기에 다른 제작사나 투자배급사가 대진표를 짜면서 피해야 할 영화 1순위로 꼽혔다”고 전했다. 실제로 <극한직업>에 대항할 영화는 <뺑반>이 거의 유일했지만, 130만명 정도를 모으는 데 그쳤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역작으로 불렸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알리타: 배틀 엔젤>은 <극한직업>을 피해 지난 5일 개봉했다.
관건은 <극한직업>의 기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다. 손익분기점이 230만명 정도로 알려진 이 작품은 이미 제작비의 5배에 가까운 수익을 낸 셈이다. 씨제이이엔엠 관계자는 “<극한직업>은 현재도 관객수가 오르막을 타고 있는 상황이라 주말을 지나면 1200만 고지를 넘어설 것 같다. 최종 스코어 1400만 정도를 조심스레 기대 중”이라고 전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