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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영화 ‘소리꾼’에서 “해방감 느낀” 진짜 소리꾼 이봉근

등록 2020-06-25 18:21수정 2020-06-26 02:34

주인공 심학규 역으로 첫 스크린 연기 도전
영화 <소리꾼>으로 첫 스크린 연기에 도전한 소리꾼 이봉근. 리틀빅픽처스 제공
영화 <소리꾼>으로 첫 스크린 연기에 도전한 소리꾼 이봉근. 리틀빅픽처스 제공

새달 1일 개봉하는 영화 <소리꾼>의 주인공은 소리꾼이다. 그 소리꾼을 진짜 소리꾼이 연기했다. 20년 넘게 우리 소리를 해오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까지 받은 이봉근이 첫 스크린 연기에 도전한 것이다.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봉근은 “감정을 절제하는 게 중요한 판소리와 달리 감정을 드러내는 연기를 하면서 카타르시스와 해방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춘향가’, ‘흥부가’의 배경인 판소리의 고장 전북 남원에서 태어난 이봉근은 중학생 때 아버지 권유로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를 나와 수많은 무대에서 소리를 했고 연극 무대에도 섰던 그에게 <소리꾼> 오디션 소식은 운명과도 같았다.

“무대에서 잘 안 떠는데, 오디션장에선 이상하게 위축되더라고요. 분위기를 바꾸려고 ‘소리 먼저 해보겠습니다’ 했더니 심사위원께서 ‘아닙니다. 연기부터 보겠습니다’ 하시는 거예요. 그 순간 멘탈이 붕괴되고 손이 파르르 떨렸어요.”

영화 &lt;소리꾼&gt;으로 첫 스크린 연기에 도전한 소리꾼 이봉근. 리틀빅픽처스 제공
영화 <소리꾼>으로 첫 스크린 연기에 도전한 소리꾼 이봉근. 리틀빅픽처스 제공

조정래 감독은 그를 주인공 심학규 역으로 낙점했다. 능숙한 연기는 아니지만 어느 순간 그에게서 학규의 눈빛을 봤다고 했다. 천민 소리꾼 학규는 인신매매꾼에게 납치된 아내 간난(이유리)을 찾기 위해 어린 딸 청(김하연), 고수 대봉(박철민)과 함께 길을 나선다. 자신의 실수로 아내가 변을 당하고 딸마저 사고 여파로 시력을 잃은 탓에 깊은 슬픔과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 한을 분출하는 통로가 판소리다. 학규는 저잣거리에서 사람들을 모아 아내 행방을 묻기 위해 판을 벌인다. 딸을 위로하려고 지어낸 이야기를 노래와 함께 때론 신명나게, 때론 구슬프게 풀어낸다. 이야기 속에서 눈먼 이는 청이가 아니라 학규다. 우리가 아는 ‘심청가’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판소리의 기원을 두고 굿음악에서 왔다는 설, 어느 예술가가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노래와 섞었다는 설 등이 있거든요. 저는 두번째 학설에 끌렸는데, 영화에 그런 상상이 담겨 더 좋았어요.”

촬영 때 판소리는 대부분 라이브로 녹음했다. 엔지(NG)로 촬영이 반복되는 건 고충이 아니라 되레 즐거움이었다. “판소리는 완창하면 8시간까지도 하거든요.” 그보다 기교를 감추는 게 더 어려웠다.

영화 &lt;소리꾼&gt;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제공
영화 <소리꾼>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제공

“조선 영조 10년이면 판소리가 정립되기 전이니 기교를 빼고 정서 전달에만 집중해달라고 감독님이 주문하셨어요. ‘리듬 앤드 블루스’ 가수에게 ‘동요’처럼 부르라는 것 같아 내키지 않았죠. 그런데 학규에게 몰입할수록 자연스레 기교 대신 정서에 몰두하게 되더라고요. 얼마 전 비대면 공연을 했는데 관객들이 ‘전보다 더 좋다’고 하셨어요. 영화에서의 경험 때문인가 봐요.”

이봉근은 국악의 대중화에도 힘써왔다. 대중음악·재즈 음악가와 협업하고, <한국방송>(KBS)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에서 가요를 불러 2회 연속 우승을 하기도 했다. 그는 “사회성·풍자성 짙은 판소리는 유행에 가장 민감한 음악이었는데, 지금은 그 기능이 많이 상실됐다”며 “요즘 유행하는 장르를 체득하고 녹여냄으로써 판소리를 현재화하는 데 재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연기에 대한 애착도 보였다. “부족한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 커요.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있나요. 연기자로선 밑천도 없고 더 잃을 것도 없으니 단역이라도 꾸준히 해보고 싶어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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