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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투 브라더스…인간한테 잡혀가도 정신차려라, 어흥~

등록 2006-01-18 18:02수정 2006-01-19 13:48

16년 전 어미를 잃은 아기곰 형제의 역정을 그린 〈베어〉로 감동을 전했던 장 자크 아노 감독이 이번엔 〈투 브라더스〉를 들고 왔다. 도통 인간의 언어에는 관심 없는 호랑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99% 실사 촬영으로 흠 잡을 데 없는 감성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식민 시대, 캄보디아의 고적한 밀림 속. 두 마리의 쌍둥이 호랑이가 태어난다. 소심하고 여린 ‘샹가’와 장난기 많고 씩씩한 ‘쿠말’. 후대의 손길이 아직 닿지 않은 고대 사원 안에 둥지를 튼 이들 가족은 행복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오래가지 않는다. 고대 사원을 도굴하기 위해 사람들이 들이댄다.

쿠말과 샹가는 야생의 생존 법칙을 배우기도 전에 야만의 인간으로부터 생존해야 한다. 아빠 호랑이는 총에 맞아 죽고, 엄마는 총상을 입은 채 사라진다. 어린 쿠말은 서커스단에 팔리고 샹가는 식민 총독의 아들 손에 애완동물로 맡겨진다. 기구한 운명의 시작이다.

영화는 이후의 기적이 어떻게 가능한지, 많은 품을 들이되 시종 담박한 눈길로 드러내 보인다. 모든 기적은 쿠말과 샹가의 애틋한 본능 탓인데, 이게 쉽게 감정이입을 이끌어내는 건 아무래도 우리가 인간이기 전 동물인 탓일 게다.

물론 인간 연출진과 호랑이 배우진의 완벽한 호흡을 간과할 수 없다.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던 장 자크 아노 감독은 “뛰어난 배우는 감독을 편하게 하는 대신 창조의 영역을 줄인다”며 맘껏 ‘지시’할 수 없는 호랑이와의 지난한 작업을 비교했지만, 기실 이들 웬만한 배우보다 낫다.

연출진은 어린 시절과 장년기의 쿠말, 샹가를 연기할 4마리에 18마리의 호랑이를 더 뽑았다. 6주 만에 젖을 떼는 호랑이의 성장 속도가 촬영 속도를 앞서는데다, 한 호랑이가 여러 성향을 ‘연기’할 수는 없는 까닭이다. 타이, 인도, 프랑스 각지를 돌며 40여 마리의 호랑이 가운데 캐스팅했다.

연기 훈련에 1년, 촬영에 8개월을 꼬박 썼다. 영화 속 의도에 걸맞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호랑이가 스스로 몰입토록(메소드 연기) 했다. 도리가 없다. 원하는 표정과 몸짓을 드러낼 때까지 무작정 기다렸으니, 드라마는 사실 다큐멘터리와도 같다.

아비, 어미 호랑이의 교미 대목을 위해 9개월을 기다렸고, 형제 호랑이의 극적인 재회 장면을 위해 실제 쌍둥이 호랑이를 3개월 동안 떼어뒀다 조우시켰다. 쿠말과 샹가가 불밭을 뛰어넘어 밀림으로 되돌아가는 장면 등 극히 위험한 몇 장면만 컴퓨터의 힘을 빌리거나 모형 제작 호랑이에 기댔다. 영화는 ‘날것’에 최선을 다해 방점을 찍은 셈이다.

물론 동물적 본능을 인간의 순수로 엮어내려는 동물 영화의 지능적 관습이 없지 않다. 출연 호랑이가 치렀을 곤욕 또한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상적으로 지나쳤던 가족, 순수를 충만하게 즐김과 동시에, 우리보다 백만년을 앞서 이곳에 터를 잡아왔던 호랑이가 이제 겨우 5000~7000마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되새겨야 할 듯하다. 사냥꾼 역을 맡은 가이 피어스가 “이 영화로 감명을 받아 이들의 생존을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힌 이유일 터다. 20일 개봉.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사진 미로비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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