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매켄지 데이비스)는 대저택의 가정교사로 들어간다. 그곳엔 사고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마일스(핀 울프하드)와 플로라(브루클린 프린스) 남매, 그리고 오랫동안 이 집을 지켜온 가정부 그로스(바버라 마튼)가 살고 있다. 케이트는 가여운 아이들을 잘 보살피려 하지만, 어딘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학교에서 말썽을 일으켜 퇴학까지 당한 마일스는 유독 그를 차갑게 대한다. 우연히 발견한, 케이트 이전에 가정교사를 하다 떠났다는 제슬의 일기장에는 불길한 내용이 적혀 있다. 케이트는 이곳에 온 뒤로 매일 밤 악몽과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스러운 존재에 시달린다.
새달 2일 개봉하는 <더 터닝>은 120년도 더 된 고전 소설 <나사의 회전>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영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헨리 제임스가 1898년 출간한 <나사의 회전>은 공포소설의 원형으로 일컬어진다. 발표 이후 한 세기 동안 오페라, 연극, 텔레비전 드라마는 물론 <공포의 대저택>(1961), <악몽의 별장>(1971), <디 아더스>(2001) 등 많은 영화의 모티브가 되어 새로운 관객들을 만나왔다.
국내에서도 흥행에 성공한 공포영화 <컨저링> 시리즈의 각본가로 유명한 채드·케리 헤이스 쌍둥이 형제는 10여년 전부터 <나사의 회전> 영화화에 공을 들였다. 이들은 10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을 뛰어넘어 현대적인 버전의 이야기로 재탄생시켰다. 여기에 <그것> <블레어위치> <그루지> 등을 제작한 공포영화 전문 프로듀서 로이 리가 합류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수장으로 있는 제작사 앰블린 엔터테인먼트가 제작을 맡았다.
<더 터닝>은 화려한 캐스팅으로도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개봉한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에서 미래에서 온 슈퍼솔저 그레이스를 연기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매켄지 데이비스가 주인공으로 낙점됐다. 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와 영화 <그것>으로 떠오른 10대 배우 핀 울프하드가 속을 알 수 없는 인물 마일스를 연기했다. 순수함과 섬뜩함을 오가는 소녀 플로라 역은 9살 배우 브루클린 프린스가 맡았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무니 역으로 2018년 미국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서 역대 최연소 신인배우상을 받은 천재 아역 배우다.
배우들의 흡인력 있는 연기와 더불어 어둡고 불길하면서도 감각적인 영상이 돋보인다. 두아 리파, 리아나, 레이디 가가, 데이비드 보위, 케이티 페리 등 톱스타들의 뮤직비디오를 작업해온 플로리아 시지스몬디 감독이 연출을 맡은 덕이다. 1990년대를 배경 삼아 너바나 커트 코베인의 사망 소식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현대적 감성과 오래된 대저택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절묘하게 결합한다. 매켄지 데이비스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소설을 현대화하려는 감독의 아이디어는 탁월했다. 그는 아이디어를 시각화하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사람이다”라고 치켜세웠다.
다만 이야기의 결말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원작 소설은 가정교사가 겪은 일이 진실인지 허상인지 관점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는 중층적 구조로 호평받았다. <더 터닝> 또한 원작의 이런 요소를 가져오려 했다. 하지만 중후반까지 철저히 케이트의 시선을 따라가다 막판에 급작스럽게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결말은 관객들에게 여운보다 뜬금없다는 느낌을 줄 법도 하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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