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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영화 ‘알리바이’…바람꾼 뒤치다꺼리, 바람잘 날 없어라

등록 2006-01-04 17:39수정 2006-01-05 14:38


부재 증명을 뜻하는 알리바이(Alibi). 철자도 똑같은 라틴어 알리비가 말밑이다. ‘다른 곳에’라는 뜻이다. 신뢰보다 의심이 흔한 사회에선 자신이 거기(이비, ibi) 있었다는 것보다, 거기 없었다고 즉 다른 곳(알리비)에 있었다고 입증하는 게 더 긴요해진다. ‘거기’부터가 일단 의심받는 곳인 탓이다. 꼭 범죄 뿐 아니라 일상의 크고 작은 일탈 혐의를 벗기 위해서라도 알리바이는 필요하다. 아이는 그 때 게임방에 없었음을, 남편은 교외 모텔 대신 출장지에 있었다고 증명해야 한다.

급기야 미국에선 알리바이를 입증해주는 또는 조작해주는 신종 컨설턴트 사업도 생겼다. 국내에서도 ‘알리바이 통화음 서비스’ 사업이 가동 중이라는데, 세상은 가히 알리바이로 소통된다. 레이(스티브 쿠건)가 바로 그 직업을 가졌다. 그는 전설적 사기꾼이었다. 자신의 끼를 살리면서도 빛 가운데 행할 수 있는 일을 찾다보니 바람끼로 넘쳐난 인간들의 알리바이를 만들고 사고까지 수습해주는 서비스맨이 되기에 이르렀다. 고객의 레이에 대한 신뢰는 대단하다. 철두철미하고 뒤탈이 없다. 원칙도 있다. 범죄용, 복수용 알리바이는 사절. 왜 이 일을 하는지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인맥과 민첩과단성, 현명함까지 두루 갖췄는데 어쨌건 ‘위기’가 없을 순 없는 법.

레이가 알리바이를 책임지는 가운데, 결혼을 앞둔 우수 고객의 아들이 다른 여인과 여행을 갔는데 방사 중 여인이 숨진다. 순식간에 일이 꼬인다. 경찰은 레이를 살인자로 의심하고, 아들은 죽이려들고, 청부살인업자는 살인 알리바이도 만들어달라고 졸라댄다. “가장 완벽한 알리바이는 죽음 뿐”이라던 그가, 이젠 자신을 위해 가장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어야할 판이다.

소재가 기발하다. 주인공 레이와 단짝 롤라(레베카 로민 스타모스) 이외 등장하는 배역만도 24명이나 되는데, 어느 한 둘에게 치우치지 않은 채 두루 이끌어내는 코믹 양념 연기를 보는 맛도 쏠쏠하다. 그야말로 참신한 이야기와 캐릭터로 ‘전혀 기대치 않았던’ 관객들을 한바탕 웃게 하는 B급 영화의 특장이 제대로 살았다. 다만 ‘위기’가 해결되는 후반 국면은 영화의 눈대목인데도 매끄럽지 못해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플롯은 복잡하고 지능적인데 설명이 너무 성긴 탓이다. 미국 출신 매트 체코우스키, 커트 매틸 감독의 데뷔작이다. 12일 개봉.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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