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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다양성 빛난 오스카…작품상엔 인종차별 극복 담은 ‘그린북’

등록 2019-02-25 15:35수정 2019-02-25 20:19

흑백우정 그린 실화 바탕 영화…남우조연·각본상까지 3관왕
넷플릭스 영화 ‘로마’ 감독상…‘보헤미안 랩소디’ 남우주연상
91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을 거머쥔 <그린북>의 피터 패럴리 감독. 아카데미 누리집 갈무리
91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을 거머쥔 <그린북>의 피터 패럴리 감독. 아카데미 누리집 갈무리
제91회 아카데미시상식은 후보들의 면면은 물론 수상 결과에서도 ‘다양성’이 빛났다. 오스카는 새로운 플랫폼인 넷플릭스에도, 할리우드 흑인 히어로 영화에도, 다양한 국적과 인종에게도 그 문을 활짝 열어 변화의 의지를 재확인시켰다. 30년 만에 사회자 없이 진행됐지만 큰 사고나 이변 없이 평화롭고 순조로웠다. <그린북>이 최우수 작품상을 거머쥔 가운데 <보헤미안 랩소디>가 4관왕, <로마> <블랙팬서>가 각각 사이좋게 3관왕에 올랐다.

25일(현지시각 2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은 <그린북>(감독 피터 패럴리)에 돌아갔다. 작품상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졌던 <로마>를 꺾은 것이 이변이라면 이변이다. “인종차별을 넘어 화해와 화합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담은 것이 아카데미의 취향을 저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린북>은 1960년대 초 미국을 배경으로, 허풍과 주먹이 전부인 운전사이자 보디가드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와 교양과 우아함을 지닌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의 특별한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실화에 기반한 이 작품은 두 사람이 당시 인종차별이 심했던 미국 남부에서 8주간의 콘서트 투어 일정을 함께하면서 서로 이해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피터 패럴리 감독은 수상소감을 통해 “이 영화는 사랑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서로 다르지만 사랑하라는 것,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그린북>은 작품상 외에도 남우조연상(마허샬라 알리)과 각본상을 받았다.

91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감독상·촬영상·외국어영화상 등 3개 부문을 석권한 <로마>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 아카데미 누리집 갈무리
91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감독상·촬영상·외국어영화상 등 3개 부문을 석권한 <로마>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 아카데미 누리집 갈무리
10개 부문에 최다 노미네이트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로마>는 감독상·촬영상·외국어영화상 등 3개 부문을 석권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그래비티>로 2014년 감독상을 받은 이후 5년 만에 두 번째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이번엔 촬영감독까지 겸해 촬영상까지 손에 넣었다. 1970년대 초반 혼란한 멕시코시티 로마 지역을 배경으로 한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인 이 작품은 멕시코 감독이 자국 배우·스태프들과 자국 언어로 만들어 화제를 모았다. 쿠아론 감독은 “(로마의 클레오 캐릭터는) 노동권이 없는 전 세계 7000만명 가까운 가사 노동자 중 한 명으로, 이제까지 배경 인물로 배제된 캐릭터였다. 예술가로서 그들을 바라보는 건 우리의 임무다”라고 말했다. 이로써 오스카는 ‘생태계 교란종’으로 비판받던 넷플릭스에 문을 열어 “변화하는 플랫폼 시대에 발맞췄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쿠아론 감독의 수상으로 ‘오스카의 멕시코 감독 열풍’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의 기예르모 델 토로, 2015·2016년에는 <버드맨>과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2년 연속 감독상을 수상한 바 있다.

남우주연상을 받은 <보헤미안 랩소디>의 라미 말렉. 아카데미 누리집 갈무리
남우주연상을 받은 <보헤미안 랩소디>의 라미 말렉. 아카데미 누리집 갈무리
올해 시상식에서 가장 눈길을 끈 작품은 <보헤미안 랩소디>였다. 영국의 전설적 밴드 퀸의 리드싱어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다룬 이 작품은 음향편집상·음향믹싱상·편집상에 이어 남우주연상을 받아 최다 부문인 4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남우주연상을 받은 라미 말렉은 “대단한 역사의 한 부분이 되게 해준 밴드 퀸에게 감사하다. 나 역시 이집트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이런 이야기를 만들고,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밝혔다. 앞서 시상식 첫머리에서는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와 드러머 로저 테일러, 가수 애덤 램버트가 무대에 올라 ‘위 아 더 챔피언스’ 등으로 라이브 축하무대를 꾸며 팬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안겼다.

여우주연상은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의 올리비아 콜맨에 돌아갔다. 관심을 모았던 또 한 편의 작품인 할리우드 흑인 히어로물 <블랙팬서>는 미술상·의상상·음악상 등 3관왕에 올랐다. 몰아주기보다 다양한 작품에 고루 상을 안기면서 ‘백인 중심’이라는 해묵은 비판을 피해가려는 노력으로 읽힌다.

올해 아카데미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남녀주연상·조연상 수상자들. 왼쪽부터 남우주연상 라미 말렉, 여우주연상 올리비아 콜맨, 여우조연상 레지나 킹, 남우조연상 마허샬라 알리. 아카데미 누리집 갈무리
올해 아카데미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남녀주연상·조연상 수상자들. 왼쪽부터 남우주연상 라미 말렉, 여우주연상 올리비아 콜맨, 여우조연상 레지나 킹, 남우조연상 마허샬라 알리. 아카데미 누리집 갈무리
한편, 언제나 그렇듯 정치·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각색상을 받은 <블랙클랜스맨>의 스파이크 리 감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2020년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두 힘을 모아 역사의 바른 편에 서야 한다. 사랑과 증오 사이에서 옳은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우조연상을 시상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티나 페이, 마야 루돌프 에이미 폴러 역시 “멕시코는 장벽을 세우는 데 돈을 내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놓겠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91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명단

△작품상: 그린북

△감독상: 알폰소 쿠아론(로마)

△남우주연상: 라미 말레크(보헤미안 랩소디)

△여우주연상: 올리비아 콜먼(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각본상: 그린북

△각색상: 블랙클랜스맨

△남우조연상: 마허셜라 알리(그린북)

△여우조연상: 리자이나 킹(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

△편집상: 보헤미안 랩소디

△촬영상: 로마

△미술상: 블랙팬서

△의상상: 블랙팬서

△분장상: 바이스

△시각효과상: 퍼스트맨

△음악상: 블랙팬서

△주제가상: ‘셸로’(스타 이즈 본)

△음향편집상: 보헤미안 랩소디

△음향믹싱상: 보헤미안 랩소디

△외국어영화상: 로마

△장편 애니메이션상: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단편 애니메이션상: 바오

△단편영화상: 스킨

△장편 다큐멘터리상: 프리 솔로

△단편 다큐멘터리상: 피리어드. 엔드 오브 센텐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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