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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차승원 “호른잡고 석달 씨름…이제 부수고 싶다니까요”

등록 2006-01-08 20:39

지난 7일 오후 <국경의 남쪽> 제작 현장 공개 뒤 열린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차승원.
지난 7일 오후 <국경의 남쪽> 제작 현장 공개 뒤 열린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차승원.
영화 ‘국경의 남쪽’ 차승원 인터뷰
안판석 감독과는 드라마로 인연 “배우가 채울 여백 남겨주는 감독”
새 영화 <국경의 남쪽>은 70억원을 들여 만든, 배우 차승원의 첫 멜로영화란 점에서 일찌감치 눈길을 끌었다. 4월 개봉에 맞춰 작품의 5분의 1치 촬영만 남겨두고 있는 지난 6일 밤 전주에서 차승원을 만났다. 물경 5억원을 쏟아부어 만들 4분짜리 대목을 찍기 하루 전이다. 그가 연기하는 평양 출신의 호른 연주자, ‘선호’는 말 그대로 갈고 닦아야 자연스러워질 역이다. 이날도 호른을 연주 연습하느라 4시간밖에 못 잤다.

하지만 그는 느긋해 보였다. 평양말은 이미 배었다. “말은 차라리 쉬워요. 코드만 잘 잡아주면.” 정작 손가락 연기만 해도 될 것을 꾸역꾸역 불겠다면서 호른 코드 잡는 건 무던히도 안되나 보다. “지금도 호른을 부수고 싶다”며 웃는다.

<국경의 남쪽>은 우리가 좀체 묻지 않았던 새터민(탈북자)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탈북자 선호와 미래를 약속한 채 북에 두고온 연화. 연화가 선호를 좇아 마침내 국경을 넘어 내려왔을 때, 선호에겐 남쪽에서 싹 틔운 또 다른 사랑이 이미 자라고 있다. 차라리 북쪽에선 판타지에 가까웠을 그들의 사랑과 행복은 점차 ‘현실’의 쓸쓸한 얼굴색을 띠어 간다.

“북한 소재라길래 처음엔 시나리오도 안 읽었어요. 총 들고 눈 부라리는 그런 뻔함이 싫었거든요. 다른 배우 찾으면 그리 하세요, 하는 심정이었는데 읽고 나니까 마음이 급해지더라고요. 역을 해보고 싶었다기보다 역이 좋았어요.”

영화는 <장미와 콩나물> <아줌마> 등을 연출했던 드라마 피디 출신 안판석 감독의 데뷔작이다. 차승원과 안 감독의 인연이 1997년에 시작되었으니 올해로 10년째.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있다고 했다. “대사에 여운이나 여백을 많이 두거든요. 이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로, 배우한테 알아서 그 여백을 채우게 하는 게 뛰어나요.”

차승원의 연기 인생도 딱 10년째로 접어든다. 애당초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자신밖엔 채울 수 없는 ‘여백’도 있게 마련. “예전엔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날 속이면서 맘 편히 있었는데, 이젠 그게 안돼요. 연기가 인위적이진 않나, 진짜 하고 있나, 그런 게 요즘 제일 힘들어요.”

“그간 ‘저예산 블록버스터’를 많이 찍었다”며 스스로를 골리던 차승원은 “소박한 이야기이지만 속을 꽉 채우려다보니 돈이 들어간다”며 “이게 진짜 블록버스터 아니냐”고 되물었다.



7일 오후 촬영분도 그렇다. 만수 예술단의 선호가 탈북을 앞두고 평양대극장에서 혁명가극 <당의 참된 딸> 공연에 맞춰 마지막 오케스트라 반주협연을 하는 장면인데, 사실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1천여명의 관객 엑스트라, 400여명의 연주단과 합창단, 배우진을 등장시켰다. 뮤지컬 <명성황후> 제작진에게 아예 4분짜리 가극을 맡겼다. 차승원은 이 찰나를 위해 3개월 동안 호른을 연습했다. “삑삑 딴 소리가 나도 제 귀엔 세컨드 호른의 완벽한 연주음이 이명되는” 부조리한 지경에 이르렀지만 관객은 그의 완벽한 손 연기와 함께, 선호가 다시 찾을 수 없는 행복의 한 토막을 엿본다.

“사랑은 어디든 다 똑같잖아요. 지금 느끼는 대로 표현합니다. 관객들이 북쪽은 그럴 거야, 하는 선입견을 갖고서 제 표현 방식에 이질감을 느낄 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건 저만의 대중성으로 희석시킬 자신이 있어요.”

그리곤 덧붙였다. “그간 액션이 크고 자극적인 게 많았잖아요. 그래서 지금 ‘선호’의 느낌을 좀더 가지고 싶어요. 드라마든 영화든 이런 작품 하나만 더 찍고 싶은 게 올해 소망입니다.”

글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사진 싸이더스 에프앤에이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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