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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기지촌 ‘양공주’ 파격 묘사…이들 향한 이중적 시선 고스란히

등록 2019-11-01 08:35수정 2019-11-04 10:40

[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84)<지옥화>
감독 신상옥(1958년)
신상옥 감독의 &lt;지옥화&gt;는 미군 부대뿐 아니라 내부의 파티 장면까지 담은 놀라운 작품이다. 영화 속 ‘양공주’는 한국 사회에서 이국적이면서도 이중적인 존재로 묘사되며, 하나의 집단화된 계급으로 조명된다.
신상옥 감독의 <지옥화>는 미군 부대뿐 아니라 내부의 파티 장면까지 담은 놀라운 작품이다. 영화 속 ‘양공주’는 한국 사회에서 이국적이면서도 이중적인 존재로 묘사되며, 하나의 집단화된 계급으로 조명된다.

신상옥 감독의 1958년작, <지옥화>는 미군 부대를 배경으로, 한 여자를 둘러싼 두 형제의 삼각관계를 그린다. 양공주인 소냐(최은희)는 그녀에게 기생하며 살아가는 영식이란 남자와 동거 중이다. 어느 날 영식의 동생인 동식이 영식을 시골집으로 데려가기 위해 기지촌에 찾아온다. 미군 물건을 훔쳐 파는 것이 소일거리인 영식은 ‘한탕’을 꿈꾸며 동식을 따라가길 거부한다. 한편 소냐는 동식을 유혹하여 하룻밤을 보낸다. 동식에게 반한 소냐는 영식을 감옥에 보내기로 결심하고 기차를 털려는 영식 일당의 계획을 헌병에 신고한다. 미군의 추격으로 영식은 총에 맞고 영식을 구하려는 동식을 만류하여 함께 도망치려던 소냐를 칼로 찔러 살해한다. 결국 숨이 넘어간 영식을 뒤로하고 동식은 자신을 마음에 둔 또 다른 양공주, 주리와 함께 귀향한다.

이승만 정권기에 제작된 <지옥화>는 미군 부대뿐 아니라 부대의 내부(파티 장면)까지 영화에 담아 놀라운 작품이다. 미군 부대, 특히 기지촌을 재현하는 것은 박정희 정권 들어 금기 사항이 된다. <지옥화> 이후로 기지촌이 대중 영화에 등장하는 것은 (직접묘사라기보다는 언급으로나마) 1988년작 <칠수와 만수> 정도고, 수년이 흘러 1991년작 <은마는 오지 않는다>에서 본격적으로 주 배경이 된다. 아울러 양공주의 묘사는 영화에서 가장 파격적인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소냐와 주리 등 중심인물들뿐 아니라 양공주는 집단화되어 하나의 계급으로 등장한다. 미군을 상대하고 미제 물건을 쓰는 양공주들은 휴전 이후 국가적으로, 경제적으로 거세된 한국 남성의 박탈감을 상징하는 초월적 존재, 그러므로 증오의 대상이자 “미국 사람하고도 살 수 없고 동족과도 살 수 없는 양부인이라는 족속”, 즉 이국적이면서도 이중적인 존재이다. 늘 미군의 껌을 질겅질겅 씹던 소냐가 영식에게 죽임으로 응징당하고, 같은 양공주지만 미국의 그림자를 보이지 않는 주리가 동식과 함께 시골로 귀향하는 것은 ‘양공주’라는 새로운 집단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이분법적 시선을 반영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김효정/영화평론가

※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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