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 공연 장면. 예술의전당 제공
벚꽃이 흩날리는 한적한 시골 마을. 분홍색 정장을 빼입고 멋을 잔뜩 부린 노년의 신사 동만이 들어선다. 골목을 지나 점순의 집으로 들어서는 동만의 모습을 비추던 카메라는 곧 연극 무대 위에 차려진 점순의 집 공간으로 시선을 연결한다. 영화와 연극이 묘하게 교차하는 지점이다.
영화 <늙은 부부 이야기: 스테이지 무비> 포스터. 예술의전당 제공
‘연극을 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예술의전당 공연 영상화 사업 ‘싹 온 스크린’의 결실이 스크린에 걸린다. 연극을 영화화한 <늙은 부부 이야기: 스테이지 무비>다.
욕쟁이 할머니 점순(차유경)과 할아버지 동만(김명곤)의 황혼 로맨스를 그린 이 작품은 연극 무대가 영화 속에 녹아드는 ‘공연 영화’의 형식을 띤다. 단순히 무대를 풀샷으로 화면에 담는 공연실황에만 그치지 않고, 배우의 표정과 연기를 클로즈업하거나 주요 장면의 야외촬영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촬영기법을 활용해 영화화한 것이 특징이다. 영화의 토대가 된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는 지난해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올라 공연 팬들의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영화 <늙은 부부 이야기: 스테이지 무비>의 한 장면. 예술의전당 제공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공연계의 화두로 떠오른 ‘공연의 영상화 사업’ 결과물이 결국 극장에까지 걸리게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제작에 7개월이나 공을 들인 작품인데다 지난 5월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온라인 상영을 통해 영화팬들과 한 차례 만나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예술의전당 쪽은 이번 작품을 통해 장르 간의 벽을 허무는 시도가 더 확산하는 것은 물론 공연 관객층의 외연 확장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늙은 부부 이야기: 스테이지 무비>는 다음 달 19일부터 전국 씨지브이(CGV) 20여개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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