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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창조적 투지 빛나는 안도 다다오의 공간들

등록 2019-04-23 12:07수정 2019-04-23 19:59

안도 다다오 작품세계 다큐 <안도 타다오> 개봉
성취뿐 아니라 좌절의 순간까지 진솔하게 보여줘
원주 <뮤지엄 산> 올 초 다다오 명상관 개장
외형보다 체험 중요시 한 다다오 철학 실현
프로 복서로 활동하던 젊은 시절 안도 다다오의 모습. 진진 제공.
프로 복서로 활동하던 젊은 시절 안도 다다오의 모습. 진진 제공.
“늙어서 체력이 떨어지면 싸울 용기가 없어지지”

흰 트레이닝복을 입은 ‘왕년의 복서’ 안도 다다오(78)가 주먹을 흔든다. 권투선수 출신으로 정식교육을 받지 않고 세계적 건축가가 된 안도 다다오의 작품세계를 살피는 다큐멘터리 <안도 타다오>(25일 개봉)의 첫 장면이다. 돈을 벌기 위해 링 위에 올랐지만 자신의 길이 아님을 간파한 그는 건축으로 다시 목표를 정한다. “권투나 건축이나 홀로서기란 점에서 마찬가지다. 혼자서 싸우는 건 같은 거야.” ‘무전여행’처럼 떠난 유럽답사에서 로마의 <판테온>과 르 코르뷔제의 <롱샹교회>를 보며 “빛을 추구하기만 해도 건축이 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 그는 귀국해 자신의 이름을 내건 건축사무소를 열었다. 터의 3분의 1을 중정에 할애해 충격을 던진 데뷔작 <스미요시 주택>(1976년 완공)부터 시작해 빛과 그림자, 자연과 인공의 대비를 극적으로 풀어낸 <물의 교회>(1988) <빛의 교회>(1989), 첫 국외 작품인 <베네통 커뮤니케이션 연구센터 파브리카>(1989), 나오시마섬의 걸작 <베네세 하우스 미술관>(1992) <지추 미술관>(2004)과 중국의 야심 찬 프로젝트인 <상하이 폴리 그랜드 시어터>(2014)까지 그의 대표작들을 두루 만날 수 있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상하이 폴리 그랜드 시어터. 진진 제공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상하이 폴리 그랜드 시어터. 진진 제공
명품 건축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있지만 미즈노 시게노리 감독은 안도 다다오의 창조적 투지와 엉뚱함을 반짝이는 유머로 버무려 웃음을 끌어낸다. 별다른 장식 없이 콘크리트 벽을 커다란 십자가 모양으로 잘라낸 <빛의 교회>를 설계하면서 안도 다다오는 십자가 틈새를 유리로 덮지 말자고 주장하지만 목사는 비와 추위를 우려해 반대한다. 건축주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안도 다다오는 카메라 앞에서 단호하게 말한다. “건축은 완공됐다고 끝이 아니다. 언젠가 유리를 빼버리겠다.”

오사카의 빛의 교회. 진진 제공.
오사카의 빛의 교회. 진진 제공.
설계안을 스케치중인 안도 다다오. 진진 제공
설계안을 스케치중인 안도 다다오. 진진 제공
좌절의 순간도 진솔하게 담아냈다. 국제적 관심사였던 영국의 테이트 모던 뮤지엄 현상설계에서 결국 헤어초크에게 밀렸을 때, 프랑스 세갱 섬에 지어질 뻔했던 미술관 계획이 틀어졌을 때(자크 시라크 당시 프랑스 대통령은 ‘와인이나 마시고 포기하라’고 달랜다)를 떠올리는 안도의 허탈한 표정에선 진한 아쉬움이 묻어난다. 하지만 그가 가장 많이 실망했을 때는 뉴욕의 쌍둥이 건물이 9·11테러로 파괴된 뒤 제시한 재건계획이 수용되지 않았을 때다. 그는 폐허 위에 아무것도 짓지 말고 지하에 명상관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경제 효율성이 없다며 반대하는 ‘미국인’들을 향해 그는 호소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생각해봐야 해요!” 다큐에서도 나오듯 그는 2014년 암이 발병해 췌장과 비장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인데… 포기할 순 없다”며 계단을 성큼성큼 오르는 그의 뒷모습은 애잔함을 남긴다.

강원도 원주 뮤지엄산의 명상관 외부 모습. 뮤지엄산 제공
강원도 원주 뮤지엄산의 명상관 외부 모습. 뮤지엄산 제공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의 명상관 내부. 뮤지엄산 제공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의 명상관 내부. 뮤지엄산 제공
비록 뉴욕에선 실현되지 않았지만 “모두 생각해봐야 해요”라고 외치던 안도 다다오의 꿈은 소박하게나마 한국에서 이뤄졌다. 강원도 원주 지정면에 있는 <뮤지엄 산>이 올해 초 개장한 명상관이다. 오직 명상만을 위한 상설공간으로는 안도 다다오의 작품 중 유일하다고 한다. 기존 미술관에 있던 ‘스톤 가든’의 맥락에 맞춰 지름 16m에 높이 4m의 둥근 돔을 만들고 화강암의 일종인 귀래석으로 표면을 덮었다. 노출콘크리트로 마감한 실내엔 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돔 가운데에 기다랗게 틈을 냈다. 132㎡(40평) 되는 자그마한 건물이지만 군더더기 없는 실내에 뿌려진 빛 한줄기가 풍성한 공간감을 자아낸다. 지난 16일 찾은 명상관에서 30분간 수련을 해보니 “건축물은 외형보다 내부에서의 체험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 안도 다다오의 말이 떠올랐다. 어디서나 건축가의 명성이 상업적 권위로 소비되는 경향이 있지만, 색다른 공간감을 몸으로 체험해보길 원한다면 명상관은 국내의 안도 다다오 건축답사 목록에 올려볼 만하다.

원주/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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