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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언니는 두뇌짱 동생은 몸매짱…영화 ‘당신이 그녀라면’

등록 2006-01-04 17:14수정 2006-01-05 14:41

로즈(토니 콜레트)와 매기(카메론 디아즈)는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매지만 서로 너무 달라서 괴로운 관계다. 매기는 ‘티팬티’가 잘 어울리는 백만불짜리 몸매를 타고났다. 하지만 글자를 제대로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지적 능력에 문제가 많을 뿐더러, 직업도 없이 성적 매력을 이용해 만사를 해결하려 하는 좌충우돌 사고뭉치다. 반면 언니 로즈는 잘나가는 법률회사의 변호사다. 백만불짜리 두뇌와 성실한 성품, 아늑한 아파트 등 모든 걸 가진 듯 하지만 ‘면빤스’가 잘 어울리는 펑퍼짐한 몸매와 왕성한 식욕 때문에 열등감에 시달리며 살아왔다.

<당신이 그녀라면>은 카메론 디아즈가 팔등신 몸매와 백치미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미모와 지성이라는 상반된 재능을 타고난 두 자매의 갈등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섹시하지만 평범한 로맨틱 가족 코미디물을 ‘언뜻’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매기가 언니의 애인과 말그대로 하룻밤 불장난을 벌이는 바람에 자매의 갈등이 극에 치닫는다는 초반 설정까지 보태지면 심증은 굳어진다. 하지만 <엘에이 컨피덴셜> <8마일> 등을 연출했던 커티스 핸슨 감독은 이 발랄하지만 식상한 이야기에다 슬픈 과거사로 인해 상처받은 가족 구성원들의 내적 갈등과 반목, 화해라는 이야기를 보태 섹시하고 유쾌하면서도 뭉클한 가족드라마를 빚어냈다.

매기와 로즈는 백만불짜리 몸매와 백만불짜리 두뇌, 다른 한 가지가 없어도 전혀 지장이 없을 것 같은 복받은 재능을 타고났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에게 없는 다른 한 가지 때문에 열등감에 사로잡혀 산다. 그 이해할 수 없는 속내를 들여다보면, 두 자매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새엄마가 있다. 친엄마가 죽은 뒤 아버지와 결혼한 새엄마는 매기에게 발랑까지고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열등감을 심어줬고, 로즈에게는 식욕과 몸매를 조롱하는 말로 또다른 열등감을 각인시켰다. 자매에게는 친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있었다. 하지만 전처와 외동딸의 죽음이라는 고통 때문에 서로 반목하며 자신조차 추스릴 수 없었던 두 사람은 악랄한 새엄마로부터 자매를 지켜주지 못했다.

이 영화는 로즈에게 쫓겨난 뒤 갈 곳이 없어진 매기가 실버타운에 혼자 사는 외할머니를 찾아가면서부터 가족 드라마로써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딸이 죽은 뒤 사위와의 갈등 때문에 손녀들과의 관계마저 끊겼던 할머니는 제멋대로인 매기에게 조건없는 사랑과 지지를 보낸다. 또 두 손녀딸이 화해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해준다. 하지만 할머니의 사랑이 모든 상처와 갈등을 어루만진다는 결말이었다면, <당신이 그녀라면>의 비범함도 빛이 바랬을 것이다. 할머니의 사랑은 가족들의 상처와 갈등을 치유하는 도화선이 되긴 하지만, 매기와 로즈, 아버지와 할머니는 가족구성원으로서 각자의 능력과 상황에 맞게 뭉클한 치유와 극복, 반성과 용서의 과정에 동참한다.

할머니의 지지에 용기를 얻어 자신감을 회복하고 미래를 설계해나가는 기특한 매기, 매기의 기지로 열등감을 극복하고 진실한 사랑을 찾아가는 로즈, 두 손녀딸의 도움으로 아내와 딸을 죽음으로 몰고갔다는 자책감에서 벗어난 아버지와 할머니의 행복한 해피앤딩과 마주하다 보면, 어느새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혈연중심 가족주의의 위험함에 대한 경계심마저 스르르 무장해제 당하게 된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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