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받은 영화 <기생충>이 개봉한 30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서 시민들이 무인예매기로 표를 구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봉 첫날 56만7944명!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이 개봉 첫날 56만여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개봉 둘째 날에도 실시간 예매율이 70%대를 넘으며 1위를 기록 중이어서 얼마나 흥행에 가속이 붙을지 관심이 쏠린다.
31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보면, <기생충>은 30일 하루 동안 56만7944명을 끌어모으며 흥행 돌풍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날까지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던 디즈니 실사영화 <알라딘>(7만4940명)을 완벽하게 압도한 결과다. 이는 작품성과 더불어 흥행 감독인 ‘봉준호’의 이름값에 ‘황금종려상 수상’이라는 후광이 합쳐지며 영화에 대한 관심이 폭증한 결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실시간 예매율이 계속해서 70%대를 기록 중이라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는 천만을 넘은 <부산행>이나 <신과 함께>, <극한직업>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사실 그동안 칸 영화제 수상작들의 흥행 성적은 기대를 밑돌았다.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4)가 326만여명으로 가장 성적이 좋았고,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밀양>(2007·감독 이창동)이 171만여명,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박쥐>(2009)가 220만명을 기록했다. 각본상을 받은 이창동 감독의 <시>(2010)는 불과 22만여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씨제이이앤엠(CJ ENM) 제공
하지만 “<기생충>의 흥행성적은 기존 수상작들과 양상이 좀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봉 감독의 영화는 작품성은 물론 대중성과 상업성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를 제외하고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등 대부분은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괴물>은 1301만명을 동원해 봉 감독의 이름을 ‘천만 클럽’에 올려놨으며, <설국열차>는 935만여명,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었던 <마더>도 300만명 넘게 끌어모았다.
<기생충> 역시 칸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첫선을 보인 뒤 대중성에서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 개봉 전에 역대 최대인 192개국에 선 판매 된 것도 이를 증명한다. 정지욱 평론가는 “<기생충>은 봉 감독 특유의 유머러스한 대사와 상황 설정, 봉테일이라고 불리는 세밀한 연출, 코미디와 스릴러와 잔혹극을 넘나드는 장르적 유연성을 갖춘 데다 빈부 격차라는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의식까지 잘 담아낸 작품”이라며 “이런 지점들은 결국 엔(N)차 관람을 불러오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흥행에 큰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