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영화 ‘야구소녀’ - 장벽이 아니라, 돌파에 대한 이야기다

등록 2020-06-17 18:36수정 2020-06-18 02:38

영화 <야구소녀> 이주영
134㎞ 던지는 고교야구팀 유일 여자선수
140~150㎞ 던지면 프로팀 갈수 있다 믿어
그래서 던지고 또 던지며 벽 돌파하려 해

주인공 주수인과 주연 이주영, 똑 닮아
“전 해보지도 않고 포기는 안 해요…
지친 모두에게 응원가 됐으면” 바라
영화 &lt;야구소녀&gt; 주연을 맡은 배우 이주영. 싸이더스 제공
영화 <야구소녀> 주연을 맡은 배우 이주영. 싸이더스 제공

프로야구팀 입단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공을 던지고 또 던지는 소녀가 있다. 최고구속 134㎞까지 기록하며 ‘천재 야구소녀’라는 별명까지 얻은 주수인은 고교 야구팀의 유일한 여자 선수다. 하지만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프로팀 입단 테스트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다. 엄마·친구·감독까지 모두가 포기하라고 하는데도 주수인은 “전 해보지도 않고 포기 안 해요”라며 손에서 피가 나도록 공을 던진다.

18일 개봉하는 영화 <야구소녀>의 주인공 주수인과 그를 연기한 배우 이주영은 애초부터 한 사람이었던 것처럼 똑 닮았다. 대학교 2학년이던 2012년 단편영화로 데뷔한 후 남들이 알아주든 말든 묵묵히 연기자의 길을 걸어왔다. 2016년 <춘몽>을 시작으로 <꿈의 제인> <메기> 등 장편영화에 출연하며 ‘독립영화계의 스타’로 떠오른 그는 올해 초 방영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트랜스젠더 마현이를 연기하며 대중에게 얼굴을 널리 알렸다.

영화 &lt;야구소녀&gt; 스틸컷. 싸이더스 제공
영화 <야구소녀> 스틸컷. 싸이더스 제공

“많은 분이 저를 알지 못할 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배우로서 많이 성장하고 달라졌다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저는 8년 전 데뷔 때부터 늘 똑같이 해왔어요. 아무도 몰라주더라도 꾸준히 해온 것들이 쌓여 지금의 제가 됐다는 걸 새삼 느껴요. 제가 좀 고집스러운 면이 있는데, 그래서 수인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주영이 말했다.

최윤태 감독이 주수인 역을 캐스팅할 때 “단순히 연기 잘하는 차원을 넘어 이미지만으로도 존재감이 돋보이는 배우가 필요했다”며 가장 먼저 이주영을 떠올린 건 필연이었다. 이주영은 시나리오를 받고는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성이 끌고 가는 이야기인데다, 현실의 벽에 부딪히지만 이를 희망적으로 풀어가는 이야기여서 누구든 공감할 거라 확신했거든요.”

영화 &lt;야구소녀&gt; 주연을 맡은 배우 이주영. 싸이더스 제공
영화 <야구소녀> 주연을 맡은 배우 이주영. 싸이더스 제공

주수인은 프로팀 입단에 어려움을 겪는 원인을 ‘성별’이 아니라 자신의 ‘실력’에서 찾는다. 지금은 구속이 130㎞대이지만, 140~150㎞대의 공을 던진다면 더 수월하게 프로팀에 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남자 선수들과 비교하기보다는 자신의 실력을 높이고자 노력한다. 이주영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연기자로 일하며 여러 장벽을 많이 만났지만, 장벽을 탓하기보다는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어 벽을 돌파하려 했다.

야구를 전혀 모르던 그가 주수인을 연기하기 위해 한달여 동안 실제 남자 야구선수들과 훈련한 것도 그런 노력의 하나다. 최 감독은 그에게 “대역도 쓸 수 있고 시지(CG)도 있으니 무리하지 말라”고 했지만, 이주영은 훈련하면 할수록 그런 것들에 기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졌다. 악력기를 쥐고 아령을 들며 손과 손목 힘을 키웠고, 직구·커브는 물론 너클볼까지 던지는 연습을 했다. 손에 굳은살이 생기고 어깨와 허리 부상을 당하기도 했지만, 결국 대역 없이 영화 속 투구 장면을 모두 소화해냈다.

“남자 선수들과 훈련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승부욕이 생기더라고요. 수인이 느낀 기분이 이런 걸까 싶었죠. 영화에서 수인은 남자 라커룸을 못 쓰고 혼자 화장실에 마련된 탈의실을 써요. 수인이 느꼈을 소외감, ‘내가 정말 이 일을 포기해야 하나’ 하는 감정까지 이해하게 됐어요.”

영화 &lt;야구소녀&gt; 스틸컷. 싸이더스 제공
영화 <야구소녀> 스틸컷. 싸이더스 제공

그는 주수인을 연기하며 자신도 힘과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20대 후반 나이에 10대를 연기해야 했는데, 수인이처럼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뚝심과 열정을 이제는 많이 잃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수인이를 연기하면서 나도 그 시절에 가졌던 마음을 되돌아보고 자신을 다잡게 됐어요.”

이주영은 <야구소녀>로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 배우 부문을 수상했다. 앞서 2018년에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메기>로 올해의 배우상을 받았다. 그는 “상을 받으면서 ‘내가 헛되게 작품을 하지는 않았구나’ ‘내 연기가 누군가에겐 좋게 보이고 힘이 될 수 있구나’ 하는 마음과 함께 동력을 얻었다”면서도 “하면 할수록 잘 모르겠는 게 연기다. 지금까지 해온 대로 계속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몸을 낮췄다.

코로나19로 다들 몸과 마음이 지친 요즘, 이주영은 <야구소녀>가 모두를 위한 응원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품는다. 주수인은 지치고 힘겨워하는 사람들에게 포기하지 않을 힘을, <야구소녀>는 가라앉은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공은 이제 이주영의 손을 떠났다. 이젠 관객들이 그 희망의 공을 받을 차례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