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개봉 첫날인 24일 오전 최단시간 100만 관객을 기록하며 흥행몰이에 나섰다. 이날 오후 서울 용산의 영화관에서 관람객들이 어벤져스 포스터로 가득 찬 티켓박스 앞을 지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슈퍼히어로들의 몸짓에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있다. 24일 극장가는 이날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하 <엔드게임>) 첫 회를 보려는 이들로 이른 아침부터 북적였다. 휴가를 내고 온 이들도 적지 않았다. 개봉 전 벌써 예매량 220만장을 돌파한 데 이어, 개봉한 지 불과 4시간30분 만인 오전 11시30분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국내 개봉 영화 사상 최단 기록이다. 오후 6시40분께는 127만 관객을 넘기며 개봉일 흥행 기록을 깼다. 이전까진 <신과 함께―인과 연>의 124만6603명이 최고 기록이었다.
<엔드게임>은 마블 스튜디오가 만든 22번째 영화다. 마블은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여러 히어로 영화를 잇따라 선보이며 영화 속 세계관(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을 쌓아왔다. 개별 히어로 영화와 함께 여러 히어로가 뭉쳐서 나오는 <어벤져스> 시리즈도 선보였는데, <엔드게임>은 그 네번째 편이다. 마블의 22번째 영화인 <엔드게임>은 2008년부터 이어온 마블 세계관을 집대성하고 일단락하는 작품이어서 마블 팬들의 관심이 더 커졌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집대성한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24일 개봉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는 지난해 4월 개봉해 1100만 관객을 모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이하 <인피니티 워>)에서 이어지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전편은 악당 타노스가 인피니티 스톤 6개를 다 모은 뒤 우주의 생명체 절반을 사라지게 만든 상황에서 끝났다. <엔드게임>에선 살아남은 히어로들이 어떻게 최악의 위기를 극복하고 절망에 빠진 세계를 구하느냐가 관건이다. 개봉 전부터 이야기 전개를 두고 다양한 설이 난무하는가 하면, 이번 영화를 끝으로 퇴장하는 히어로가 있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팬들의 호기심이 극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세부 내용을 미리 알게 되는 ‘스포일러’를 피해 개봉 첫날 최대한 빨리 영화를 보려는 이들이 몰려 예매 전쟁을 치렀다. 주요 상영관의 주요 시간대는 일찌감치 매진됐다. 특히 압도적인 스크린 크기와 비율로 마블 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씨지브이(CGV) 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은 624석의 대형 상영관인데도 개봉일 아침 7시30분 시작하는 조조상영부터 새벽 2시15분 시작하는 심야상영까지 전석이 매진을 기록했고, 개봉 전 20만원이 넘는 암표까지 중고매매 사이트에 올라왔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집대성한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24일 개봉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이날 오전 찾아간 씨지브이 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에선 조조상영을 본 관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예매 전쟁에서 승리한 20~30대 젊은층이 대부분이었으며 혼자 온 관객도 많았다. 권아무개(28)씨는 “전편의 충격적 결말을 어떻게 풀어갈지 너무 궁금하기도 하고 스포일러를 당하기 전에 먼저 보려고 새벽 5시에 일어나 왔다. 결말에 100% 만족한다”고 말했다. 마블 골수팬이라는 송혜리(36)씨는 “마치 드라마처럼 이전 마블 영화들과 이어지는 요소가 있어 좋았다. 전편은 개봉일 첫 회를 못 봐서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첫 회를 볼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휴가를 내고 영화를 보러 온 직장인도 많았다. 경기 성남시 판교에서 근무하는 임아무개(39)씨는 오전 반일휴가를 내고 아침 일찍 직장 인근 극장에서 영화를 봤다. 네이버 노동조합원 200여명은 쟁의활동의 하나로 부분파업을 하면서 이날 오후 상영관을 빌려 <엔드게임>을 단체 관람하기도 했다.
미처 영화를 보지 못한 이들은 온라인에서 ‘스포일러와의 전쟁’을 치르기도 한다. “스포일러를 하지 않는 것이 지구를 구하는 길이다” “타노스는 여전히 당신의 침묵을 요구한다” 등 구호의 ‘노 스포일러 캠페인’이 펼쳐지는가 하면, 관련 기사 댓글 안 보기, 극장 화장실 안 가기 등 스포일러 피하기 요령도 퍼지고 있다.
극심한 비수기를 보낸 극장들은 모처럼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극장 관계자는 “4월이 전통적 비수기라지만, 올해는 유난히 혹독했다. <엔드게임>이 가뭄에 단비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보면, <엔드게임>은 이날 오후 2시 현재 예매량 222만장, 예매율 96.5%를 기록 중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집대성한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24일 개봉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이런 가운데 스크린 독점 논란도 재점화되고 있다. <엔드게임>은 약 2800개 스크린으로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인피니티 워>는 개봉일 2460개 스크린으로 출발해 개봉 나흘째 사상 최다인 2553개까지 늘렸다. <엔드게임> 스크린 수가 공식 집계되면 이 또한 신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상영점유율로 따지면 쏠림 현상이 더욱 심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멀티플렉스 극장 쪽은 사전 예매량을 근거로 들며 관객이 많이 찾는 영화를 많이 편성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엔드게임>과의 맞대결을 피하려 다른 영화들이 개봉 시기를 조정한 것도 한 요인이다. 반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극장가를 장악하면 관객들이 다양한 영화를 볼 권리가 원천봉쇄당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2일 “스크린 상한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5일 대표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은 영화 6편 이상을 동시 상영할 수 있는 복합상영관에서 같은 영화를 오후 1~11시 프라임시간대에 총 상영 횟수의 50%를 초과해 상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봉일 현재 씨지브이 용산아이파크몰은 전체 상영관 20개 가운데 19개 관에서 <엔드게임>을 상영 중이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