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때 아기 가진 여성의 꿈과 좌절
라이딩 위드 보이즈(K1 밤 12시30분)=<그들만의 리그> 등을 만든 여성 감독 페니 마샬의 작품. 고교 시절 아기를 갖게 되면서부터 지난하게 에둘러가는 한 여성의 성장 드라마다. 사랑과 가정이라는 ‘포근한’ 굴레가 꿈을 꾸는 여성에겐 깨야 할 하나의 알이 된다. 이젠 꽤 진부한 소재지만 마샬 감독은 1960년대 중반의 미국 소도시를 배경으로 웃음과 진중함을 적절히 섞어 영화의 매력을 키웠다. 작가적 재능과 꿈을 소중하게 안고 살아가는 여고생 비버리. 짝사랑한 남자로부터 버림받고 빈틈 투성이인 고교 중퇴생 레이와 눈이 맞는다. 덜컥 임신까지 하게 돼 어쩔 수 없이 학교도 그만 두고 가정을 꾸린다. 가난과 현실의 강포함보다 비버리가 견디기 어려운 건 그가 꿈꾸는 미래의 암울함. 비버리는 끊임없이 꿈꾸고 좌절한다. 드류 베리모어가 비버리의 15살부터 35살까지 연기했다. ‘사내들과 자동차를 타고’라는 원제는 여성의 인생 여정은 독립적이기 어렵다는 것과 자신이 운전대를 쥘 수도 있음을 함께 은유하는 듯하다. 비버리가 차 안에서 애를 배게 된 뒤로부터 더더욱. 2002년 작. 15살 시청가.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