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미국 뉴욕 패션위크는 한 모델의 등장으로 떠들썩했다.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난 매들린 스튜어트다. 당시 18살이던 그는 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고 당당히 무대를 누비며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149㎝의 작은 키에 다운증후군을 가진 그가 모델이 되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는 2014년 18㎏을 감량하는 노력 끝에 꿈을 이뤘다.
우리가 매들린이라면 해낼 수 있었을까? 그의 희망을 담은 일상이 다큐멘터리 <매들린, 런웨이의 다운증후군 소녀>에서 공개된다. 오는 17~23일 열리는 ‘2020 이비에스(EBS)국제다큐영화제’(이아이디에프·EIDF)에서다. 전세계 다큐멘터리를 소개하는 다큐 페스티벌로 올해는 12개 섹션에서 30개국 69편을 소개한다. 스웨덴 감독 예인 망누손이 만든 <매들린…>은 개막작으로, 17일 낮 12시10분에 <교육방송>(EBS)에서 방영한다. 김다혜 프로그래머는 “장애를 극복하고 한계를 넘은 매들린의 이야기가 따뜻한 희망을 전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개막작은 2020년 이아이디에프를 관통하는 메시지다. ‘다시 일상으로―다큐, 내일을 꿈꾸다!’라는 슬로건처럼 올해는 지난해(78편)보다 출품작 수는 줄었지만, 코로나19 시대에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작품이 많다. 공식 경쟁부문인 ‘페스티벌 초이스’에는 테러범죄자 누명을 쓴 이들을 구하려는 우즈베키스탄 인권 활동가의 투쟁을 담은 <악은 오직 절망 속에 산다>(스웨덴 등, 수 낮 12시10분)와 1940년대 자행된 집시 학살부터 현재 신나치주의자의 증오범죄를 고발하는 <묻혀진 죽음>(영국, 월 밤 1시50분) 등 13편이 경쟁한다. 추상미가 연출한 <폴란드로 간 아이들>(일 저녁 7시50분)을 포함한 4편도 ‘한국 다큐멘터리 파노라마’에서 소개된다.
올해는 특별 섹션 ‘여, 성’에서 여성들이 서사를 이끄는 다양한 형식과 주제의 작품을 소개한 점이 특히 눈길을 끈다. <발헨 호수의 비밀>(독일, 일 밤 10시15분)은 100년에 걸쳐 이어져온 여성 4명의 삶을 들여다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곱씹는다. 류재호 집행위원장은 “시대정신을 담은 다큐를 통해 희망을 잃지 않는 용기와 일상의 소중함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김 프로그래머는 놓치지 말아야 할 다섯 작품을 추천한다. 최소한의 것으로 살아가는 원주민의 일상을 통해 삶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고 말하는 <아네르카, 생명의 숨결>(핀란드, 토 밤 2시25분) 등이다. <9/11 키즈>(캐나다, 일 오후 2시10분)는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9·11 테러에 대한 보고를 받을 때 함께 있었던 초등학생 16명의 이야기다. 성인이 된 그들이 9·11 테러 이후 미국에 관해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올해는 극장 개봉을 하지 않고, 티브이 상영과 온라인 전용 브이오디(VOD) 서비스인 디-박스에서 선보인다. 아쉬움을 달래고자 21일과 22일은 고양 일산호수공원에서 야외 상영회도 연다. 희생하는 엄마를 보고 자란 딸의 이야기를 그린 ‘페스티벌 초이스’ 출품작 <웰컴 투 엑스-월드>(한국, 야외공연만 금 밤 9시)와 ‘월드 쇼케이스’ 상영작으로 미국 애완견 미용 대회를 담은 <그루밍>(미국, 야외공연 토 밤 9시, 티브이 토 저녁 7시15분)이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프로그래머 추천작]
1. 매들린, 런웨이의 다운증후군 소녀
2. 9/11 키즈
3. 499
4. 발헨 호수의 비밀
5. 아네르카, 생명의 숨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