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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영화 ‘빅 화이트’…병든 아내 위해 시체를 훔친다고?

등록 2005-12-28 17:46수정 2005-12-29 15:23


서구에선 ‘코엔스럽다’(coenresque) 또는 ‘파고스럽다’(fargoresque)는 평들이 많이 뒤따랐다. 코엔 형제의 영화는 부조리, 인간의 잔혹한 본능 따위를 블랙 유머 양식으로 버무려 인간의 심리를 건드린다. 특히 <파고>는 그런 개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영국 신인 감독 마크 미로드의 <빅화이트>는 여러 면에서 <파고>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그 영화를 뛰어넘진 못한다. 웃음을 빚기 위해 대책 없이 스릴러의 폭력성을 희화화하면서, 주인공의 멜로를 살리기 위해 비현실적으로 상황을 단순화하면서 영화가 지향하는 지점은 혼란스러워진다. 캐릭터 수만큼이나 다양한 장르가 뒤섞여, 관객은 냉온탕에 떼밀리듯 감정선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배경이 되는 설원, 알래스카의 매력은 무척 크다. 그곳의 풍광 하나만으로 누군가는 이 영화에 매료될 것이다. 원초적이고 인류의 시원에 가까운 공간에서는 세상을 더욱 날 서고 각박하게 만드는 인간의 냉혹한 본능마저 발아되지 않은 양 무디고 느리다.

파산 직전의 여행사를 운영하는 폴 바넬(로빈 윌리엄스). 전기도 곧 끊길 참이다. 아내 마거릿(홀리 헌터)은 신경 장애가 있다. 갈수록 심해지는 고통을 부부는 확인할 때 눈물이 난다. 알래스카의 눈이 모두 돈이었으면 좋을 그들이다. 신의 가호일까. 폴은 버려진 시체를 발견한다. 5년째 실종된 건달 동생 레이먼드 바넬(우디 해럴슨)을 사망한 것으로 꾸미면 100만 달러를 받게 된다는 끔찍한 아이디어도 떠오른다.

시체를 돌려달라며 마거릿을 감금하는 본래 살인자들까지 다들 모자란 듯 괴팍하고 정감어린 반면 승진을 위해 폴의 사기극을 추적, 방해하는 보험사의 테드(지오바니 리비시)만 유독 비인간적으로 도드라진다. 마치 알래스카 지표처럼 희멀겋게 분장한 그는, 오랫동안 알래스카를 떠나 있던 망나니 레이먼드와 함께 역설적으로도 가장 ‘비알래스카적’이다.

독립 영화치곤 캐스팅이 화려하다. 영화는 사실 그들에게 기대는 바가 크다. 엽기 사기극의 계기가 아내에 대한 깊은 사랑이란 걸 맹랑하게 정당화하는 건, 로빈 윌리엄스와 신경 장애를 우습게 또는 우울하게 표현해내는 홀리 헌터의 무게감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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