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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숙 영상자료원장 “올 한국 영화 100돌…콘텐츠 접근성·인지도 높이는 데 역량 집중”

등록 2019-02-17 16:22수정 2019-02-17 20:07

블랙리스트 사태 수습
영화평론가·교수 출신 ‘적임자’ 평가
“첫 과제는 ‘인사 피해’ 직원들 원위치”

올 한국영화 100년
“5월부터 기획전·국제심포지엄 등 풍성
별도 예산 없어 기존 비용 진행에 집중”

남북 영화교류
“국제행사에서 매년 북 대표단과 접촉
북 수장고 ‘아리랑’ ‘만추’ 볼 날 올 것”

‘4300만 클릭’ 영상원의 미래
“영화 속 ‘센 여성’ 등 새 풍속사 흥미
찾아가는 영화관 등 사업 풍성할 것”
주진숙 한국영상자료원장이 24일 서울 마포구 한국영상자료원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주진숙 한국영상자료원장이 24일 서울 마포구 한국영상자료원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막상 와서 보니 아주 잘 굴러가고 있더라고요. 7개월 원장 공백이 무색할 만큼. 내 식구들 자랑인지 모르겠지만, 8개 팀이 각자의 고유한 업무를 척척 잘해요. 제가 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복원·기록 등을 위한 덩치 큰 예산을 따내기 위해 어떻게 문체부(문화체육관광부)나 기재부(기획재정부)를 설득할 것인지, 그 방안을 찾는 것 같아요.”

지난해 12월 취임한 주진숙 한국영상자료원장은 수차례 인터뷰 요청에도 “방대한 업무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한사코 거절했었다. 취임 한달 반이 훌쩍 지나, 최근 마포구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비로소 마주한 그는 전임 원장의 불명예 사퇴 뒤 다소 어수선했을 분위기에 대해 묻자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중앙대 영화학과 교수, 여성영화인모임 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장 등의 이력이 보여주듯 주 신임 원장은 임명 당시부터 영화의 복원과 아카이빙을 수행하는 영상자료원을 이끌 전문성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병훈·류재림 등 두 전임 원장이 모두 ‘영화를 잘 모르는 낙하산’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것과 비교된다. “영화 전공자가 자료원장이 됐다며 기대하는 목소리엔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어요. 자료원이 예전과 달라진 점요? 원장이 프로그램이나 연구 분야 쪽에 자꾸 잔소리를 하고 싶어 한다는 점? 하하하.”

영화계 전반을 휩쓸고 간 블랙리스트 사태에서 영상자료원도 무풍지대일 순 없었다. 그가 취임사를 통해 전임 원장의 불합리한 인사이동에 대해 사과하고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도 그런 맥락일 터다. “첫 과제는 전문성이 우선인 인사에서 전혀 연관성이 없는 부서로 발령이 난 직원들을 최대한 원래 자리로 복귀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상암동 직원들과 파주 보존센터 직원 전체에게 지난 1년간 업무를 수행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 무엇인지 적어 내라고 과제를 내줬어요. 직원들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조처인데, ‘교수 출신답다’는(웃음) 평가가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올해는 한국영화사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에 영상자료원의 관련 사업에 관심이 쏠린다. 주 원장은 “100주년 기념사업과 관련해 별도의 예산이 지원되지 않아 기존의 예산으로 사업을 잘 꾸려가는 것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5~10월 시네마테크에서 한국영화 100주년 관련 기획전, 11월 독립영화 기획전, 국제학술심포지엄 등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영화 100년 기념사업회에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회가 요구하는 자료, 그리고 언론에서 필요로하는 자료를 잘 제공하는 데도 힘을 쏟겠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남북 영화 교류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이미 몇몇 국내 영화제에서 북한 영화를 상영하거나 남북평화영화제 등이 추진되는 등 민간 교류의 움직임이 있다. 영상자료원이 해야 할 몫도 있을 터다. “우리 직원들이 매해 국제영상자료원연맹 행사에 참석하는데, 거기서 북한 대표단을 만나요. 인적 네트워크는 이미 만들어져 있다는 뜻이죠. 언젠가 다들 궁금해하는 북한 수장고의 <아리랑>, <만추> 같은 작품들을 볼 날이 오지 않을까요?”

방대한 자료를 축적한 영상자료원이지만, 접근성·개방성·인지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은 계속돼 왔다. 주 원장 역시 이 부분에 방점을 찍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으로 시네마테크 이용자가 12만6천여명, 상암·파주의 영상도서관 이용자가 4만3천여명, 한국영화박물관 이용자가 8만3천여명 정도 돼요. 온라인 브이오디(VOD) 조회수는 4294만 8000회에 달하죠. 예전에는 자료원 데이터베이스를 피시(PC)에서만 이용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모바일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편의성이 늘어 이용자는 계속 늘 것으로 예상해요. 서비스 작품을 늘리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어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찾아가는 영화관 사업도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임기 동안에 꼭 추진하고 싶은 사업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미시사적인 것에 관심이 많아요. 예를 들어 1955년에 나온 영화 <미망인>을 보는데, 남편 잃은 부인이 남편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는 장면에서 맥주를 한 손으로 따라주는 것이 신선했어요. 50년대 문화는 저랬나? 또 시대마다 영화 속 부엌의 모습이 다 다른데, 이걸 10년 단위로 연구해 보면 어떨까? 영화 속 장면들을 통해 새로운 풍속사를 연구해 보자는 거죠. 영화 전공자뿐 아니라 생활사 연구자들과 함께 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요?”

그의 관심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미몽>(1936)을 시작으로 한국영화 속 악녀, 즉 ‘센 언니’들에 대해 연구해 보면 어떨까요? 가정에서 찍은 홈무비를 아카이빙해서 생활 문화사를 살펴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제가 하고 싶다고 다 할 순 없겠지만.(웃음)” 아이디어 넘치는 주진숙 원장의 이야기를 듣노라니, 앞으로 3년 동안 다양해질 영상자료원의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진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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