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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만화가 최규석, 만화가를 직업 삼자 확신 섰어요

등록 2006-01-02 17:36수정 2006-01-02 17:36

만화가 최규석
만화가 최규석
2006 문화계 샛별 ③ 만화가 최규석

단편집 두 권, 연재 한 차례. 족적으로만 보면 뭇 신인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만화가 최규석(29). 하지만 만화 쪽에선 그를 아는 이가 적지 않고, 외려 ‘유망주=최규석’이란 도식에 민망해할지 모른다.

사실 2005년은, 이른바 ‘그의 해’도 아니었다. 동아-엘지 국제만화페스티벌 극화부문 대상을 거머쥐었던 02년에 비하면 우습고, 21세기를 이끌 우수인재 대통령상과 독자만화대상 신인상을 받았던 03년에 견주면 더 터무니없다. 이 성과들은 이후 단편 모음집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04년 4월 펴냄)로 엮이고 그해 대한민국 만화대상 우수상을 받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굳이 ‘최규석’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말 단편 모음집 <습지생태보고서>라는 또 다른 수작을 내놓으며, ‘공룡 둘리’ 하나로 우려먹었던 상복을 재차 실력으로 입증해서만은 아니다. 차라리 우습지만, “00 공모전에서 수상한 이는 그 다음부턴 (만화계에서) 이름이 보이지 않더라”는 징크스를 깬 것이 ‘다시 최규석’인 이유에 바투 다가선다.

“○○공모전 수상자 잊혀져” 만화계 징크스 깨뜨려

불온한 현실상을 찬찬히 냉소하는 작가주의적 만화로 처음 얼굴을 들이댔던 그가 지난해 예상과 달리 짧은 호흡으로 독자들을 간질거리는 연재만화 작가로 이름을 올리며 과감히 보폭을 넓혔다. 비록 신인이긴 하지만 최규석에겐 짐짓 무리한 좌표 이동이었을지 모른다. “개그는 생각해본 적도 없었”고 “‘공룡 둘리’는 계속 줄거리를 다듬어 왔는데도 막상 연출하는 데만 3일, 탈고하는 데는 2달이 걸렸던” 그의 작업방식과는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는? 지난해 자신이 “처음으로 만화가를 직업으로 삼을 수 있겠다”며 들었다는 ‘자기확신’으로 갈음되지 않을까. 이 연재물에다 기존의 작품을 더해 만든 <습지생태보고서>는 5천부 가량이 팔렸는데, 이는 지금까지 8천부가 나간 <… 오마주>에 견줘도 초라하지 않다. 모두 만화 단행본으로는 수위권의 판매 실적이다.

기대주라기엔 좀 낡았다 했더니, “할 게 많은 신인들은 다 기대주 아닌가요”라며 되받는다. 그리곤 02, 03년을 이렇게 회상했다. “어떻게 하면 만화가로 돈을 버는지도 모르면서 (이름이 알려지고) 작품 제안이 밀려들면, 그냥 될(성공할) 것 같단 생각이 들다가도 그 때만 지나면 모두 흐지부지 일거리가 사라진 때였어요.”

“만원에서 100만원 사이로 잔고만 오르락내리락”했던 때, 결국 만화가를 단 한 차례도 작정하지 못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2003년의 12월 마지막 주, 고향 창원으로 쫓기듯 내려갔다.


최규석은 2005년을 “전세금을 마련한 해”라고 다부지게 정리한다. “생활비를 버느라 정작 자기 작품을 못하는 이가 얼마나 많은 줄 아세요? 그러다 잊히는 거거든요.” 목돈을 들고 3월께 다시 서울에 집을 구하고 본격적으로 차기작을 준비할 참이다. 중학생을 주인공으로 세워 영웅에 기대는 나약하고 이기적인 인간 본연의 심리를 줌인해 데뷔작보다 훨씬 더 “우울하고 슬프게” 그릴 참이다. 그러나 작가 자신은 막 훈련을 끝낸 유격대원처럼 튼실해졌고 여유롭다.

“작년은 전세금 마련한 해” 3월에 다시 서울 입성한다

“예전에 작업할 땐 내가 결국 할 수 있을까 갑갑하고 두렵기까지 했는데 어쨌든 연재에 맞추다 보니 좀더 의연해지고, 용기도 생기고 편해졌어요.” 연재하는 동안 “오랫동안 고민에 집중할 수 없다”거나 “마감에 쫓겨 관습화된 구도를 사용”하는 게 끔찍이도 괴로웠지만, 그 과정을 통해 좀더 대중 곁으로 내려가는 방식을 익힌 작가주의 만화가로 거듭난 것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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