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정신 돋보이나 장르별 색깔 섞여
<베리 코리안 데이즈>라는 가칭으로 크랭크인 했던(<한겨레> 6월23일치 32면 참조) 8명 예술가들의 영화 <베리 코리안 콤푸렉스>가 27일 시사회를 열었다.
<베리 코리안 콤푸렉스>는 분야를 막론한 8명의 예술인들이 작업한 8편의 실험적인 단편을 이어 만든 100분짜리 장편 영화다. 밴드 3호선버터플라이의 리더 성기완의 <즐거운 나의 집/후진>, 설치미술가 임승률의 <오! 마이 갓>, 삐삐롱스타킹과 원더버드의 보컬 권병준의 <영화찍으러 가요>, 패션 사진작가 김지양의 <젊음과 죽음>, 패션 디자이너 서상영의 <포스트(POST)>, 미학자 최빛나의 <맛과 멋>, 설치미술가 김홍석의 <와일드 코리아>, 영화감독 김성호의 <리사이클드 포에버>가 릴레이로 상영된다.
8명의 감독이 한 편의 영화를 위해 릴레이로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했다는 점에서 옴니버스 영화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8명의 감독들이 각각 바로 전에 작업한 감독의 시나리오만 본 상태에서 자신의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연결고리는 희미하다. 그래서 게이 커플의 섹스와 여고생 미혼모의 출산 이야기에서 시작한 영화(<즐거운 나의 집/ 후진>)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과 익명성, 아이덴티티의 문제(<포스트>)를 거쳐, 개인의 총기 소지와 사용이 법적으로 인정된 1997년 가상의 대한민국(<와일드 코리아>)까지 뻗어나간다.
이 작업에 참여한 예술가들은 일단 “각각의 개성을 살리고 각 장르의 독특한 면을 부각시켜 기존의 영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는 자평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영화라는 장르에 있어서는 비전문적인 예술가들이 참여한 작업인 탓에, 영화적인 관점에서 보면 거칠고 서툴 수밖에 없다. 또 영화들 사이의 관련성이 희박하고, 개별 연출자의 독립적인 작업이 보장된 만큼 각 편마다 완성도의 편차도 크다. 영화적인 측면을 떠나 장르 간의 크로스오버라는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작품도 있지만, 예술가 혹은 장르별 개성이 부각되지 못한 작품들도 있다. 1월9~11일 광화문 아트 큐브 개봉.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아르텔프로덕션 제공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