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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백윤식, 익살의 필살기 “난 N세대 무림고수”

등록 2006-01-04 17:40수정 2006-01-05 14:38

‘싸움의 기술’ 주연 백윤식

스크린 속에서 백윤식(59)이라는 배우를 재발견 한 것도 벌써 3년 전, 2003년의 일이다. <지구를 지켜라>를 통해서였다. 1974년 영화 <멋진 사나이들>로 스크린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지 29년 만에, 쉰 하고도 여섯이나 더 먹은 나이가 되서야, ‘내공 육갑자’ 배우 앞에 제대로 멍석이 깔렸다. 백윤식은 그 뒤 2004년 <범죄의 재구성>과 2005년 <그때 그 사람들>을 통해 1년에 한 번씩 크고 깊게 자신의 내공을 증명했다. 그리고 5일 개봉하는 <싸움의 기술>(신한솔 감독)에서는 ‘무림 고수’가 되어 작정하고 ‘내공이란 이런 것이다’를 가르쳐 준다.

백윤식은 독서실 한 구석에 은둔해 살며 유토피아를 향해 떠날 날만 손꼽고 있는 싸움의 고수, 오판수 역을 맡았다. 인문계에서 공고로 전학온 뒤 불량배 패거리에게 두들겨 맡는 게 학교생활의 전부인 병태(재희)에게 싸움의 기술을, 나아가 삶의 기술을 가르치는 ‘멘토’의 역할을 하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판수가 병태에게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육체적인 트레이닝을 시키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사실은 부정적 사고와 자신감 결여 때문에 헤매고 있는 병태에게 자아를 찾아주고, 자신감을 길러주고, 결과적으로 긍정적 삶을 찾게 하는 겁니다. 진정한 고수 셈이죠.”

하지만 그가 말하는 이 ‘진정한 고수’는 무협 영화 속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일반적인 고수’와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싸움의 기술을 가르쳐주겠다면서 “밥값은 니가 내야 한다”라고 할 땐 사기꾼의 냄새가, “또 건들면 그땐 피똥 싼다”고 협박할 때는 하수의 기질이 역력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정말 싸움의 기술을 가르치고, 진짜 피똥을 싸게 하고 삶의 기술까지 가르쳐주는 고수 중의 고수다.

“영화 속 판수의 모습이나 배우 백윤식의 이미지들은 말하자면, ‘엔(N)세대 보스 개념’입니다. 요즘 세대들에게 무섭기만 한 카리스마는 맞지 않습니다. 형 같고 친구 같기만 해서도 안 되지만, 아버지 같기만 해서도 안 됩니다. 아버지 같으면서 형 같고 친구 같기도 한, 내공이 있으면서도 유머러스한 카리스마를 원한다고나 할까요. 거참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기는 정말 좀 그런데, 광고 시장 조사 같은 걸 하면 장년층은 물론 10대들까지도 저에 대한 호감이 크게 나온다고 하더군요. 그런 시대 분위기를 반영한 것 같습니다.(허허허)”

자꾸 캐묻는 기자의 성화에 못이겨 ‘본의 아니게’ 자화자찬을 늘어놓게 된 그는 ‘엔세대 보스 개념’을 좋아하는 시대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한국 영화계에 우수한 인재들이 많아진 것도 뒤늦은 ‘백윤식의 재발견’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 같은 재료를 과감하게 선택해서 영화를 만들 수 있을 만큼 감독이나 제작자, 투자자 모두 수준이 높아진 거라고 봅니다.” 그 탓인지, 최근 1∼2년 사이에 백윤식을 염두에 두고 쓰여진 책(시나리오), 혹은 백윤식이 아니면 맡을 수 없는 역할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틀을 보고 책이 좋으면 영화를 선택한다”며 “앞으로도 특정한 배역에 역할을 한정시키지 않고, 끊임없이 빈 부분을 채워나가듯 연기에만 전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런 백윤식의 차기작은, 최동훈(<범죄의 재구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허영만의 동명 만화를 영화화하는 <타짜>가 될 예정이다.

글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탁기형 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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