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 진정성은 환상일 뿐이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K1 밤12시30분)=홍상수 감독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기대치를 사는 한국 감독 가운데 한 명이다. 영화는 그의 다섯 번째 작품. 여전히 그의 시선은 일상에 머물러 있다. 감정과 상황을 조작하기보다 사람 사이에 흐릿하게 발열되는 긴장 관계를 새롭게 발견하는 일에 천착한다. 그런 긴장은 우리가 일찍이 알았으면서도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영화는 종종 웃기고, 낯설다가도 슬쩍 울린다. 오랜만에 만나 술을 마시는 두 남자, 헌준(김태우)과 문호(유지태)는 7년 전의 한 여자를 기억한다. 선화(성현아). 당시 헌준의 연인이자 문호가 짝사랑하던 이였다. 헌준이 선화를 버리고 유학을 떠났을 때 문호는 선화의 새 연인이 됐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영화감독을 준비하는 헌준과 유부남 대학 강사가 된 문호는 급기야 술에 취해 선화를 찾아가보기로 한다. 어느새 선화의 집에까지 가서 술을 먹게 되는 세 사람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 어긋난 기억들이 오고 간다. 남자는 첫사랑한 여자의 자장 안에서 배회하는 원자들일 뿐이다.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19살 이상 시청가.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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