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을 위해 연인을 버린 뒤 과거를 지우려는 여자, 연인에게 버림받고도 10년 동안 그 여자를 잊지 못하는 남자, 그리고 성공을 위해 자신의 품으로 날아든 여자와 끝까지 함께 하고픈 남자. 이 세 사람의 불안하게 요동치는 감정과 복잡하게 얽힌 관계를 다룬 영화의 제목은 ‘아마도 사랑’(<퍼햅스 러브>)이다.
홍콩 최고의 스타 지엔(진청우:금성무)은 중국 감독 니웨(장쉐유:장학우)가 만드는 뮤지컬 영화에 출연하기 위해 상하이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상대역 손나(조우쑨:주신)를 만난다. 현재 ‘니웨의 연인’인 손나는 하지만, 10년 전 영화배우가 되기 위해 지엔을 버리고 떠난 ‘지엔의 연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사랑이라는 관계로 얽힌 세 사람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꼭 닮은 뮤지컬 영화를 찍기 시작한다. 뮤지컬 안에는 옛사랑의 기억을 잃고 서커스 단원으로 살아가는 여자와 그를 둘러싼 두 남자가 있다. 한 남자는 여자를 구해준 뒤 현재의 연인이 된 서커스 단장이고 다른 한 남자는 여자의 기억에서 지워진 뒤에도 그 주변을 맴도는 과거의 연인이다.
<첨밀밀>, <금지옥엽>을 만든 홍콩의 피터 챈(진가신) 감독은 <퍼햅스 러브>에서, 질투와 불안으로 가득한 현실의 사랑을 격정적인 뮤지컬 속으로 끌어들여 액자 구성의 형식을 취했다. 현실 속에서 갈등하던 두 남자는 뮤지컬이라는 압축된 시·공간 속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에 극단적으로 몰입하며 긴장감을 높여간다. 지엔은 ‘연기 아닌 연기’로 손나에게 아직 끝나지 않은 사랑을 고백하고, 손나와 지엔의 관계를 눈치 챈 니웨도 서커스 단장 역을 자청해 뮤지컬 속으로 뛰어든다. 그는 뮤지컬 노래가사를 통해 “네가 날 배신해? (중간 생략) 나 없이 넌 아무것도 아냐” 처럼 말(대사)로 쏟아 내기에는 지나치게 직설적이고 거친 속내들을 털어놓고, 급기야 시나리오까지 수정해가며 뮤지컬 속 어긋난 사랑을 파국으로 몰아간다.
하지만 두 남자에게 뮤지컬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다. 그들은 뮤지컬을 통해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격렬한 감정을 발산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손나와의 사랑에서 받은 상처를 각자의 방식으로 극복하며 사랑의 끝을 준비한다. 좀처럼 뮤지컬 속 역할에 몰입하지 못하던 손나도 그런 두 남자를 지켜보면서, 회피하고 잊으려고만 했던 자신의 사랑을 서서히 깨달아간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아니 천사 몬티(지진희)는 세 사람의 마음 속 진심을 들어주면서 그들이 진정한 사랑을 깨달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역할을 맡는다.
<퍼햅스 러브>는 진가신 감독이 중국과 아시아를 겨냥해 만든 대작 영화다. 감독은 이를 위해 홍콩과 대만의 아이돌스타 진청우, 중국의 4대 천황 장쉐유, 중국의 떠오르는 신예 주우쑨, 중화권 한류열풍의 선두주자 지진희 등 아시아의 스타들을 대거 영입했다. 또 홍콩의 제작 여건상 엄청난 액수인 1천만달러를 투입했다. <물랑루즈>나 <시카고> 같은 할리우드의 뮤지컬 영화보다는 아무래도 스케일이 처지지만 중국적인, 그런 의미에서 동양적인 뮤지컬 영화란 점에서 생소한 만큼 즐겁다. 1월5일 개봉.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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