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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양반 위선 풍자 권선징악 속에 유쾌하고 도발적인 ‘계급 전복’

등록 2019-09-12 09:19수정 2019-09-12 09:27

[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61)시집가는 날
감독 이병일(1956년)
희곡 ‘맹 진사댁 경사’를 영화로 만든 <시집가는 날>은 혼인을 통한 신분상승을 꾀하려는 ‘맹 진사’를 통해 상류층의 허위를 드러낸다.
희곡 ‘맹 진사댁 경사’를 영화로 만든 <시집가는 날>은 혼인을 통한 신분상승을 꾀하려는 ‘맹 진사’를 통해 상류층의 허위를 드러낸다.
1944년에 쓰인 오영진의 원작 <맹 진사댁 경사>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병일(1956), 이용민(1962), 그리고 김응천(1977) 감독에 의해 총 세차례 영화화되었으며 소개할 버전은 이병일 감독의 작품이다.

맹 진사(김승호 분)는 무남독녀 외동딸, 갑분이를 김 판서의 아들 미언(최현)에게 시집을 보내 세도가의 사돈이 되려고 추진 중이다. 결국 혼인 날짜가 잡히고 맹 진사는 혼인으로 얻게 될 부와 명예로 연일 싱글벙글하다. 그러던 어느 날, 맹 진사의 집에서 묵어간 한 선비는 미언이 절름발이라는 말을 흘린다. 사위감을 보지도 않고 재물에 눈이 멀어 딸을 주기로 한 맹 진사는 이제 와서 안절부절못한다. 재물도 혼인도 포기하지 못하는 그는 꾀를 내어 딸의 몸종 입분이(조미령)을 대신 시집보내기로 한다. 그러나 혼인 당일 나타난 미언은 절름발이가 아닌 멀쩡한 몸에 미남이기까지 하다. 맹 진사는 울분을 터뜨리지만 이미 시간이 되어 입분이는 갑분이 대신 식을 올린다. 첫날밤, 입분이는 미안한 마음에 모든 것을 고백하고 돌아가려 하지만 미언은 자신이 사돈댁을 시험해본 것이고 예쁜 마음의 아가씨를 만났다며 더 좋아한다.

양반 갑분이 대신 마음 착한 여종 입분이가 멋진 신랑감을 얻게 된다는 설정은 권선징악의 단순한 줄거리지만 ‘계급 전복’이라는 진보적 색채도 띠고 있다.
양반 갑분이 대신 마음 착한 여종 입분이가 멋진 신랑감을 얻게 된다는 설정은 권선징악의 단순한 줄거리지만 ‘계급 전복’이라는 진보적 색채도 띠고 있다.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을 수 없는 훈훈한, 구전동화 같은 이야기다. 영화는 대부분의 동화가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권선징악 플롯만큼이나 판형적이고 고전적인 이미지들을 보여준다. 한국 영화 산업이 막 윤곽을 드러내던 시기에 제작된 영화이니만큼, 영화의 이미지는 단출하고 간소하지만 대사로 드러나는 영화의 화두는 단조롭지 않다. 영화의 메인 캐릭터는 맹 진사지만 영화에서 가장 많이 할애되는 장면들은 종들이 모여 나누는 대화 신이다. 그들이 모여 양반을, 혹은 제도적 병폐를 흉보는 대화 장면들은 시종일관 유쾌하고 도발적이다. 궁극적으로 영화의 말미에선 맹 진사나 갑분이가 아닌 하층민, 입분이를 통해 계급의 전복이 이뤄지기도 한다. <시집가는 날>에서 보이는 결혼과 계급, 여성에 대한 화두는 비슷하게 결혼에 대한 주제를 다루지만 5년 뒤에 개봉하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와 비교해 훨씬 더 진보적이고 혁명적이다.

김효정/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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