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오래 기다렸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 개봉이 연기된 할리우드 대작이 마침내 관객을 만난다. 애초 3월 개봉 예정이었던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이 17일 개봉한다. <토이 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업> 등으로 유명한 애니메이션의 명가 픽사의 신작으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전작 <인사이드 아웃>(2015)에서 사람 머릿속 ‘감정의 세계’를, <코코>(2017)에서 멕시코 전통문화 속 ‘죽은 자들의 세계’를 그려낸 픽사는 이번에 ‘판타지 세계’를 택했다. 그런데 이전에 <해리 포터> 같은 소설과 영화에서 만난 세계와는 좀 다르다. 오래전엔 마법이 존재했으나 문명의 발달로 지금은 마법이 사라진, 지극히 현실적인 판타지 세계를 그린다. 이 세계에선 유니콘이 길거리 쓰레기통을 뒤지고, 인어공주가 반신욕을 하고, 반인반마 형상을 한 켄타우로스가 경찰차를 타고 순찰을 한다.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발리와 이언 형제는 판타지 세계의 단골 캐릭터인 요정 ‘엘프’다. 형제라 해도 둘의 성격은 정반대다. 형 발리는 엉뚱하고 매사 의욕이 넘치지만, 동생 이언은 소심하고 차분하다. 이언은 너무 일찍 돌아가셔서 얼굴조차 기억에 없는 아버지를 그리워하던 중 16살 생일에 뜻밖의 선물을 받는다. 아버지가 생전에 남긴 마법 지팡이와 함께 아버지를 단 하루 동안 소환할 수 있는 주문이 담긴 편지가 들어 있다. 이언은 편지에 적힌 대로 했지만, 아버지의 하반신만 돌아온 상태에서 지팡이에 달린 마법의 돌이 부서지고 만다. 이대로 하루가 지나면 아버지는 얼굴도 못 본 채 사라진다. 형제는 하반신뿐인 아버지를 데리고 새로운 마법의 돌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
이야기는 영화를 연출한 댄 스캔런 감독의 실제 경험에서 출발했다. 그는 “내가 1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는 언제나 나에게 미스터리한 존재였다. 어느 날 친척이 아버지의 생전 목소리가 담긴 카세트테이프를 줬다. ‘헬로’와 ‘굿 바이’ 딱 두 마디만 하는 목소리였지만, 우리 형제에겐 마법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영감을 얻어 마법을 통해 돌아가신 아버지를 다시 만나려는 형제의 이야기를 구상했다.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길을 나선 형제는 서로 다른 성격으로 사사건건 티격태격한다. 앞을 못 보는 탓에 제멋대로 걷는 아버지의 하반신은 때론 짐처럼 버겁다. 하지만 평소 마법 세계와 롤플레잉 판타지 게임에 심취한 형의 지식과 뒤늦게 재능을 발견한 동생의 마법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한 걸음씩 나아간다. 흥미진진한 모험담에 빠져 영화 막바지에 다다르면 커다란 감동의 시간이 기다린다. 많은 이들이 ‘인생 영화’로 꼽는 시간 여행 소재 로맨틱 코미디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주인공이 마지막에 아버지와 함께하는 순간의 감동 못지않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서 출발한 영화는 형제간에 느끼는 감정으로 확장해나간다. 댄 스캔런 감독은 아버지뿐 아니라 형에게서도 영감을 얻어 각본을 썼다. 그는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 중 하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지금 당장 사랑한다고 말하라는 것이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형제자매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나도 감동받았다”고 전했다.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에서 이언 목소리를 연기한 톰 홀랜드(오른쪽)와 발리 목소리를 연기한 크리스 프랫.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마블 ‘어벤져스’ 히어로를 연기했던 두 배우가 형제 목소리를 맡아 눈길을 끈다. 이언은 ‘스파이더맨’ 톰 홀랜드가, 발리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스타로드’ 크리스 프랫이 연기했다. 영화는 지난 2월 열린 독일 베를린영화제에 공식 초청됐으며, 지난 3월 북미에서 개봉해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미국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평론가 신선도 지수는 88%, 관객 신선도 지수는 95%를 기록하고 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