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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영화 ‘바이스’…누가 ‘법위의 권력’ 딕 체니를 만들었나

등록 2019-03-31 11:58수정 2019-03-31 20:43

뮤지컬 코미디로 본 미국의 ‘민낯’
이라크 전쟁 주도한 딕 체니 실화
무력했던 ‘3권 분립’ 역설적 유머로
‘바이스’의 한 장면. 콘텐츠판다 제공
‘바이스’의 한 장면. 콘텐츠판다 제공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은 미국의 민낯이다. 미국에는 권력과 권력자에 대한 엄청난 견제와 규제라는 화장한 얼굴도 있지만, 권력과 금력이 있다면 어떤 법률과 규제도 상관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민낯도 있다.

영화 <바이스>는 딕 체니에 대한 얘기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막강한 부통령이었다는 딕 체니가 어떻게 출세가도를 달렸고, 그의 부통령 재임 기간 중 벌어진 9·11 테러 이후 어떻게 미국을 주물렀는지를 말한다. 체니에 대한 개인적 비판이 아니다. 체니를 가능케 한 미국 사회를 조롱하는 ‘뮤지컬 코미디’이다.

하지만 영화는 정작 뮤지컬은 부족하고, 코미디치고는 너무 진지하다. 망나니에서 허풍쟁이, 그러고는 미국 역사상 최고 ‘애국자’로 변신하는 체니라는 역설을 담기 위한 장치이다.

미국에서 1인당 총기 소유가 가장 많고 백인 극우단체 활동이 왕성한 벽촌 와이오밍의 망나니 리처드 브루스 체니(딕 체니)는 여자친구 린 빈센트의 도움으로 예일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학교에 적응 못 한 체니는 중퇴를 하고, 고향에서 다시 음주운전과 폭행 등으로 유치장 신세를 졌다. 아내가 된 린이 ‘결혼을 유지하려면 정신 차리라’고 최후통첩을 보내자 체니는 다시 대학을 들어가고는 의회 인턴이 되는 ‘개과천선’을 했다.

‘바이스’의 한 장면. 콘텐츠판다 제공
‘바이스’의 한 장면. 콘텐츠판다 제공
그러고는 내내 출세가도를 달렸다. 워싱턴에서 만난 멘토 도널드 럼스펠드의 후원으로 백악관 직원으로 들어간 뒤 34살 나이로 최연소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냈다. 비결은 황당한 생각을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눈치 안 보고 밀어붙이는 장기였다. 미국 보수들의 원초적 욕망을 대변했기 때문이다. 고향에서 하원의원을 지낸 뒤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 때 국방장관을 맡아 대선 후보로도 물망에 올랐다.

그러고는 워싱턴 정가를 떠났다. 막내딸 메리의 동성애 문제도 있었지만, 민주당의 빌 클린턴이 대통령이 된 워싱턴에서 그가 설 자리가 없었다. 석유회사 핼리버튼의 최고경영자로서 인생을 마감할 것 같던 체니는 아들 조지 부시가 공화당의 대선후보가 되면서 다시 진정한 ‘딕 체니’로 거듭난다.

부시로부터 부통령 후보를 제안받은 그는 예산·조세·국방·대외정책에 대한 재량권을 달라는 조건을 걸고 수락한다. 그 결과는 9·11 테러 뒤 체니가 밀어붙인 이라크 전쟁이었고, 미국은 지금도 그 수렁에서 신음한다.

영화는 미국이 대외적으로 떠드는 3권분립 등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얼마나 무력한 것인가를 체니를 통해 보여주려고 한다. 체니는 ‘단일 행정부론’이나 ‘부통령은 입법부나 행정부에 속하지 않는 제4부’라는 황당한 헌법 해석 등을 동원해 모든 견제를 피해나간다. 부통령으로 재임하면서도 핼리버튼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고 그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일을 태연하게 저지른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 의아하면 영화를 보면 된다.

2008년 금융위기의 와중에서 돈을 챙기는 월가를 모습을 그린 <빅쇼트>, 1970년대 미국의 한 시장에게 벌어진 뇌물 사건을 통해 미국의 부패를 폭로한 <아메리카 허슬> 등에서 발군의 유머와 리얼리티를 보여준 애덤 매케이가 미국의 슬픈 코미디를 만들어 냈다. 주연 크리스천 베일 등 모든 출연진은 지금도 활약하는 현존 인물들로 분했기 때문에, 100% 싱크로율을 보여줘야만 했다.

참고로 기자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한국을 방문한 딕 체니가 참여한 행사에 풀기자로 참석해 가까이 취재한 적 있다. 당시 안경 너머로 내다보던 그의 섬뜩한 눈빛을 이 영화에서 다시 체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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