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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신박한 ‘여성 히어로’의 탄생기 ‘캡틴 마블’

등록 2019-03-06 01:18수정 2019-03-06 18:25

[‘캡틴 마블’ 관람하는 3개의 키워드]

①강력한 페미니즘 서사
‘나는 누구인가’ 답 찾는 한 여성의 이야기
전형적 섹시미 벗은 강하고 인간적인 캐릭터

②조연들의 미친 활약
쉴드 국장 닉 퓨리의 풋풋한 젊은 시절 볼거리
신 스틸러 활약 톡톡 치즈태비 고양이 ‘구스’

③‘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떡밥
어벤져스의 기원을 찾아 1990년대로 고고싱
인피니티 워 마지막 등장한 호출기 비밀 밝혀
“새로운 히어로, 어벤져스의 희망”이라는 모토를 내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21번째 작품 <캡틴 마블>이 베일을 벗었다. 마블 역사상 최초의 여성 솔로 히어로 무비인 <캡틴 마블> 속 주인공은 코믹북(만화)을 원작으로 한 그동안의 모든 마블 주인공을 통틀어 가장 만화적인 캐릭터라 할 만하다. 어벤져스의 근원을 쫓아 1990년대로 공간을 옮긴 <캡틴 마블>은 시대의 향수를 내뿜는 각종 소품과 음악으로 잔재미를 선사하는 것은 물론, 그동안 어떤 히어로에게서도 볼 수 없었던 가공할 위력을 선보이며 123분 내내 관객의 시선을 스크린에 묶어둔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러하다. 우주의 위대한 전사 크리족의 정예부대 소속인 비어스(브리 라슨)는 스승인 스타포스 사령관(주드 로)과 함께 훈련에 매진한다. 특별한 능력을 지닌 전사 비어스는 과거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 약점이 있다. 크리의 적인 스크럴 종족과 전투를 벌이다 우연히 지구에 떨어진 비어스. “냄새나고 지저분한 행성” 지구는 기술 발전이 미천한 1995년, 아직 어벤져스 히어로들이 뭉치기도 전이다. 지구에서 쉴드 요원 닉 퓨리(새뮤얼 L. 잭슨)를 만나게 된 비어스는 잃어버린 기억을 찾는 여정에 오르고, 과거 자신이 미 공군 조종사 ‘캐럴 댄버스’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기억의 단편 속에 숨겨진 엄청난 진실과 마주한다.

영화 <캡틴 마블>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캡틴 마블>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 강력한 페미니즘 서사 ‘엠시유 최초의 여성 솔로 히어로 무비’라는 명성에 걸맞게 <캡틴 마블>은 한 여성이 온 우주와 맞서 싸우면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꼬마 시절부터 공군 비행 조종사 시절까지 캐럴 댄버스가 가진 기억의 단편은 플래시백으로 처리되는데, 줄곧 “여자가 하기엔 무리다” “여자는 조종사가 될 수 없다”고 하는 남성 중심의 세상에 저항하는 모습이다. “<캡틴 마블>은 페미니즘 영화”라는 배우 브리 라슨의 말대로 비어스가 ‘캐럴 댄버스’라는 자아를 찾는 동안 누구의 명령이 아닌, 자신의 의지와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강인한 여성 영웅으로 거듭난다. 그가 영화의 마지막에 스승에게 “내가 왜 너에게 나를 증명해야 하지?”라고 되묻는 장면은 남성의 잣대에 맞춰 인정 투쟁을 강요당했던 세상 모든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 속이 시원하다.

영화 속 캐럴 댄버스는 상냥하고 섹시한 정형화된 여성 히어로의 모습이 아니다. 그는 불같이 끓어오르고 욱하는 성미를 보이기도 하고, 때론 슬퍼하고 연민에 빠지는 입체적인 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 또 다른 남성 히어로를 압도할 만큼 엄청난 능력을 장착했다. 우주를 광속비행하고, 응축된 광양자 에너지로 모든 것을 초토화하고,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맨손으로 저지한다. 개봉 전부터 ‘페미니즘 영화’라는 이유로 로튼 토마토 등에서 ‘평점 테러’를 당한 <캡틴 마블>은 역설적이게도 왜 이 시점에 성차별적 현실에 당당히 맞설 페미니즘 히어로 영화가 필요한지를 증명한다.

영화 <캡틴 마블>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캡틴 마블>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 조연들의 미친 활약 <캡틴 마블>에는 주인공 캐럴 댄버스뿐 아니라 관객을 매료할 다양한 조연이 등장한다. 먼저 훗날 어벤져스를 결성하는 쉴드 국장 닉 퓨리의 젊은 시절 모습이 반갑다. 시간을 거슬러 오른 듯 확 젊어진 쉴드 요원 닉 퓨리는 무표정하고 딱딱하던 <어벤져스> 속 모습이 아닌, 밝고 유머러스한 모습을 뽐낸다. 그가 왜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 안대를 차게 됐는지, 왜 슈퍼 히어로들을 한데 모으게 됐는지, 어벤져스라는 이름의 기원은 무엇인지 등 그동안의 궁금증이 <캡틴 마블>에서 낱낱이 풀린다.

누구보다 빛나는 신 스틸러는 고양이 ‘구스’다. 귀여운 ‘치즈태비냥’인 구스는 닉 퓨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기묘한 관계다. 또한 <토르1>과 <캡틴 아메리카> <어벤져스1>에 등장한 ‘테서렉트’(스페이스 스톤을 담은 상자) 향방의 비밀도 이 치즈태비냥에게 숨겨져 있다.

이 밖에 무엇으로든 변신할 수 있는 스크럴 리더 탈로스(벤 멘덜슨)의 활약,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메인 빌런인 크리 공병부대 ‘어큐저’ 리더 로난(리 페이스)의 깜짝 등장 등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영화 <캡틴 마블>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캡틴 마블>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떡밥 <캡틴 마블>이 마블 팬들에게 놓쳐서는 안 될 ‘필람’ 작품이 된 건 애초 이 작품이 엠시유 1기의 대미를 장식할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가는 징검다리 구실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어벤져스 시리즈를 역주행하는 듯 맨 마지막에 어벤져스의 기원을 밝히는 <캡틴 마블>은 쿠키 영상을 통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마지막에 등장한 닉 퓨리의 호출기 비밀을 드러낸다. 물론, 누구나 짐작 가능해 ‘비밀’이라기엔 다소 민망하지만. 어쨌든 <캡틴 마블>은 인류의 절반을 멸망시킨 타노스의 폭주 앞에 인류를 구원할 꽤 쓸 만한 영웅 한명이 더 등장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마음으로 <엔드게임>을 기다리게 하는 위안거리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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