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첫 미니 시리즈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의 한 장면. 왓챠 제공
박찬욱 감독의 첫 미니 시리즈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이 베일을 벗었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왓챠플레이는 20일 언론 시사회를 열어 1~2회를 공개했다. 모두 6부작인 시리즈 전편은 오는 29일 왓챠플레이에서 한꺼번에 공개한다.
<리틀 드러머 걸> 방송판은 지난해 영국 <비비시>(BBC)와 미국 <에이엠시>(AMC)에서 전파를 탔다. 당시 “박찬욱 감독의 놀라운 티브이 데뷔”(<인디와이어>), “모든 것이 찬란하고 아름답다. 스파이물에 박찬욱 감독의 스타일리시하면서도 관습적이지 않은 표현들이 녹아들었다”(<가디언>)는 등의 호평이 쏟아졌다.
<리틀 드러머 걸>은 스파이 소설의 거장 존 르 카레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다. 박찬욱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소설을 읽고 (영상화 작업을) 하고 싶었는데, 책이 워낙 두껍고 내용도 풍부하다 보니 영화로 옮기려면 다 쳐내고 인물을 축소해야 한다. 그러고 싶지 않아서 티브이 드라마 형식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원작이 첩보 스릴러인 동시에 로맨스 이야기라는 점에 매료됐다. 로맨스 요소가 첩보 스릴러의 자극적 요소에 묻히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각색했다”고 덧붙였다.
박찬욱 감독의 첫 미니 시리즈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의 한 장면. 왓챠 제공
첫 회는 1979년 독일의 이스라엘 대사관 관저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스라엘 정보국 모사드의 고위 요원 마틴 쿠르츠(마이클 섀넌)는 유럽 전역에서 잇따라 발생한 테러의 배후에 팔레스타인 혁명군이 있다고 결론 짓고 비밀 작전을 기획한다. 그는 모사드의 비밀 요원 가디 베커(알렉산더 스카스가드)를 통해 영국 런던의 무명 배우 찰리(플로렌스 퓨)를 작전에 끌어들인다. 찰리는 혼란스러워하면서도 현실과 허구, 진실과 거짓, 첩보와 사랑을 오가는 목숨 건 연기를 시작한다.
1~2회만 봐도 보통의 외국 드라마와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단숨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고 진행도 느린 편이다. 하지만 2회를 보면 1회에서 품었던 궁금증이 조금씩 풀리는 등 갈수록 이야기가 탄탄하고 치밀해짐을 깨닫게 된다. 1970년대 후반 분위기를 세밀하고 아름답게 재현한 미장센이나 그리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서 남녀 주인공이 그림자놀이로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장면 등은 박찬욱 감독만의 색깔을 떠올리게 한다.
박찬욱 감독의 첫 미니 시리즈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의 한 장면. 왓챠 제공
방송판과 감독판의 차이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둘 다 보고 뭐가 다르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꼼꼼히 집중해서 본다면 같은 게 거의 없다 해도 될 만큼 디테일이 다르다. 방송국은 폭력·노출·욕설에 엄격해서 그런 장면을 억지로 들어내야 하는 아픔이 있었는데, 감독판에선 되살렸다. 또 방송 기한에 맞추느라 서둘렀던 후반 작업을 좀더 하면서 편집, 음악, 사운드, 색보정 등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첫 미니 시리즈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을 연출하고 있는 박찬욱 감독. 왓챠 제공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문제는 한국 관객에겐 다소 낯선 소재다. 이와 관련해 그는 “문학, 영화, 티브이가 좋은 게 몰랐던 세계를 알게 해준다는 점이다. 저도 팔레스타인 문제를 이 소설로 알게 됐다. 우리나라가 분단, 냉전, 전쟁 위험 등을 겪고 있는데, 다른 나라 사람들이 관심 없다고 하면 얼마나 외롭겠나.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지만 수십년 동안 되풀이되는 폭력의 악순환 속에서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관심 갖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