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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유관순 이야기’ 고아성 vs ‘자전차왕 엄복동’ 정지훈

등록 2019-02-25 14:21수정 2019-02-25 20:20

‘항거:유관순 이야기’ 고아성
“여옥사 8호실 항일운동가에 끌려
수형표 사진, 나와 닮았다니 감사
마지막 촬영 땐 5일간 단식했죠
색·계 같은 감성의 멜로 좋아해
그런 시나리오 오면 마다 않겠다”


‘자전차왕 엄복동’ 정지훈
“8개월간 대학 선수촌 입소 훈련
구식 자전거에 넘어지고 깨지고
바퀴 두개 달린 건 보기도 싫어
인간 정지훈으로 사는 날 오면
맛집 소개 소소한 글 쓰며 살고파”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올해 영화계에도 ‘역사’ 바람이 불고 있다. 오는 27일 실존 인물의 삶을 그린 영화 두 편이 동시에 스크린에 걸린다. 일제강점기 자전거 하나로 민족의 자긍심을 일깨운 엄복동의 이야기를 담은 <자전차왕 엄복동>과 3·1운동을 이끈 여성 항일운동가 유관순의 옥중생활을 옮긴 <항거: 유관순 이야기>다. 두 영화의 주연 배우 정지훈(비)과 고아성을 미리 만났다.

고아성 “맨발로 선 순간 눈물이…따뜻한 유관순 그렸다”

‘항거:유관순 이야기’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항거:유관순 이야기’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테스트 촬영을 하러 서대문형무소에 갔던 날이 생생해요. ‘연기를 어떻게 하나’ 걱정만 했는데 바닥을 맨발로 딛고 서는 찰라, 그 냉기와 딱딱한 질감에 눈물이 나더라고요. ‘아, 당시에도 이런 느낌이었겠구나’라는 현실감이 훅 올라오는 순간이었죠.”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의 개봉(27일)을 앞두고 마주한 배우 고아성은 인터뷰 도중에도 몇 번이나 눈물을 보였다. “어떤 역할을 맡든 애틋함이 많은 편인데, 이번엔 유독 심해요. 감정의 세밀한 변화를 잘 짚어야 하는 작품이라 그 변곡점을 떠올릴 때마다 울컥하네요.”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3·1운동의 아이콘’이자 ‘한국의 잔다르크’로 불리는 독립운동가 유관순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1919년 충남 병천의 아우내 장터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한 유관순이 서대문형무소에 갇힌 뒤 1년 동안의 시간을 담아낸다. 육체는 좁은 감옥에 갇혔지만, 영혼만큼은 자유로웠던 유관순의 마지막을 그린 셈이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반가운 작품이었어요. 단순히 유관순의 삶뿐 아니라 우리가 잘 몰랐던, 여옥사 8호실의 여성 항일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두루 다룬 작품인 점에 끌렸어요.”

영화는 강인한 신념과 뚝심 있는 카리스마를 지닌 유관순이 아닌, 후회도 하고 슬퍼도 하는 인간적인 그의 면모에 집중한다. “맨 처음 시나리오는 의자를 집어 던지며 자기주장을 또렷하게 밝히는 법정장면으로 시작했어요. 하지만 자칫 유관순의 기개에 초점을 맞춘 영화가 될까봐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수정하셨대요. 그 이야기를 듣고 방향성이 명확해졌죠. 강인함보단 포용력 있는 따뜻한 리더의 모습이구나.” 대중에게 알려진 유관순은 서대문형무소 수형 기록표 사진 속 열일곱 앳된 모습이다. 고아성과 어딘지 몹시 닮았다. “감사해요. 사실 그 사진이 연기의 출발점이었거든요. 나이가 잘 보이지 않는 사진이더라고요. 처음엔 그 목소리가 궁금했고, 그 다음에는 감옥에서의 시간이 궁금해졌어요. 그렇게 유관순을 알아갔죠.”

‘항거:유관순 이야기’의 고아성.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항거:유관순 이야기’의 고아성.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시종일관 다큐멘터리처럼 건조한 데다 마지막 ‘죽음’을 빼고는 모두 흑백으로 진행된다. 실존인물의 무게감은 물론 촬영 기법상의 무게감이 상당하지만, 고아성은 짓눌리지 않았다. “연기적 장치가 거의 없는 작품이죠, 그런 점이 새롭기도 하고 제가 선호하는 스타일이기도 해요. 다만, 비극의 역사, 참혹한 역사를 너무 담담하게 담아내다 보니 관객의 기대에 못 미칠까 걱정이 되긴 해요.”

마지막 촬영 때는 5일 동안 단식을 하고 임했다. “영화 속 ‘기도나 할 겸’ 이란 대사처럼 딱 그 심정으로 단식했어요. 첫 촬영 때는 얼굴에 붓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감독님 말씀에 증량도 하고 잠도 안 자고 갔어요. 처음과 마지막의 유관순 모습이 달랐으면 했어요.”

4살 때 광고모델로 데뷔한 고아성은 27살이라는 나이가 새삼스럽다고 했다. ‘아역 출신 배우’의 모범으로 불리는 그는 “아역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스스로의 걱정보다 외부의 편견에 갇히는 경우가 많은데 후배들도 그런 시선에 ‘항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뭔가 결정하기엔 아직 <항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라면서도 “진한 감성의 멜로를 좋아해 영화 <색·계>를 추천하곤 하는데, 그런 시나리오가 들어오면 마다치 않겠다”며 웃었다.

정지훈 “엄복동 주법은 혁명적 주법…국뽕? 엄연한 실화죠!”

‘자천차왕 엄복동’의 한 장면. 레인컴퍼니 제공
‘자천차왕 엄복동’의 한 장면. 레인컴퍼니 제공
“국뽕을 세숫대야로 퍼붓는다, 국뽕 엠에스지(MSG)가 과하다고들 하는데,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허구처럼 느껴지는 두 부분이 실화예요. 진짜 있었던 일을 무시할 순 없잖아요?”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개봉(27일)을 앞두고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정지훈(비·37)은 이번 작품에 대한 일부의 냉정한 평가를 전하자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부연설명도 이어졌다. “자전거 안장에서 엉덩이를 들어 페달을 밟으며 속도를 내 역전하는 엄복동의 기술은 당시로선 혁명적인 주법이었대요. 또 마지막 대결에서 일본 경찰이 엄복동에게 총부리를 겨누자 조선인들이 관중석에서 뛰어나와 ‘엄복동을 지키자’며 바리케이드를 친 것도 당시 언론에 보도된 사실이고요.”

<알투비: 리턴 투 베이스>(2012) 이후 스크린에 7년 만에 복귀하는 정지훈은 이번에 자전차 한 대로 나라 잃은 조선인들의 꿈과 희망이 됐던 실존 인물 엄복동을 연기했다. 촬영 전부터 약 8개월 동안 한국체육대학 선수촌에 입소해 훈련에 몰입했다는 그는 “이제 바퀴 두 개 달린 물건은 쳐다보기도 싫다”며 웃었다.

“훈련할 땐 그나마 국가대표용 사이클을 탔는데, 촬영 때는 1900년대 자전거를 구현해 타니 속도감이 안 나 고생을 많이 했어요. 모래를 다져 만든 경기장에서 계속 넘어져 배우들 팔이 피투성이가 됐죠. 해가 떨어져야 촬영이 마무리되는데, 여름에는 저녁 7~8시까지 밝잖아요? 와~ 나중엔 무념무상으로 타게 되더라고요. 하하하.”

실존 인물을 다루다 보니 개봉 전부터 예상치 못한 논란도 빚어지고 있다. 엄복동이 말년에 자전가 절도 혐의로 체포됐다는 기록 때문이다. “사실 엄복동이 위인은 아니죠. 한 마디로 현대의 김연아·손흥민 같은 스포츠 스타예요. 다만, 힘들었던 그 시대에 10만명이 넘는 관중을 운집하게 했고, 일본을 꺾고 우승해 민족적 자긍심을 심어준 분이죠.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인물을 조명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나요?”

‘자전차왕 엄복동’의 정지훈. 레인컴퍼니 제공
‘자전차왕 엄복동’의 정지훈. 레인컴퍼니 제공
3·1절을 앞두고 비슷한 소재를 다룬 <항거>와 경쟁을 펼쳐야 하는 것도 부담일 터다. “이 영화만의 강점이 있어요.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이죠. 비유하자면 신라면보단 사리곰탕면처럼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맛이랄까?”

10대에 데뷔해 지난 20년 동안 가수와 배우를 오가며 늘 ‘톱스타’로 살았던 정지훈. 2013년 김태희와 결혼하고 딸을 얻으며 사생활 역시 대중의 관심사가 됐다. 때론 힘겨울 법도 한데, 그는 ‘스타’로 사는 것에 대한 뚜렷한 소신도 밝혔다. “연예인은 대중의 인형이나 장난감이 되는 게 직업적 숙명이라 생각해요. 수많은 인형 중 뽑혀 사랑을 받았으면, 그에 따르는 고통도 감내해야죠. 언젠간 쉽게 버림받을 수도 있다는 것까지도.” 그러면서도 늘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소박하지만 원대한 꿈을 꾼다고 했다. “연예인이 아닌 인간 정지훈의 삶을 살고 싶은 날이 오겠죠. 그땐 맛집을 소개하는 소소한 글을 쓰면서 조용히 살고 싶어요.”

그래도 당장은 숙제를 하듯 현재의 삶에 집중한다. “개봉을 앞두고 예능 프로에도 나가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제 앨범을 냈을 때도 이렇게는 활동 안 했는데. 하하하. 오랜만에 완전한 신인의 자세로 임하고 있어요.” 20년 톱스타의 자리를 지킨 힘은 역시나 성실함이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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